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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보상금 갈등…꺼지지 않은 '청량리 홍등'

입력 2017-03-02 21:39 수정 2017-03-0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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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른바 '청량리 588'로 불리던 일대에서 본격적인 철거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성매매 업소들 대신 초고층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그런데 아직 해결하지 못한 갈등의 불씨가 여전합니다.

밀착카메라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앞입니다.

시민 십여 명이 옛 쇼핑몰 건물 철거 작업을 지켜봅니다.

일명 '청량리 588'로 불리던, 서울 전농동 588번지 일대는 지난달 말부터 본격적인 철거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3년 뒤인 2020년까지, 65층 주상복합건물 4개 동과 42층짜리 백화점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이 골목 안쪽은 성매매 업소가 몰려있어 일명 '청량리 588'로 불리던 곳입니다. 입구에는 청소년 통행금지구역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있습니다.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돼 철거를 앞두고 있는데 건물 외벽엔 붉은색으로 '철거'라는 글씨가 적혀있습니다.

작년까지도 150곳이 넘는 성매매 업소가 늘어섰던 골목은 대부분 떠나 대낮에도 을씨년스러운 모습입니다.

철거 예정인 한 업소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불과 한 달여 전까지만해도 영업을 했던 곳이라고 하는데요, 약 상자와 쓰고 버린 화장품이 나뒹굴고 있습니다. 이쪽 좁은 복도를 따라 들어가면 침대 하나가 겨우 들어갈 작은 방이 나옵니다. 복도 곳곳엔 각종 가재도구가 버려져 있습니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뒷문이 하나 나오는데 불법 성매매 단속에 대비하기 위해 도망갈 문을 이렇게 만들어 놨다고 합니다.

주민들 의견 다툼으로 개발이 지연되다 20여년 만인 최근에야 이주와 철거가 시작됐습니다.

현재 재개발 구역 내 거주자 85%가 떠난 상태입니다.

일부 가게는 이렇게 불이 켜져 있는데요. 보상금 액수를 놓고 시작된 갈등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겁니다.

성매매 업소 7곳은 생존권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성매매 업소 관계자 : 갈 데도 없는데 그냥 나가야 돼요? 가진 자는 없는 사람 마구 짓밟아도 돼요?]

상가 세입자와 토지 소유자 130여 명도 재개발 추진 위원회와 보상금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상가 관계자 : 이사 비용만 주는 거예요. 이주 대책이 아니고. 너희들이 원해서 나가라면, 거기에 대한 대책을 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임병억/재개발 추진위원장 : 감정 평가 금액이 나왔는데도 그거의 몇 배를 더 달라고 그러는 거예요. 심지어 다른 곳에다 자기 상가를 내달라고… 그게 말이 돼요?]

지난달 동절기 강제집행 자제 기간이 끝나면서 거주민과 재개발 추진위와의 충돌이 눈에 띄게 불거지는 상황입니다.

밤이면 붉은 홍등이 켜졌던 이 거리도 사라지고, 고층 아파트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서게 됩니다. 재개발 지구로 지정된 지 20여 년 만인데, 일부 반발하는 주민과의 원만한 합의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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