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차관을 지낸 70대 아버지가 40대 아들을 살해한 사건이 지난 주말 일본에서 있었습니다. 아들은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히키코모리' 즉, "틀어박혀 있다"는 뜻의 은둔형 외톨이였습니다. 지난주에 있었던 '초등학생 살해 사건'의 범인도 비슷한 경향이 있었습니다. 일본 정부가 한 조사에서는 40살이 넘는 중년의 은둔형 외톨이가 61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회적 문제로도 떠올랐습니다.
윤설영 특파원입니다.
[기자]
도쿄에 사는 76세 구마자와 히데아키가 아들을 향해 칼을 휘두른 것은 지난 1일이었습니다.
아들 에이치로는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히키코모리, 즉 '은둔형 외톨이'었습니다.
[이웃 주민 : (일을 하는 것 같았습니까?) 아니요. 일 안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농림성 차관 출신인 아버지는 경찰 조사에서 4일 전 발생한 가와사키 초등학생 살해사건이 떠올라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사건 당일 집 근처 초등학교에서 운동회를 하자 아들이 "시끄럽다"며 "죽여버리겠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아버지는 "아들이 사람을 해칠지 몰라 불안했다"며 "주위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고 진술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에서는 이른바 '8050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중년 히키코모리와 고령의 부모가 경제적, 사회적으로 고립되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지난달 28일 초등학생 등 20명의 사상자를 낸 '가와사키 사건'의 범인도 50대의 히키코모리 경향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80대 친척과 함께 살았지만 밖으로 거의 나오지 않았고 직업도 없었습니다.
올 3월 일본 정부가 처음 실시한 조사에서 전국의 40대 이상 히키코모리는 61만 명으로 나타났습니다.
1990년대 20~30대였던 히키코모리 청년이 방에 틀어박힌 채 중장년이 된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히키코모리를 잠재적 범죄자로 봐서는 안 된다면서 사회적 고립을 막을 대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박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