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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건 해고" 공익제보, 그 후…10인 심층 인터뷰

입력 2015-12-3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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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에는 우리 사회 곳곳의 각종 비리 등을 고발한 공익제보자 10명의 얘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부당한 일을 그냥 보지 있지 못하고 내부 고발을 했지만, 돌아온 건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탐사플러스, 먼저 이호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영화 도가니로 알려져 있는 '광주 인화학교' 사건.

교사들이 청각장애 학생들을 수년간 성폭행한 이 사건은 당시 교사였던 청각장애인 전응섭 씨의 고발로 드러났습니다.

[전응섭 전 인화학교 교사/'도가니' 내부 고발자 : 피해 학생이 여자 선생에게 말했으면 누구라도 나섰어야 했어요. 그런데 나서지 않는 거죠. 그래서 내가 얼마나 분노를 느꼈고.]

전 씨는 다른 사람들처럼 침묵하지 못했습니다.

[전응섭 전 인화학교 교사/'도가니' 내부 고발자 : 저는 사실을 알고 직접 찾아가서 왜 조치를 취하지 않느냐고 화를 내면서 항의했어요. 그랬더니 오히려 입 닥치고 조용히 있으라고.]

돌아온 건 해고였습니다.

[전응섭 전 인화학교 교사/'도가니' 내부 고발자 : 직장에서 해고되고 등등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 등등 그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전 씨에게 후회는 없습니다.

[전응섭 전 인화학교 교사/'도가니' 내부 고발자 : 장애인이 그런 일을 당했는데 같은 장애인으로서 당연히 도와주고 해야죠. 제 개인 입장을 고려할 만한 사안이 아니거든요.]

다만, 가해자들에게 마땅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지금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전응섭 전 인화학교 교사/'도가니' 내부 고발자 : 경찰이나 교육청 믿고 했는데 결국 진행하는 과정 보니까 실망스러운 일뿐이었습니다. 경찰이나 교육청 모두 다.]

+++

이명박 정부 당시 국무총리실이 민간인을 사찰하고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증거를 인멸하기까지 했던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 역시 장진수 전 주무관의 내부 고발로 드러났습니다.

[장진수 전 주무관/민간인 불법 사찰 내부 고발자 : 재판에서 이야기하지 마라, 니가 안고 가라. 가면. 지금 오늘 당장 현대자동차 부사장 만나볼래?]

장 전 주무관은 해임된 이후 전국 통합 공무원 노동조합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장진수 전 주무관/민간인 사찰 내부 고발자 : 지금 이후로 제도권에서 지원이나 이런 것도 없고 국민들도 잠깐 그때만 관심이 있지 그 이후에 다 잊혀 가고. 그래도 국민들한테 진실을 알렸기 때문에 이런 일에 대해서 후회는 없습니다.]

+++

영국 유학을 마치고 모교인 덕성여대에서 대학강사로 지내던 김모 씨의 삶은 지난해 12월, 180도 달라졌습니다.

같은 과 교수가 차 안에서 여학생을 성추행한 사실을 고발하면서부터입니다.

[김모 씨/덕성여대 성추행 내부 고발자 : 제가 오랫동안 공부한 것을 포기해야 했기 때문에, 제 꿈을 어느 정도가 아니라 거의 포기해야 했기 때문에.]

대학에서 미술을 가르치던 김씨는 지금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김모 씨/덕성여대 성추행 내부 고발자 : 저는 제가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많이 힘들지만 그건 제 선택에 의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성추행을 했던 교수는 1년 가까이 기억이 안 난다며 부인하다 "교직으로 돌아가게 선처해달라"며 최근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하자만 해임 뒤 전시회를 여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재판 중 "예술가에게 일반인의 잣대를 들이대면 안 된다"며 학생들에게 탄원서까지 받아냈습니다.

반면 피해 학생은 학교를 그만뒀고, 집도 이사했습니다.

[피해 학생 : 고등학교 때 제가 이런 일을 똑같이 벌여서 돈을 받았다. 제가 돈을 받기 위해서 돈을 노리고 이런 일을 벌이는 거다. (소문이 퍼졌어요.)]

김씨 역시 국내 미술계 활동을 포기하고 해외로 갈 생각입니다.

[김모 씨/덕성여대 성추행 내부 고발자 : 가장 원하는 건 그 분의 진심어린 반성. 앞에서는 반성한다고 하고 뒤에서는 이 아이가 나한테 앞에서 거짓말을 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시니까.]

+++

지난 2012년 학교 재단 비리를 고발했던 안종훈 교사는 힉교 측으로부터 두 차례의 파면과 무더기 소송을 당했습니다.

[안종훈 교사/사학재단 비리 내부 고발자 : 학교가 저를 징계사유를 만들고 괴롭히기 위해서 7번 고소고발을 했어요. 행정실장이 제게 3번을 했고요. 교장 선생님이 저에게 2번을 했고, 학교 이사장이 저에게 2번을 했어요.]

무혐의 처리되고 결국 복직됐지만 자리는 교무실 문 앞 외딴 책상입니다.

교실에 가지 못하고 도서관에서 홀로 시간을 보냅니다.

[안종훈 교사/사학재단 비리 내부 고발자 : 담당 업무는 딱 두 가지예요. 청소 지도하는 업무하고 학생 중식지도, 점심시간에 줄 세우는 것.]

동료 컴퓨터를 썼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기도 했습니다.

[안종훈 교사/사학재단 비리 내부 고발자 : 한 두세 번 정도 그 선생님 자리에서 컴퓨터를 같이 도움받아서 썼는데 그것을 학교 정보 운영 규정 위반으로, 왜냐하면 컴퓨터 속에는 온갖 정보가 다 있을 수 있는데, 남의 PC를 썼다는 거죠.]

안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안종훈 교사/사학재단 비리 내부 고발자 : 복직하고도 지금까지 하루라도 편한 날이 없습니다. 이런 곳을, 거의 6개월 동안 약을 먹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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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형 사립고 하나고의 입시비리를 고발했던 전경원 교사.

자신이 고발했던 이들로부터 징계를 받는 신세가 됐습니다.

[전경원 교사/하나고 비리 내부 고발자 : 파면이나 중징계 대상자들이 징계 위원으로 앉아있는 거예요. 그러면 과연 그분들이 저에 대한 징계를 공정하게 할 수 있을까요?]

징계 사유 중에는 수년 전 동료 교사 아버지를 병문안 갔던 것이 성희롱으로 바뀐 일도 있었습니다.

[전경원 교사/하나고 비리 내부 고발자 : 평생 감사해야 할 일을 이런 상황에서 성희롱, 그것도 5년 전 이야기를 꺼내면서 막 성희롱했다고 하는 건 이게 징계사유 맞냐 하고 이야기했어요. 그럼 이건 징계사유에서 빼겠습니다 (하더라고요.)]

인민재판 같은 일도 겪었습니다.

[전경원 교사/하나고 비리 내부 고발자 : 저한테 수신자를 걸어놓고 그걸 같이 볼 수 있는 참조자에다가 전체 교직원을 다 걸어놔요. 선생님 도와주는 분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는데 그 분들이 누군지 실명을 한번 공개해보시죠?]

우수교사였던 평가는 갑자기 바닥을 쳤고, 동료들은 외면했습니다.

하지만 후회하진 않습니다.

[이지문 한국공익신고지원센터장/부정투표 내부 고발자 : 저도 다시 (고발을) 하되 저 같은 경우도 자료 같은 거를 모은다든지, 준비를 더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다른 내부 고발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해관 전 KT 직원/세계자연경관 투표 내부 고발자 : 이게 이제 모르겠습니다. 제가 재판에서 다 지고 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제가 아직 그렇게까지 몰린 게 아니라서 그런지, 또 그런 상황에 처해도 또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을 생각하면 누구에게도 해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털어놨습니다.

[김용환/적십자 혈액관리 부실 내부 고발자 : 2015년도에 벌어졌다면 그래도 넌 신고를 할거냐, 그런 질문은 겪어보니까 못 하겠더라고요. 용기가 안 나. 제 솔직한 심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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