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헌법상 보장된 임기를 1년7개월여 앞두고 돌연 사의를 표명한 양건 감사원장의 이임식이 열린 감사원은 오전부터 모여든 취재진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지난 23일 양 원장의 사의표명은 감사원 직원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을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졌고 각종 의혹과 추측들에도 불구하고 양 원장이 침묵을 지켜 왔기 때문에 이날 이임사에서 밝힐 사퇴 배경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관용차를 타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에 마지막으로 출근한 양 원장은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없이 취재진 사이를 빠져나갔다.
약 한 시간 뒤인 오전 11시께 이임식이 준비된 감사원 제1별관 대강당에 들어서면서도 마찬가지였다 행사 시작 30분전부터 모여든 230여명의 감사원 직원들도 이날 이임식의 무거운 분위기 때문인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단상에 올라선 양 원장은 자신이 직접 작성해 온 이임사를 양복 주머니에서 꺼내 읽었다. 670여자의 짧은 이임사를 읽어내려가면서 표정에는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오늘 감사원을 떠납니다"로 시작되는 이임사에서 양 원장은 사퇴 결심이 '개인적 결단'임을 분명히 하면서도 감사원의 '직무 독립성 및 정치적 중립성'을 위협하는 '외풍'이 있었음을 언급했다.
그러나 누구에 의한, 또 무엇에 대한 외풍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궁금증을 키웠다.
임직원과의 기념촬영이 예정된 감사원 잔디마당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양 원장은 '청와대 인사개입설', '4대강 감사 외압설' 등의 의혹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기념촬영 때에야 비로소 옅은 미소로 표정의 변화를 보였던 양 원장은 감사원 주차장에 도열한 직원들과 마지막으로 악수를 나눴다. 감사원 직원들은 "건강하세요",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등의 인사를 건넸고 양 원장은 웃으면서 "고생들이 많았다", "수고 많이 했다"고 격려했다.
여직원들로부터 꽃다발을 증정받은 양 원장은 섭섭함이 묻어나는 듯한 미소를 지어보여 화답했고 직원들의 박수 속에 29개월 간의 감사원 생활을 마무리하고 떠났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