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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신인류는 새로운 고민에…'호모 헌드레드 시대'

입력 2016-05-09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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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추적추적 늦은 봄비가 내리던 날에 행사장에는 지붕이 없었습니다.

어버이날을 이틀 앞두고 열린 행사.

흩뿌리는 비에 의자는 젖어있었고 우비를 받아든 노인들은 지붕 없는 야외 행사장에서 비에 젖은 도시락으로 점심을 대신했습니다.

'백세시대'라는 말이 유행가 가사에도 나오는 요즘, '호모 헌드레드'라 칭해지는 신인류는 이렇게 새로운 고민에 빠졌습니다.

독거노인 144만 명 시대. 생계를 위해서 폐지를 주워야 하고, 자선단체의 무료식사를 위해서 혹은 500원의 동전을 받기 위해서 순례길에 나서는 사람들.

"노년은 전투가 아니다. 대학살이다"

미국의 작가 필립 로스가 이렇게 칭했듯이 나이듦과 존엄… 원숙함과 연륜이 가득해야 할 노년은 치열한 '생존'과의 싸움과 고립되지 않으려는 '욕망'으로 변모했습니다.

그 안간힘 속에서 그들의 이름 '어버이'란 단어는 때로는, 경우에 따라서는… 존경이 아닌 비아냥의 대상으로 변모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정황은 갈수록 뚜렷이 드러납니다. 오늘 뉴스룸이 전해드린 내용에 따르자면 어버이연합과 유착된 의혹을 받는 청와대 행정관들.

그들이 과거 몸 담았던 보수단체에 어디선가 수십억 원의 돈이 지원되어 왔다고 하고, 정부의 자금지원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관제시위. 그 낡은 이름을 위해서 누군가는, 경제적으로 기층에 있고, 사회적 관계에서 고립돼 있는 노년들을 단돈 2만 원짜리 부품으로 사용했습니다.

아니 '누군가'라고 에둘러 얘기할 필요도 없이 그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경제·사회적 최약자를 싼 값에 이용한 바로 그 사람들… 우리는 다 압니다.

그러는 사이 이런 최약자들이 '어버이' 란 이름을 스스로 강조하는 세상에서 어버이날… 그리고 어버이라는 이름은 대한민국에서 본의 아니게 두 가지의 다른 뜻을 갖게 된 현실…

비옷을 입은 채 젖은 도시락을 손에 쥔 어버이.

그리고 뜨거운 아스팔트에서 고성을 지르는 어버이.

'호모 헌드레드' 시대를 사는 그들의 머리 위에는 하나같이… 뜨거운 태양과 비바람을 막아줄 지붕이 없었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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