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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일손 놓고, 야권은 태클 걸고…한숨 커져가는 청와대

입력 2016-04-2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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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한숨이 커져가고 있다. 4·13 총선 참패로 여당은 지리멸렬 상태인데다 야권은 정부의 주요 중점 정책에 태클을 걸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공직사회도 여야 어느 쪽의 눈치를 봐야 하는지 온통 안테나만 세운 채 일손을 놓는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간담회에서 내수위축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개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재확인하고 세월호 특위 활동 시한 연장을 골자로 한 세월호특별법 개정 움직임에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야당은 박 대통령의 이같은 바람에 대놓고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오히려 19대 국회에서 당장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기와 세월호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27일 "박 대통령의 간담회 내용을 보면 지금까지 추진한 일에 대해 전혀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것을 강조했을 뿐이다. 논평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더민주는 또 박 대통령이 긍정 검토하겠다고 밝힌 '한국판 양적완화'와 관련해 그 전제가 되는 한국은행법 개정에도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상태다. 노동개혁을 위한 4개 법안 중 박 대통령이 "일석사조(一石四鳥)쯤 될 것"이라고 했던 파견법 역시 절대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안철수 대표도 26일 박 대통령이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김영란법에 우려를 표명한 데 대해 "올바른 접근 방법이 아니다"라며 "내수와 연결시키기보다 오히려 원칙적 부분에 대해 말하는 것이 맞다"고 반박했다.

정부와 청와대 편을 들며 야당과 맞서야 하는 집권여당 새누리당은 이같은 상황 속에서도 집안 싸움에만 정신이 팔려있다.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기는커녕 제 발등에 붙은 불끄기에도 바쁘다.

박 대통령의 언론사 오찬간담회가 있던 당일인 26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당선인 워크숍은 이같은 난맥상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날 비공개 토론에서 친박계와 비박계 당선인들은 총선 참패의 책임론을 두고 격론을 벌이며 '네 탓' 싸움에만 몰두했다. 총선 패인을 차분히 분석하고 당 수습 방안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는 온데간데 없었다.

나아가 28일에는 친박계 내부에서도 원내대표 출마를 반대하는 목소리와 출마 강행 목소리가 부딪혔다. 친박-비박 계파간 다툼을 넘어 이젠 같은 편끼리도 의견 충돌을 빚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다 보니 청와대나 정부를 지원사격해줄 여력조차 없다. 이때문에 박 대통령은 더욱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고 청와대의 지시를 따라 움직여야 하는 공직사회가 과거와 같은 태도를 보이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한 부처 공무원은 "새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엔 야당 눈치가 너무 보인다"라면서 "어차피 여당이 도와주지도 않을 텐데..."라고 말했다. 이른바 '임기말 증후군'이 때이르게 나타나는 셈이다. 16년 만의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으로 가뜩이나 힘이 빠진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우려감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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