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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황금열쇠' 선물받고…피감기관과 '특별한 환송회'

입력 2020-08-27 20:53 수정 2020-08-27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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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회 수석전문위원이 공기업 간부들과 함께 식당과 스크린골프연습장에서 어울리는 현장을 밀착카메라가 포착했습니다. 공기업 간부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식비, 스크린 골프장 비를 냈고 황금 열쇠까지 선물로 줬습니다.

서효정 기자입니다.

[기자]

퇴근 시간 무렵 정장을 차려입은 남성들이 하나둘 모여듭니다.

문 앞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먼저 들어가라며 식당을 가리킵니다.

이들이 모인 식당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식당 한 켠에 있는 별도의 큰 방 안에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빼곡히 앉아있습니다.

서로서로 인사를 나눕니다.

벌써부터 박수와 웃음소리로 시끄럽습니다.

건배사가 방 밖까지 크게 들려오는데,

알고 보니 장모 국회 수석전문위원의 환송회 자리였습니다.

장 위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다른 위원회의 수석전문위원으로 옮기게 되자, 국토부 산하 공기업 기조실장들이 모여 환송회를 열어준 겁니다.

코레일, 한국도로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16개 국토부 산하 공기업 전현직 기조실장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국회 고위 공무원 1명을 위해 피감기관 간부 20여 명이 모인 겁니다.

분위기는 금방 무르익고 밖에서도 소리가 들릴 정도입니다.

한 참석인사가 "수석님이 떠나시기 전에 이 자리가 의미가 있냐며 이럴 때 한번씩 수석님 이름 불러도 되냐고" 말합니다.

그러더니 "사랑한다"고 외칩니다.

한 명씩 돌아가며 건배사와 이름을 딴 3행시도 이어지고 박수 소리가 방 밖으로 크게 새어 나옵니다.

2시간에 걸친 식사가 끝나고 마스크를 안 쓴 채 우르르 걸어 나옵니다.

공기업 실장들은 장 위원과 악수하기 바쁩니다.

식대는 공기업 기조실장 20여 명이 각각 48000원씩 카드로 냈습니다.

장 위원은 돈을 내지 않았습니다.

행사는 이어졌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는 이들, '새로운 시작을 응원한다'는 꽃다발이 보입니다.

도착한 곳은 같은 건물 스크린 골프 연습장, 상품을 걸고 골프 대회가 시작됩니다.

각 공기업들이 내놓은 기념품이 테이블 위에 가득 쌓여 있습니다.

골프 대회를 마치고 시상식이 시작됩니다.

1등은 장 위원팀.

선물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감사패, 그리고 순금으로 만든 황금 열쇠가 준비됐습니다.

[B씨/환송회 참석자 (국토교통부 산하단체 기조실장) : 감사패가 나무로 돼 있으니까, 좀 너무 단순하니까 그렇게 한 거고, (순금) 한두 돈 가지고도 쫙 필 수가 있더라고요.]

만드는 데 20만 원 정도 들었다고 하는데, 해당 업체에 직접 물어봤습니다.

[황금열쇠 구매 업체 : 7월 20에 구매하셨는데 두 돈짜리 하셨어요. 68만5천원.]

국민권익위원회에 물었습니다.

"금액과 상관없이 피감기관과 감독자 사이에서 금품을 주고받는 것은 김영란법 위반"이란 답을 합니다.

모든 자리를 마친 이들은 기념사진을 찍고, 수석은 격려하고 떠납니다.

직접 해명을 들어봤습니다.

장 위원은 기조실장들과 정보 공유를 하는 목적으로 만나왔고 순수한 친목 모임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장모 씨/국회 수석전문위원 : 좋아하는 사람들 모임으로만 저는 생각했어요. 혹시 환송회 같은 거 할 때 일반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습니까?]

상임위를 떠났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서도, 황금 열쇠를 받은 것은 잘못됐다면 돌려줄 생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장모 씨/국회 수석전문위원 : (받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은 안 하셨나요?) 그건(황금열쇠) 고민을 해 보고 반납 가능하면 반납하겠습니다.]

수석전문위원은 피감기관 관련 입법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서복경/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 : (국회의원이) '위원님 보기에 어떠세요' 그러면, 그 위원님이 '지금은 약간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면 심의가 지연되기도 하고요.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고 하면 바로 넘어가기도 하고, 그 한두 마디가 굉장히 영향을 미치고요.]

수석전문위원은 국회 상임위에서 의원을 보좌하는 전문위원들 중 가장 선임입니다.

법률 제개정은 물론 국정감사 활동에도 참여해 치우침 없이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피감기관 관계자들과 이런 식으로 사적인 관계를 계속 맺는다면 어떨까요?

(VJ : 최진 / 인턴기자 : 주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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