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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어느 쪽을 지지해야 할지 가르쳐 주십시오'

입력 2017-09-20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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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얼마 전 < 차이나는 클라스 >에 출연한 작가 황석영은 어린 시절 겪었던 공포스러운 경험을 이야기했습니다.

한국전쟁의 한가운데…황급히 피난길에 오른 그의 가족은 국군인지 북한군인지 모를 정찰대와 맞닥뜨렸다고 합니다.

그들은 전등불을 비추며 물었습니다.

"이승만과 김일성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

생사를 갈랐을지도 모를 그 두려운 질문. 아버지의 답변은 차라리 현명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정치를 모르는 양민입니다. 어느 쪽을 지지해야 할지 가르쳐 주십시오."

그렇게 요행히 목숨을 건졌던 소년 황석영은 세월이 지나 노인이 되었고 "너는 어느 쪽이냐…" 라는 질문 하나로 가족의 생사가 갈려야 했던 처절한 이념의 시대를 증언했습니다.

사람의 생각을 좌와 우, 아군과 적군으로 가르려 했던 시도들은 그 이후로도 끈질기게 세상을 지배해왔습니다.

경력판사 임용 면접에서도 화장품 회사의 입사시험에서도 당락은 물론 생과 사를 가를 듯한 두려운 질문은 넘쳐났지요.

국민을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로 갈랐던 이명박 정부와 국민과 비국민으로 갈랐던 박근혜 정부.

비국민으로 분류된 사람들은 마치 이 땅에 발을 붙이고 살지 못하게 하겠다는 듯이 집요하게 계속되었던 그 모든 일들은…

까닭 없이 시민들을 주눅 들게 했고 가족이 둘러앉은 밥상에서조차 서로 말끝을 얼버무리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오래된 질문들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백승주/자유한국당 의원 (6월 7일) : 일하는 사람이 주인 되는 자주적 민주 정부를 어떻게 해석합니까?]

[장제원/자유한국당 의원 (9월 13일) : 그분의 노선과 이념과 생각이 같으십니까?]

[전희경/자유한국당 의원 (9월 13일) : 동성애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군 동성애 문제는 어떻게 보는가?]

본인이 아무리 그런 입장을 표명한 바 없다고 얘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후보자의 자질과 업무수행능력을 검증해야 할 자리는 한순간 사상 검증의 심판대가 되어버렸고, 이제는 좌와 우를 구분하는 것도 모자라 동성애 차별에 찬성하느냐를 두고 대한민국 사법부 수장의 운명은 갈릴 판입니다.

"너는 어느 쪽이냐…"
그 해묵은 흑백의 질문이 그치지 않는 세상이라면…

67년 전, 가족의 생사를 걸고 두려운 전등불 앞에서 대답했을 작가의 아버지처럼 우리도 대답해야 하는 것일까…

"어느 쪽을 지지해야 할지 가르쳐 주십시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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