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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서로의 냄새를 맡을 기회가 없으니…'

입력 2019-06-04 21:18 수정 2020-02-0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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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다 알려진 내용이니까 이 정도로는 스포일러가 되는 건 아니겠지요.

영화 '기생충'의 두 축은 반지하 좁은 집에서 생활하는 가난한 가족과 젊은 나이에 부와 명성을 누리고 사는 부유한 가족.

봉준호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그들은 서로 만날 일이 없습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은 동선이 겹치지 않기 때문에 서로의 냄새를 맡을 기회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영화에서 이 냄새는 냄새 그 자체이기도 하고 메타포, 즉 은유이기도 합니다.

이를 좀 더 확장해서 적용해보자면…

서로의 냄새조차 맡지 못하는 사정은 남과 북 역시 마찬가지였던 모양입니다.

숙청되었다고 알려진 사람이 버젓이 공식 석상에 나왔고 근신설이 나돌았던 인물 역시 자리를 지킵니다.

["처형됐다"던 북한 외교관(김혁철) 살아있다]

심지어 오늘 보도해드릴 내용에 따르자면 처형됐다는 사람은 그 이후에 찍힌 사진이 있다고도 하지요.

하긴 그 이전에도 처형되었다던 사람이 공연을 하러 내려온 적도 있었습니다.

냄새를 못 맡은 것인가… 잘못 맡은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맡고 싶은 냄새만 맡은 것인가…

그리고 어제. 나란히 앉아 설전을 주고받은 두 사람.

이승만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나라 건국" 
"개인의 자유 탄압"

북한 핵무기는…
"적화통일 위한 것"
"미국이 상대해주지 않기 때문"

생각은 마디마디 달랐고, 인정했으나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군소정당 위한 제도"
"국민 지지 반영하자는 것"

지금 대한민국은…
"좌우익 대립 시절보다 심각"
"해방정국 비교는 과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쏟아졌던 관심은 시민들이 느끼는 갈증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은 대화와 토론 대신 바야흐로 비난과 막말이 무성한 시절이니까요.

"서로의 냄새를 맡을 기회가 없다"

그것은 부자와 빈자…

혹은 남과 북이 아니어도 우리가 늘 보아오고 실감했던 일이지요.

싫은 냄새도 자꾸 맡으면 무감해지기도 한다는데…

어제의 그 두 사람이 맡은 냄새는 서로에게 어떤 감상을 남겼을지 자못 궁금해지는…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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