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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이후 첫 '스승의 날'…부담 덜었지만 혼란도

입력 2017-05-15 16:45

카네이션·케이크·음료수 모두 거절…"김영란법, 차라리 속 편해"

파티 및 선물 금지 위해 체육대회·사생대회 개최 등 야외활동

"3만원 이하면 된다고 들었다"…케이크 선물에 교사·학생 '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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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이션·케이크·음료수 모두 거절…"김영란법, 차라리 속 편해"

파티 및 선물 금지 위해 체육대회·사생대회 개최 등 야외활동

"3만원 이하면 된다고 들었다"…케이크 선물에 교사·학생 '혼동'

김영란법 이후 첫 '스승의 날'…부담 덜었지만 혼란도


지난해 9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이후 첫 스승의 날인 15일. 서울 시내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는 비교적 차분하고 간소한 분위기 속에서 스승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러나 혼란도 곳곳에서 나타났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과 카네이션이나 선물 허용 범위를 놓고서다. 선생님에게 섣불리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그냥 넘어가기도 애매한 상황이 연출된 탓이다.

실제로 김영란법 적용 대상은 유치원과 초중고 교직원이다. 학원 강사는 법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어린이집 교사도 법 적용 대상에서 빠졌지만 국·공립어린이집이나 직장어린이집을 위탁 운영하는 원장은 법 적용을 받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학생 대표가 담임교사나 교과 담당교사에게 공개적으로 주는 카네이션은 허용한다는 해석을 내놨지만 학부모가 교사에게 카네이션을 주는 건 안된다는 게 교육부의 해석이다.

오전 9시, 서울 종암동 숭례초등학교 5학년 5반은 조회시간 전에 '스승의 은혜'를 부르는 걸로 담임에 대한 감사 표시를 마쳤다. 칠판에 풍선을 붙이고 폭죽을 터뜨리는 등 지난해까지 연간 행사로 치러진 스승의 날 파티는 목격되지 않았다.

김예은(12)양은 "조회시간 전에 반 친구들과 칠판에 '선생님 감사합니다'라고 적고 손뼉치고 노래를 불렀다"며 "파티는 하지 않기로 했다. 1교시부터 평상시처럼 수업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에서 25년차 근무 중인 교사 박은영(50·여)씨는 "예전에는 촌지도 있고 선물도 많아 학생들 사이에서 위화감이 생기기도 했다"며 "학부모들이 보내온 고가 선물을 돌려보내는 것도 괜히 오해를 사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매년 스승의 날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김영란법이 생긴 후 간단히 꽃만 주고받을 수 있어 부담없고 정말 편하게 됐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 시내 중·고등학교에서도 예년과 달리 간소하게 스승의 날을 맞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김영란법에 따라 학급 반장과 학생회장만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카네이션을 전달하며 선생님들을 향해 감사 인사를 했다. 다른 학생들은 손뼉을 치며 '스승의 은혜'를 열창했다.

서울 대치동 휘문고등학교 2학년 9반 담임 김진영(44)씨는 "지난해만 해도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음료수 등을 가져다 놓았지만 김영란법 시행 이후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면서 "케이크, 카네이션, 음료수 다 안 받겠다고 아이들에게 교육했다"고 전했다.

서울 송파구 오금고등학교 박경전 교장은 "가정통신문에 해당 사안을 언급해서 학부모들에게 촌지나 선물은 안 된다고 전달했다"며 "카네이션의 경우도 학생회에서 일괄적으로 꽃을 구매한 후 학급별 담임 및 교사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스승의 날을 맞아 체육대회나 사생대회 등을 개최해 선물과 파티 등을 금지한 학교들도 있었다. 틀에 박힌 스승의 날 행사를 대신해 교사와 학생들이 외부 활동을 하면서 정을 쌓자는 취지에서다. 이날도 서울 돈암동 성심여고는 체육대회를, 개운중학교는 백일장과 사생대회가 한창이었다.

개운중학교 교감 이성열(61)씨는 "선물이 금지되는 김영란법 분위기에 맞춰 스승의 날에는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며 "오늘은 교내 백일장과 사생대회를 동시에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영란법으로 인한 스승의 날 간소화는 대학교 졸업생들 사이에서도 감지됐다. 졸업생이 옛 스승을 찾아 선물을 건네는 행위는 허용되지만 업무 연관성 부분이 모호해 올해는 스승의 날 행사를 생략하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

대학원에서 토목을 전공한 직장인 박모(33)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졸업생 1인당 10만원씩 걷어서 교수님 드릴 선물을 준비했는데 올해는 아무 소식이 없다"며 "동종 업계 종사자이다 보니 프로젝트 심의 등 교수님께 도움받을 일이 생겨 그동안 자리를 마련했지만, 김영란법 시행으로 조심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스승의 날 파티를 준비하다가 마련한 케이크로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영란법에 따라 교사는 학생들이 돈을 모아 산 케이크를 받을 수 없고 학생들은 담임에게 카네이션이나 케이크를 선물할 수 없지만 이에 대한 숙지가 미흡했다.

A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17)군은 "외출증을 끊고 근처 편의점에 케이크를 사러 나가는 길"이라고 했다. 이에 기자가 김영란법에 접촉된다고 했더니 "3만원 이하면 안 걸린다고 하더라. 담임 선생님도 안 된다고 하지 않았다"고 혼란스러워했다.

서울 종암구의 B고등학교 2학년 김모(17)양도 "케이크를 사서 파티를 할 경우 학생들이 한 입씩 다 먹어야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C중학교 교사 이모(33)씨는 "예전에는 학부모들이 고가의 선물을 해 난감한 경우가 있었는데 올해는 김영란법으로 간소하게 학생들이 카네이션과 케이크 정도만 준비했다"고 했다. 이씨는 "케이크를 학생들과 같이 나눠 먹으면 된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케이크를 받았기 때문에 법 위반 사유가 된다"면서 "교사들이 케이크를 학생들과 나눠 먹었다면 참작 사유는 될 수 있지만, 법을 지킨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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