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 '측정기'를 설치한다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었습니다. 실제로 경남교육청이 관내 860여 개 초등학교에 측정기를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운영 실태는 엉망이었습니다. 앞으로 다른 지역들도 뒤따라 시행할텐데 참고할 점이 많아 보입니다.
배승주 기자입니다.
[기자]
경남 함안의 한 초등학교에 설치된 실시간 미세먼지 측정기입니다.
취재진이 이 학교를 찾은 지난 23일 오후, PM2.5 농도가 ㎥당 484㎍으로 표시됐습니다.
매우나쁨 기준의 6배가 넘습니다.
같은 시간 가까운 공식 측정소에서는 ㎥당 10~11㎍으로 측정됐습니다.
[함안 ○○초등학교 교감 : 기계 오작동이 아닌가 싶습니다.]
같은 측정기를 설치한 경남 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2월 2일 아침 8시 PM2.5 농도가 ㎥당 413㎍으로 측정된 겁니다.
경남교육청은 지역 초등학교와 유치원 860여 곳에 이 측정기를 설치했습니다.
월 3만 8000원 렌탈비를 내는 간이측정기인데 정확도가 64%에 그치는 제품입니다.
[김승희/국회 미세먼지특별위원회 간사 : 측정을 해도 그 수치를 믿지 않게 되고 그러니까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게 되는 게 더 큰 문제죠.]
실제 지금까지 10개 학교에서 ㎥당 300㎍ 이상 측정치가 나왔지만 단 한번도 대응조치를 한 적이 없었습니다.
경남에 이어 강원, 서울교육청도 학교에 측정기 설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측정기 개수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합니다.
그보다는 인접한 학교를 묶어 구역화하고 정확도가 높은 측정기를 설치하는 방안이 더 효율적이라는 겁니다.
또 설치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정확한 매뉴얼을 마련해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때마다 엄격하게 지키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