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소년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심부름을 나갔던 중학생 아이는 학교 선생님에게 납치되어서 결국 죽임을 당했습니다.
1980년 11월, 도박 빚에 시달리던 교사가 저지른 이윤상 군 유괴살해사건…
당시 대통령이었던 전두환 씨까지 나서서 빨리 사건을 해결하라고 독촉했습니다.
"살려 보내면 너도 살고
죽여 보내면 너도 죽는다"
범인을 향한 특별 대국민 담화문도 무척 그답긴 했습니다만…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 잔인한 사건은 이청준의 소설 < 벌레 이야기 > 의 모티브가 되었고 영화로도 기억이 됩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그가 이름에서 성을 떼어낸 이유는 그것 때문이었습니다.
"비슷한 나이였던…납치된 그 어린이와 이름이 같아서…"
어린 그에게 비슷한 또래의 비극적 죽음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하나의 트라우마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이름을 이윤상이 아닌 윤상으로 바꾸어서 대중 앞에 나선 한 음악가의 이야기였습니다.
어제 불쑥 등장한 지적은 그래서 더욱 난데없어 보였습니다.
윤이상, 윤기권, 윤상원…이들 중 누구와 가까운 집안입니까?
자신들이 '반대한민국 세력' 이라 규정한 이들과 똑같은 윤씨 성을 가졌으니 윤상 씨의 사상 또한 의심스럽다는 주장…
더구나 사실관계조차 엉망이었던 비방성 의혹들은 결국 그의 성이 윤 씨가 아닌 이 씨라는 간단한 한 줄로 정리되고 말았습니다마는 그저 해프닝이라고 넘기기에는 깊은 씁쓸함을 남겼습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차라리 걱정을 해야 할 사람들은 북쪽의 사람들이 아닐까…
작곡가 윤상과 함께 갈 조용필, 백지영, 레드벨벳, 정인 등의 가수들은 자본주의의 토양 속에서 자라난 대중 예술인들이니 말입니다.
"연필 끝에는 지우개가 달려있다.
연필이 잘못 쓰면 지우개가 지워주고
우리들 마음에도 지우개를 달자
잘못된 생각을 지워버리게"
- 이윤상 군이 초등학교 5학년 때 쓴 동시 (동아일보 1981년 2월 27일)
앞서 말씀드렸던 비극의 주인공 이윤상 군이 초등학교 시절에 남긴 동시의 한 구절입니다.
소년의 시간에서 멈춰야 했던 동심은 오늘(20일)의 이 웃지 못할 논란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