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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분만사고로 아이 잃은 산모…'명예훼손' 고소한 병원

입력 2021-06-15 20:25 수정 2021-06-1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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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쓸쓸히 남은 요람과 이 울음소리, 지난해 부산 한 병원에서 힘겹게 유도분만을 하다 출산 4시간 만에 아기를 잃은 산모의 눈물입니다. 저희는 당시 이 소식을 시작으로 수술실 CCTV 추진 등 '안전하게 진료받을 권리'에 대한 보도를 이어왔습니다. 취재진은 사고 1주기를 맞아 산모를 다시 만났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엄마는 피의자가 돼 있었습니다. 청원글을 올렸단 이유로 병원에 고소를 당해 경찰서를 오가고 있었습니다.

구석찬 기자입니다.

[기자]

엄마 품속에서 열 달을 함께 한 태아는 출산 전날까지만 해도 건강했습니다.

하지만 하루 뒤, 아이는 온몸에 멍이 든 채 태어났고 4시간 만에 숨졌습니다.

그렇게 1년이 흘렀습니다.

아이 엄마는 아이를 마지막으로 떠나보낸 곳에 이유식을 가져다 놨습니다.

[분만사고 산모 : 매일매일 생각나죠. 아기 젖도 못 먹이고 아무것도 못먹이고요. 급하게 보냈잖아요.]

아이가 사용했을 옷가지와 젖병도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힘겨운 건 사고가 났던 병원 측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사실입니다.

병원 측은 지난해 10월, 한달 만에 20만 명이 넘게 동의한 아이 엄마의 국민청원글과 소셜미디어에 올린 내용을 문제 삼았습니다.

허위사실로 명예가 훼손됐고 불안감을 조성해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떠나갔다는 겁니다.

[분만사고 산모 남편 : 아이를 그렇게 의료사고로 보내고 아내까지 몸도 성치 않게 만들어놓고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에서 피의자 신분이 됐는데…]

의료사고로 다툴 때 환자가 병원을 완벽히 이길 수 있는 확률은 겨우 1%입니다.

100번 싸워서 한 번 이길 수 있는 분쟁이라 압박감이 클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분만사고 산모 : 진심 어린 그런 반성하는 태도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건커녕 저희를 두 번 죽이는 거죠.]

병원은 소송을 택했지만 경찰은 당시 분만 담당의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의료 행위로 아기의 기도가 다쳤고, 출산 중 태아의 질식이 있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을 반영한 겁니다.

병원 측은 과실은 일절 없었다고 반박해 왔습니다.

피해 산모를 고소한 것에 대해선 수사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입장은 밝힐 수 없다고 했습니다.

되풀이되는 의료분쟁을 막기 위해서라도 과실 여부를 제대로 가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영상그래픽 : 박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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