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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실적 나쁘면 '30km 행군'…대기업 하청업체 직원의 눈물

입력 2016-03-07 21:39 수정 2016-03-07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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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대기업 하청업체에서 벌어진 일을 지금부터 보도해드리겠습니다. 삼성전자의 하청업체의 하청업체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하는데요.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 실적이 낮은 직원을 30km 정도 강행군을 시켰다고 하는군요. 신병교육대 행군이 보통 20km가 된다고 하는데,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가혹한 일이 벌어진 것이죠. 업체가 이 행군에 붙인 이름은 '힐링 워킹데이' 였습니다. 과연 '힐링'이었을까.

신진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삼성전자의 하청업체인 다존텍 가전제품 설치기사로 9년간 일해온 마경진씨.

실적압박을 견딜 수 없어, 지난해 8월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마경진/전 설치기사 : 실적이 안 나오면 30km 행군을 시킨다고 하더라고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만 지표를 올리려고 하니까…]

하청을 준 대기업은 제품 설치 5일 후 고객만족도 조사를 합니다.

만족도 점수가 좋으면 재계약에 유리하기 때문에, 하청업체로선 이 평가에 목을 맬 수밖에 없습니다.

다존텍은 2주마다 기사 개인별 고객 만족도 평가를 점검하면서 최고 단계인 '매우 만족'이 98% 이상 나와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기사들은 회사와 이 생태공원을 오가며 도보 행군을 해야 했습니다. 왕복 30km에 달하는 거리입니다.

다존텍은 행군을 '힐링 워킹데이'라고 이름붙였습니다.

[다존텍 관계자 : 대화의 시간을 갖고자 하는 겁니다. 저도 따라가보니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거리를 단축해서 얼마 안 돼요.]

그러면서 지금은 행군을 중단한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사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A씨/다존텍 설치기사 : 인간적으로 회의도 많이 들고 치욕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한번 방문할 때마다 돈을 버는 직업인데 행군 가버리면 10원도 못 벌어요.]

행군 후에 후유증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A 씨/다존텍 설치기사 : 아는 동생 중엔 관절염이 있는데도 행군을 해서, 결국 다음날 일을 못 한 사람도 있어요.]

기사들은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지만, 해고의 두려움 때문에 별다른 항의도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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