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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르라?" 천태만상 발레파킹

입력 2015-10-0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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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도를 넘어선 발레파킹, 오늘 밀착카메라에서 다루겠습니다. 주차공간이 있는데도, 발레파킹을 해야 한다는 강요를 받는 곳들이 있다는 건데요.

박소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레스토랑과 커피숍이 즐비한 서울 강남의 한 골목길입니다. 가게 곳곳마다 대리주차 서비스인 발레파킹을 알리는 안내판이 즐비합니다.

고급 식당에서나 제공했던 대리주차 서비스가 이곳에선 의무 사항이 됐습니다.

[권새롬/운전자 : 주차공간이 있긴 했는데 굳이 발레 주차를 해야 한다고 해서 맡겼거든요.]

취재진이 직접 차를 몰고 서울 청담동을 찾았습니다.

잠시 커피 한 잔을 사서 나오겠다고 했지만 발레파킹을 해야만 했습니다.

[대리주차 점원 : (저희가 주차할게요.) 어차피 발레비용 내셔야 해요. 여기 강남은 무조건 받더라고요.]

잠깐 자리를 비우는데 대리주차 비용을 청구했습니다. 심지어 이 구역은 다른 지역보다 비싼 3천원이나 됐습니다.

1인당 8천원짜리 부대찌개를 파는 식당에서도 발레파킹은 무조건이었습니다.

[대리주차 점원 : (주차공간이 있는데도 발레파킹을 맡기는 거예요?)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라야죠.]

한 영화관은 발레파킹 비용을 아예 주차 요금에 포함해 청구합니다.

[영화관 이용객 : (발레파킹 비용은 얼마였어요?) 주차 포함해서 만 원이라던데요?]

이렇게 발레파킹된 차들은 어디에 주차되는 걸까.

[이형희/운전자 : 좀 불안한 점이 있죠. (맡긴) 차량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니까.]

취재진이 들여다 보니 갖은 편법과 불법을 동원하고 있었습니다.

노란선 안쪽은 보행자 공간입니다. 즉 주정차 금지 구역입니다.

하지만 보시는 것처럼 차량 여러대가 주차돼 있습니다. 도로를 빼앗긴 보행자들은 위험스럽게 차도로 걷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이곳은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입니다. 지정된 차량 한 대만 주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시는 것처럼 제 허리 높이만 한 빨간 고무 원뿔이 세워져 있습니다. 대리주차 업주들이 이곳을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겁니다.

밤이 되면 상황이 더욱 심각해집니다.

술집이 몰려있는 서울 논현동의 한 골목길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행인과 차량과 뒤엉켜있는데요, 주차할 공간이 좁다보니까 이렇게 공간만 생겨도 차량과 오토바이가 줄지어 주차돼 있습니다.

발레파킹을 기다리는 차들이 골목 하나를 차지해버리기도 합니다.

[운전자 : 기사 분이 부족하니까 없어. 다 어디 차 대러 갔어.]

구청과 경찰이 불법 주정차 단속을 벌여도 업체들은 막무가내입니다.

[불법 주정차 단속반 : (아니 그러면 영업하지 말라는 거야? 나 세금 낸다.) 공무집행 방해입니다. (네가 가.)]

[이용달 팀장/서울 강남구 주차단속팀 : 싸움을 걸어요. 시간을 끌어야지 다른 차를 뺄 수가 있으니까. 욕설도 하시고 단속원을 밀쳐서 넘어트리는 경우도 있고.]

발레파킹 업체는 서울 강남에서만 1000여 곳이 영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부분 사업자 등록도 하지 않고 사고가 났을 경우에 대비한 보험조차 들지 않았습니다.

지난 4월 이모 씨는 대리주차를 맡긴 후 문이 벽에 부딪치는 '문콕' 사고를 당했지만, 수리비는 물론 사과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대리주차 피해자 : '유쾌하지 않으실 텐데 유감입니다.' 라든지 그런 사과의 말씀을 해줄 줄 알았는데 막무가내로 하니까.]

관련 법이 없다 보니 해당 구청은 주차단속만 할 뿐 행정지도나 제재 권한이 없습니다.

차키를 맡기면 주차를 해주는 일종의 서비스였던 대리주차가 일부지역에서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사항이 돼버렸습니다.

때로는 운전자에게도 보행자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는데, 도를 넘어선 대리주차 서비스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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