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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라이브] 5·18 소년이 기자가 되어 전한 '전두환 재판'

입력 2019-03-13 15:41

재판장이 부를 땐 두 손 모아 바른 자세
변론 길어지자 꾸벅꾸벅…사과 대신 짜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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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이 부를 땐 두 손 모아 바른 자세
변론 길어지자 꾸벅꾸벅…사과 대신 짜증


"졸던데요" 
지난 11일 광주 법정에 선 전두환 씨를 지켜본 방청객은 이 한마디로 소감을 정리했습니다. 전 씨는 이날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기소돼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 섰습니다. 재판장이 처음 이름을 부를 때는 두 손을 모으며 자세를 바로 했던 전 씨는 이후 변호사의 변론이 길어지자 꾸벅꾸벅 졸기도 했습니다. 사과는 없었고 혐의는 전면 부인했습니다.

1980년 5월의 살벌한 광주를 지켜봤던 7살 아이는 JTBC 기자가 되어 전 씨가 졸며 재판받는 황당한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바로 정진명 기자입니다. 정 기자는 지난 11일 소셜라이브에 출연해 투척물에 대비해 우산을 준비한 법정 경위의 모습 등 TV중계로 볼 수 없었던 법정의 모습을 생생히 전했습니다. 정 기자는 어릴 적 광주에서 사촌형과 계엄군에게 검문검색 받던 기억들도 소개하고 "법정을 취재하면서 마음이 무거웠다"고 전했습니다. 

아이들의 눈도 광주지법에 쏠려 있었습니다. 법원 바로 옆 동산초등학교의 학생들입니다. 전 씨가 들어간 법정을 향해 창문을 열고 "전두환은 물러나라"는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쳤습니다. 학생들의 지켜보던 주위의 어른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거나 구호로 화답했습니다. 현장에 있던 정영재 기자가 초등학생들이 어떻게 전두환이라는 이름을 아는지 묻자 한 시민은 "광주에는 전두환이라는 이름 자체가 악명 높게 구전으로 이어 진다"고 답했습니다.

이번 재판의 핵심은 고 조비오 신부가 증언한 5·18 당시 헬기 사격입니다. 전 씨는 부인하지만 헬기사격은 지난해 2월 5·18특별조사위원회에서 이미 검증된 사실입니다. 5개월간 62만 쪽에 이르는 자료를 분석하고, 190개 군부대·관련기관 방문하고, 군 관계자·목격자 120명을 조사해 나온 결론입니다. 국과수가 검증을 마친 전일빌딩 10층의 150여 개 탄흔 역시 지워지지 않는 증거입니다.  

명백한 증거와 검증 결과마저 잡아떼는 전 씨에게 진심어린 사과 한마디는 역시 무리였을까요. 혹시나 하며 기대했던 광주 시민들이 이날 본 것은 "왜 이래"라는 짜증과 법정에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었습니다. 39년 만에 광주를 찾은 전 씨의 외출은 12시간 만에 그렇게 끝났습니다.

※영상에는 이가혁·류정화 기자가 설명한 전두환 재판 주요쟁점들과 '광주행 12시간' 취재 후기가 담겨있습니다.

(제작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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