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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수치심' 용어 바꾸자" 불지핀 '레깅스 몰카' 사건

입력 2021-05-23 16:52 수정 2021-05-23 17:54

검찰서도 "내부 규칙 바꾸자"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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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서도 "내부 규칙 바꾸자" 권고

이른바 '레깅스 불법 촬영물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2018년 30대 남성이 버스 안에서 레깅스 바지를 입고 있던 피해자의 하반신 등을 8초 동안 몰래 찍다가 적발됐습니다. 이 남성을 성폭력 가해자로 처벌하느냐를 놓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 '성적 수치심' 해석 따라 갈린 판결
이른바 '레깅스 불법 촬영물 사건' 피해자는 경찰 조사에서 ″기분이 더럽고,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나, 왜 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했습니다.이른바 '레깅스 불법 촬영물 사건' 피해자는 경찰 조사에서 ″기분이 더럽고,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나, 왜 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2018년 11월, 1심을 맡은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유죄라고 봤습니다. 이 남성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하고 24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휴대전화 1대 몰수도 명령했습니다.

2019년 10월, 2심을 맡은 의정부지법은 1심을 깨고 무죄로 판결했습니다. 이 남성이 찍은 피해자의 신체 부위가 성폭력처벌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에 나오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겁니다.
현행 성폭력처벌법 조항 (국가법령정보센터 사이트 갈무리)현행 성폭력처벌법 조항 (국가법령정보센터 사이트 갈무리)

그런데 지난해 12월 또 뒤집혔습니다. 대법원 1부가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낸 겁니다. 촬영하거나 촬영 당했을 때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경우'로 봐야 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성적 수치심은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으로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분노와 공포, 무기력, 모욕감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봤습니다. 피해자의 다양한 피해 감정을 존중받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파기환송심 첫 재판은 아직 열리지 않았습니다.

'수치심'은 '다른 사람들을 볼 낯이 없거나 스스로 떳떳하지 못함'을 의미합니다. '성폭력 피해자가 왜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느냐'는 비판이 지속해서 나왔습니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 반영된, '피해자다움'을 강요한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습니다.

성폭력 사건을 수사하는 검·경에 주목했습니다.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가 각각 맞닥뜨리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경찰청은 2019년 10월 '범죄수사규칙' 제202조에 있던 '수치심' 표현을 '인권 침해에 따른 불쾌감'으로 바꿨습니다. 이에 더해 검찰도 내부 규칙에 나와 있는 '성적 수치심'이란 표현을 '성적 불쾌감'으로 바꾸도록 각 부서에 권고한 것으로 JTBC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 관련 리포트
[단독] 논란됐던 '성적 수치심'을 '불쾌감'으로..검찰, 표현 바꾼다 → 기사 바로가기 :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06268

■ "성적 수치심→성적 불쾌감" 규칙 개정 권고

대검 소관 1개 훈령과 3개 예규에 '성적 수치심' 표현이 들어가 있습니다.

앞서 대검 양성평등정책관실은 지난해 여가부 관련 지침을 근거로 5개 성별영향평가 지표를 설정한 뒤, 대검 소관 훈령 40개와 예규 230개 총 270건에 대해 성별영향평가를 실시했습니다. 이 과정에는 부서에 소속된 여성학자 1명도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검찰 양성평등정책위원회는 대검 대회의실에서 1차 회의를 열고 위원 11명(외부위원 9명 포함) 만장일치로 내부 규칙 개정을 권고하도록 의결했습니다. 대검은 성별구분, 고정관념, 차별적 표현 등이 담긴 대검 소관 훈령 9개, 예규 35개를 개정하라고 각 부서에 권고했습니다. 여기에 '성적 수치심' 표현도 포함된 겁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대검 훈령 개정 권고
▶대검찰청 공무직 등 근로자 관리지침(제265호)
(제52조) '성적 수치심'→'성적 불쾌감' (개정 권고)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가 조사 과정에서 '성적 수치심' 등을 느끼지 아니하도록 해야 한다."

▶▶대검 예규 개정 권고
▶아동학대사건 처리 및 피해자지원에 관한 지침(제738호)
(제34조) '피해아동의 수치심을 자극하는 질문 등을 하는 경우'→'피해아동에게 불쾌감을 주는 등 인권침해 우려가 있는 경우' (개정 권고)

▶범죄피해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지침(제777호)
(제18조) '수치심'→'성적 불쾌감' (개정 권고)
"검사는 성폭력·성매매·가정폭력 범죄의 피해자를 조사하는 경우에는 제출된 증거자료 중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물은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도록 한다."

▶성폭력사건 처리 및 피해자 보호지원에 관한 지침(제1000호)
(제27조) '성적 수치심을 자극하는 질문'→'성적 불쾌감을 주는 질문' (개정 권고)
(제35조)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성적 불쾌감을 주는 등 인권침해 우려가 있는' (개정 권고)

하지만 실무 부서 중 이런 개정 권고를 반영한 곳은 극히 일부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개정 상황과 개정 권고가 잘 반영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짚어보겠습니다.

신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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