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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 '골냄새' 맡는 솁첸코에게 희망을 보아라

입력 2012-06-1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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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리 솁첸코(36)는 늙었다. 그러나 골 감각은 무뎌지지 않았다. 그는 12일 키예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2012 D조 스웨덴과 첫 경기에서 두 골을 넣었다. 0-1로 뒤지던 후반 10분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쏜살 같이 달려들어 머리로 밀어 넣었고, 7분 뒤에는 왼쪽에서 올라온 코너킥을 잘라 들어가 헤딩슛으로 돌려놨다. 딱 공 하나가 들어갈 공간을 놓치지 않고 꽂아 넣었다. 우크라이나는 스웨덴을 2-1로 꺾었다. 우크라이나는 같은 조의 잉글랜드와 프랑스가 1-1로 비긴 틈을 타 D조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솁첸코의 두 골은 지구 반대편의 이동국(33·전북)에게 희망을 줬다. 솁첸코는 이탈리아 세리에A AC에서 7시즌 동안 127골(226경기)을 넣으며 무결점 스트라이커라 불렸다. 그러나 대표팀에서는 달랐다. 그는 109경기에서 48골이나 기록했지만 2006 독일 월드컵 이외의 메이저 대회에는 명함도 내밀지 못했던 것이다. 유로 무대는 한 차례도 밟지 못했다. 간절했다. 자국에서 열리는 유로 2012를 기다렸다. 지난해 그는 무릎과 허리에 부상이 있었고, 올레그 브로힌 우크라이나 감독과 마찰도 있었다. 그러나 솁첸코의 집념에 브로힌 감독도 두 손을 다 들었다. 서른 중반을 훌쩍 넘긴 나이였지만, 스웨덴 전에서 경험의 힘을 보여줬다. 골 냄새를 맡는 능력은 여전했다. 솁첸코는 "이번이 내 마지막 대회다. 주장 완장의 책임감을 느끼면서 뛰고 있다"며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오니 10년은 젊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국에게도 메이저 대회는 악몽과 같다. K-리그에서는 정상급 공격수(291경기·122골)로 통한다. A매치에서도 28골(84경기)을 넣었지만, 월드컵에서는 교체로 출전해 59분을 뛴 것이 전부다. 2007년 아시안컵에서는 음주파문으로 홍역을 앓았다. 이제 그는 마지막 메이저 대회로 브라질 월드컵을 보고 있다. 이동국도 골 냄새를 맡는 재능이 있다. 솁첸코의 골은 이동국에게 자극제이자 희망가로 들렸을 것이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때 이동국은 35세가 된다. 지금의 솁첸코보다 한 살 어리다.

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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