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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독구말'…80년대 멈춰선 그 골목 '마지막 인사'

입력 2018-12-02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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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도심에 시간이 80년대에 멈춘 듯한 동네가 있습니다. 시간의 변화를 조금은 비껴간 이 동네는 내년부터 철거가 시작되는데요.

머지 않아 사라지게 될 마을의 마지막 순간을 이수진 기자가 담아왔습니다.
 

[기자]

오래된 이발기를 펼쳐놓고 기다려보지만, 이제 손님은 오지 않습니다.

허름한 이발소는 30년 동안 마을 사랑방이었습니다.

[백학수/91년도 정착 : 마음이 좋을 리 있겠어요. 손님들이 한 분 한 분 떠나고 있는데 마음이 좋을 리 없지.]

40년 넘은 세탁소도 문 닫을 준비를 합니다.

1980년대 최루탄 냄새 가득했던 골목의 기억, IMF 외환위기 때 잠시 문을 닫았던 애환을 이제 모두 접고 떠나야 합니다.

[김승원/73년도 정착 : (세탁물을) 찾아가라고 써 붙여야죠. 그래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결정이 안 되니까 못 붙이고 있고…]

행정명은 이문1동.

지금은 재개발 이문 3구역으로 불립니다.

도꼬마리란 야생 풀이 많이 나서 '독구말'로도 불렸습니다.

해방과 전쟁, 경제 개발 시기를 지나면서 서민들이 모여 살았습니다.

한달 10만 원짜리 달방 여관도 아직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 낡은 골목, 오래된 기억들은 대형 아파트 단지로 변합니다.

오래된 골목의 시간이 지워지는 걸 아쉬워하는 사람들은 마을의 마지막 모습을 영상에 담았습니다.

주민과 학생들이 모여 상영회를 열었습니다.

[구청 관계자 : 이웃이 서로 이야기 할 수 있는 동네가 좋다고 아파트를 거부해서 가는 사람들이 많아요, 나이 드신 분들이.]

이주가 시작되고 석 달 만에 4000가구 가운데 800여 가구가 떠났습니다.

낡은 대문, 얽힌 전선, 복잡한 골목은 이곳에 살던 주민들 기억 속에만 남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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