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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하늘에선 땅 위의 비명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입력 2017-08-23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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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스무 살을 갓 넘긴 뉴욕 브루클린 출신의 청년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에 미 육군 항공대의 폭격수로 참전합니다.

그의 임무는 독일이 점령한 도시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것이었습니다.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했던 젊은 폭격수는 그러나 전쟁 이후 참혹한 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민간인 5명이 사망했다고 기록된 체코의 플젠에서 실은 수백 명의 민간인이 죽었다는 말을 들었고 그가 역시 폭탄을 투하했던 프랑스 로얀에서는 천명 넘는 민간인이 사망했다는 기록을 보게 된 것이죠.

"하늘에서는 땅 위의 비명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나는 어떻게 평범한 사람들이 희생자를 적으로만 바라보면서 잔혹한 행위에 가담하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청년은 큰 충격을 받았고. 전쟁의 기억을 봉한 봉투에 이렇게 썼습니다.

"결코… 다시는…"

그의 이름은 하워드 진. 바로 어제(22일) 이 앵커브리핑에서 소개해드린 그 사람입니다. 그는 역사학자가 돼서 미국이 세계 각지에서 수행한 숱한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데 온 힘을 바치다가 7년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그들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폭탄을 싣고 광주로 향하려 했다던 젊은 공군 조종사들.

작전은 실행으로 옮겨지진 않았지만 그들은 목표가 무엇인지 선명하게 알고 있었고

"적군이 아닌 민간인인데…폭탄을 떨어뜨리면 어떻게 하나…"

이렇게 혼란스러웠던 당시를 저희에게 증언했습니다.

또한 지금도 어디선가 숨죽이며 상처를 감추고 있을 당시의 진압군들…

길고 긴 시간 동안 피해자도 가해자도 고통을 받고 있는데 학살의 지휘자는 오히려 당당함을 입에 올리고 있으니…

80년 5월의 그 도시는 아직도 우리에게 현재로 남아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젊은 조종사들이 밤하늘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풍경들은 참으로 평화로웠을 것입니다.

창문마다 새어 나오는 작은 불빛들… 그 하나하나는 너무나도 작아서…보잘 것 없어 보일지라도. 모두는 함께 모여 어둠을 밝히고 있지요.

그리고 그 수많은 불빛들을 전부 가릴 수는 없듯이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는 그 오래된 진실들과 지금 우리는 비로소 마주하고 있는 중입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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