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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킹' 이동국, '희생'과 '부진'사이…갈 길은?

입력 2012-06-12 11:12 수정 2012-06-1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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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킹' 이동국, '희생'과 '부진'사이…갈 길은?


팀을 생각하는 헌신적인 움직임인가. 아니면 최전방 지역에서의 고립인가. 축구대표팀 스트라이커 이동국(33·전북)의 플레이에 대한 상반된 평가다.

9일 열린 카타르와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4-1승)에서 이동국은 부진했다. 원톱 공격수로 선발 출장했지만,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김보경(23·세레소 오사카), 이근호(27·울산) 등 좌우 날개 공격수들이 펄펄 나는 동안 상대 수비수에게 꽁꽁 묶였다. 후반에 김신욱(24·울산)의 골을 어시스트해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이동국은 1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카타르전 상황에 대해 해명했다. "상대가 워낙 수비 위주로 나오다보니 볼을 받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고 언급한 그는 "대신 주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위험지역 밖으로 자꾸 나오면 동료에게 찬스가 가지 않는다. 힘들더라도 최전방에서 싸우며 동료들에게 찬스를 많이 열어주도록 하겠다. 측면이 열려야 결과적으로 나에게도 더 많은 찬스가 온다"고 덧붙였다.

이동국의 언급은 카타르전의 부진이 '의도적인 희생'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최강희(53) 대표팀 감독이 밝힌 '밀집 수비 해체 방법'과 일맥상통한다. 최 감독은 12일 기자회견에서 "상대의 밀집 수비를 파괴하려면 측면 쪽에서 적극적으로 돌파를 시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최전방 공격수가 위험지역 한복판에 자리를 잡고 수비수들을 몰고 다니며 교란하면 상대적으로 측면이 느슨해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최 감독의 전술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동국이 솔선수범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동국의 플레이를 '부진'으로 단정짓는 의견도 적지 않다. 카타르전에서 이동국은 동료선수들과 호흡이 맞지 않았다. 한 발 아래 포진한 구자철(23·아우크스부르크)과 여러 차례 동선이 겹치거나 엇갈렸다. 시너지 효과가 드러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상대 수비수를 떼어놓기 위한 움직임도 단조로웠다. 속도와 방향의 변화가 크지 않다 보니 수비수들의 방어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신문선 JTBC 해설위원은 "동료들에게 찬스를 만들어주기 위해 수비를 교란하는 것은 바람직한 플레이"라면서도 "전후좌우로 폭넓게 움직이며 수비를 몰고 다니면 빈 공간을 동료들이 활용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최전방을 사수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이란, 우즈베키스탄, 카타르, 레바논 등 까다로운 상대들과 월드컵 최종예선을 치른다. 최전방에서 공격을 이끌 이동국의 플레이가 '헌신'이냐, '부진'이냐의 여부는 대표팀의 향후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 이는 '박주영 A대표팀 발탁' 논란과도 맞물려 있다. 라이언 킹의 발끝에 축구팬들의 눈길이 모아지는 이유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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