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오갈 곳 없는' 후쿠시마 원전 폐기물…지역주민만 '분통'

입력 2015-10-12 18:48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오갈 곳 없는' 후쿠시마 원전 폐기물…지역주민만 '분통'


동일본 대지진 발생 5년째에 접어들었지만, 후쿠시마(福島) 지역 주민의 피해는 여전하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폭발로 인한 방사성 오염물질 제거(제염)작업을 한 폐기물 보관장소를 두고 일본 주민들 사이에서 '낫 인 마이 백야드(Not In My Backyard)', 님비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피해는 후쿠시마 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정부의 허술한 대처로 지난 3년간 제염 폐기물 포대를 임시로 보관해온 후쿠시마 (福島)지역의 토지 주인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고12일 산케이(産經)신문이 보도했다.

"3년 간의 한시적 보관"이라는 정부의 말만 철썩 같이 믿고 땅을 내준 토지 주인들이 3년이 경과한 후에도 장소 사용이 연장되자 "약속이 다르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도 제염 폐기물 처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본 정부는 폐기물 처분장을 미야기(宮城), 도치기(栃木), 치바(千葉), 이바라키(茨城), 군마(群馬) 다섯 현에 한곳씩 건설할 계획이었으나, 관련 법 개정을 미루고 유지할 방침이다.

지난 5일 마이니치(每日)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미야기현 구리하라(栗原)시 등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장소 후보지로 선정했지만, 지방 자치 단체와 주민의 반대로 실현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다.

후쿠시마의 폐기물 처리장소를 철거하지 않으면, 복구가 진행되지 않을 뿐더러 폐기물을 넣은 포대가 그대로 노출돼 있어 심리적으로 주민들의 귀환을 막을 우려가 있다.

주민들의 귀환을 막는 것도 문제지만, 토지 주인들의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정부는 3년이라고 했었다. 그 동안 (중간 저장 시설로) 옮겨줄 거라고 생각했다. 약속을 지키기 바란다"고 후쿠시마 현 가와우치(川内)촌에서 축산업을 하는 이가리 무네토시(猪狩宗利, 83)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가리는 방사성 물질이 담긴 포대를 일본 정부의 요구에 따라 자신의 밭에 임시 보관했다. 폐기물이 담긴 봉지 100여 개의 봉지는 검은 비닐시트로 덮였으며, 그 주위는 펜스로 둘러싸여 있다.

원래 밭에서는 소를 먹이기 위한 목초를 길렀다. 그러나 원전 사고 이후 방사성 물질의 영향으로 이 밭에서 자란 목초를 먹일 수 없어 해외에서 수입한 목초를 살 수밖에 없었다. 연간 100만엔 (약 1000원) 이상의 지출이다.

3년 동안 이 같은 손해를 감수하며, 한시적으로 땅을 내주었는데, 일본 정부가 장소 사용을 연장하려 해 목초를 키우지 못하는 농가의 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땅을 사용할 수 있게 되더라도, 당장 사용할 수도 없다. 방사성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을 해야 하고, 파종을 하고 방사성 물질의 농도를 측정하는 검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로부터 설명은 있었지만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할 뿐 언제쯤 폐기물 포대를 가져간다는 말은 없다. 시기를 분명하고 싶다"고 이가리는 말했다. 그는 오갈 곳 없는 폐기물 앞에서 조용히 분노를 삭혔다.

후쿠시마 지역 주민들의 피해는 이뿐이 아니다. 올 여름 동일본 지역을 강타한 폭우로, 후쿠시마현 도미오카마치(富岡町)에서는 제염 폐기물 포대 240개가 유출됐다. 그 중 2개는 찢어져 내용물이 유실돼 주민들 사이 공포심이 확산되기도 했다.

(뉴시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