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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18회] 전대미문의 검거 작전 된 '유병언 찾기'

입력 2014-06-15 23:04 수정 2015-03-0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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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검경과 유병언 전 회장의 숨바꼭질은 밀항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전대미문의 검거 작전으로 커졌습니다. 군 병력이 동원돼 전방위 압박 수색에 나선 것은 물론 전국 반상회에까지 유병언 현상수배 전단지가 돌았습니다. 하지만 수색이 장기화되고 대형화되면서 그 후유증도 클 것으로 전망됩니다.

[기자]

지난 13일 새벽 4시 목포북항.

크고 작은 고깃배들이 조업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국내 대표적인 밀항 루트로 꼽히지만 대부분의 어민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어민 : (평소보다 해경이나 이런 데서 검문하러 자주 나오나요?) 그런 건 잘 모르겠네요. 어저께 보니까 해경, 뭐 그 차는 왔다 갔다 하더래요. 하루에 한두 번씩 왔다 갔다 했었대. (몰래 타면 되는데 직접 배를 수색한다든지….) 옛날에 전두환 시절 때 그때쯤 했어. 배 와서 검문 검색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런 거 안 하대.]

현재 목포시에 등록된 어선만 1천여 척, 여객선 등을 합하면 1천500여 척에 달합니다.

순찰도 형식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남 목포 어민 : (불편하지 않나요 해경이 순찰하는데?) 오기는 와요. 그렇게 성가시지는 않아. 그 사람들도 눈치 보니까. 가려고 마음먹으면 가버리지.]

현지 어민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나갈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조성진 선장 : 이쪽이 전부 항이 많아요. 이쪽에. 해경에서 다 수색할 수 없으니. 무궁무진하게 많아요. 전부 다. 이쪽에.]

구원파 신도들이 많은 해남과 신안에서 밀항이 더 쉬울 거라고 말합니다.

[조성진 선장 : (그럼 해남 이런 쪽에도 가능성이 있겠네요?) 그렇죠. 이런 데도 전부 보시다시피 항이 참 많아요. 마음만 먹으면, 배가 있으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나갈 수 있죠. 사람들 많이 있는 데서는 (밀항을) 하기가 힘들잖아요.]

실제 검경은 지난 8일 검사와 수사관 50~60명을 해남에 급파했습니다.

이곳에 있는 기독교복음침례회 즉 구원파 교회 건물, 그리고 구원파가 운영하는 영농조합법인 건물을 수색하기도 했습니다.

[영농조합관리인 : (유병언이) 가고 오는 건 난 모르지. 내가 무슨 상관이 있어. 유병언이랑 우리랑 상관없어. 우리는 교회잖아 교회.]

현지 경찰은 그물망 같은 포위망으로 밀항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현지 경찰 : 지금 이쪽에는 전부 매복경비 다 들어가 있어요. 요소요소에 다 들어가 있어요. 군까지 동원해가지고. 저희 직원들도 지금 매복 다 들어가 있고. 각 00에 군인들이 전부 다 매복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쪽에서는 거의 활동을 못할 거예요. 유병언이 할애비도 (못해.)]

하지만 현지 어민들은 달라진 게 없다고 말합니다.

[전남 해남 어민 : 한 15일 전에. 시체 찾으러 다녔어 그 때는. 유병언이 잡으러 다닌 게 아니라. 세월호 시체 찾으러 댕겼어. 요즘은 조용하지.]

[전남 해남 어민 : 말뿐이라고 생각해 우리는. 땅끝 이야기 나오고 그러는데 말뿐이지. 유병언이 신도들이 있다며. 구원파 신도들이 있어갖고 TV에 나오더만. 황산면에.]

일각에선 해남과 완도의 경우 중국 조업 어선이나 밀수 어선이 자주 출몰해 밀항이 더 쉽다고 지적합니다.

[전남 완도 선장 : 해남에서 가게 되면 주위 섬들로 자주 갈 수도 있는 것이죠. 12545 (완도에선) 남도나 해남 땅끝에서 보길도랑 진입해 가지고, 소흑산도 황해로 가면 금방 공해상이란 말입니다. 주위에서 중국 어선들 하고, 접선을 해가지고 중국으로 나갈 방법이 있고….]

이처럼 소규모 섬을 통한 밀항 가능성이 높아지자 검찰은 일부 취약 지역에 수사관을 늘리고 군 병력까지 파견했습니다.

전남 신안군의 섬들이 대표적입니다.

주민 수가 7천명도 안 되는 작은 섬 압해도의 경우 지난 13일 금요일부터 육군 병력을 중심으로 해안가와 폐건물, 폐가 등을 중심으로 24시간 수색 체제에 들어갔습니다.

유 전 회장 장남 대균씨가 소유하고 있는 염전이 위치한 도초도도 마찬가집니다.

해군은 초계기와 해안 레이더망 등 첨단장비까지 동원해 인근 섬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밀항에 예민한 것일까.

지난 2008년 4조원대의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씨는 충북 태안을 통해 밀항을 시도했습니다.

한번은 공해상에서 중국배를 만나지 못해, 또 한 번은 높은 파도 때문에 되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세 번째 끝에 성공해 중국에 숨어 들어갔고 아직까지 정확한 생사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4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전북 김제 ‘마늘밭 110억원 사건’의 주범 이모씨 역시 서해를 통해 중국으로 밀항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 전 회장이 밀항에 성공한다면 유 전 회장 일가 비리는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밀항에 대한 집중 단속과 함께 수사망도 전국으로 넓어졌습니다.

지난 13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의 한 마을에 주민들이 모였습니다.

도피 중인 유병언 전 회장 검거를 위한 임시 반상회가 열린 겁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농번기지만, 주민들은 어렵게 짬을 냈습니다.

[박운남/이장 : 신속한 검거를 위해 주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대부분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잡겠냐.]

비슷한 시각, 서울의 한 주민센터에서도 임시 통장회의가 열렸습니다.

유병언 전 회장의 인상착의와 신고보상금 등이 적힌 특별 반상회보도 배포됐습니다.

[김선배/서울 사당2동장 : 유병언 5억원, 유대균 1억원입니다. 딱 잡아서 5억 내지 1억, 6억을 받을 기회가 됐으면 좋겠고.]

전국적인 임시 반상회는 지난 1996년 동해안 무장간첩 침투 사건 당시 열린 바 있습니다.

하지만 수배자를 검거하기 위해 임시 반상회가 열린 건 처음입니다.

이날 전국에 열린 임시 반상회가 열린 곳만 24만 곳에 달했습니다.

검경이 추가로 확인한 유 전 회장의 신체적 특징도 반상회에서 공지됐습니다.

왼쪽 두 번째 손가락이 잘려 지문이 없고, 네 번째 손가락도 일부 절단돼 왼손을 오므리고 있거나 장갑을 끼고 다닐 수 있다는 겁니다.

[이춘익/서울 노량진2동 10통장 : 유병언 씨 (왼쪽) 손가락이, 마디가 손상돼서 이렇게 구부리면 (감출 수 있다는 거야.)]

군 병력과 반상회까지 동원되며 유례없는 검거 작전에 나서고 있지만, 성과는 아직 미약합니다.

결국 검찰은 지난 11일 김 엄마와 양씨 등 유 전 회장의 핵심 측근들을 찾기 위해 다시 안성 금수원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이틀동안 1만명이 동원돼 금수원 내 대강당과 주택들, 유 전 회장의 작업실 등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하지만 ‘김 엄마’ 등 측근 검거엔 실패했고, 유 전 회장의 도피 단서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검경은 금수원 내 지하공간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민간업체의 첨단 탐지 장비까지 도입해 살폈지만 마찬가지 결과였습니다.

[조계웅/구원파 전 대변인 : 구원파 전 신도라는 5~6명이 쏟아내는 소설을 대한민국 검찰까지 믿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검경을 구원파는 오히려 궁지로 몰기도 했습니다.

수사관 일부가 압수수색 도중 낮잠을 자는 장면들을 촬영해 공개한 겁니다.

검찰은 공직자로서 옳지 못한 처신이었다고 인정해야 했습니다.

검찰이 얼마나 준비를 갖추지 못하고 급히 움직였는지, 또 검거에 얼마나 다급하게 쫓기고 있는지 보여주게 된 셈입니다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일부 주민들은 불편함을 호소합니다.

특히 유 전 회장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전남 지역 주민들은 잇따른 검문검색과 가택 수색에 불만을 표출합니다.

[전남 보성 주민 : 처음에는 경찰관이라 그래서, 뭐 때문에 그러냐고, 죄 지었냐고. 기분이 좀 언짢아요. 유병언 체포를 걱정하는 한 사람이고 난 상관도 없는데….]

[순천 휴게소 관리자 : 여기가 유병언이 나타났다는 그 휴게소인지 알고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도저히 장사를 못할 정도입니다.]

5억원에 달하는 포상금 때문인지 근거 없는 목격담도 난무합니다.

[순천 시민 : 검문검색을 저쪽에서 차량만 거시기 했고. 말 들어보니깐 수류탄하고 권총도 갖고 있단 소리가 있던데.]

취재 도중 구원파 교회로 제보를 받았던 곳도 막상 가보면 대부분 평범한 교회였습니다.

[목사/여수성암교회 : 28년 목회했던 전임 목사님, 전에 목회하신 분이 계실 때 그런 일이 있어서 결국은 그런 사람들 때문에 어려움을 당해서 그 분들이 교회를 떠났습니다. 그렇게 보면 30년이 넘는 오래된 이야기죠.]

마을에 구원파 신도가 있다는 것만으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광양주민 : 파출소장님이 이번에 느랭이골에 (유병언) 떴다고 해서 난리 났지. 나는 매실 하느라 몰랐는데, 유병언이 (나와) 파출소에서….]

하지만 담당 경찰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입니다.

[경찰 : (유병언) 나타났다가 아니라 어디에 가서 신도들이 많이 있으니 유병언이가 있을지 모르니까 수색을 해 봐라 그랬죠. 그 신고 말고도 한 분이 와서 여기 사우나 있는데 리모델링 해. 왜 잘 있다가 리모델링 하지. 그 분이 돈 많다, 구원파와 관련있지 않나. 경찰은 신고하면 다 조사해야 하니….]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유 전 회장 검거 후에도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거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어느 정도 물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분석입니다.

지금까지 수사 당국이 밝혀낸 유 전 회장의 혐의는 세월호 참사의 직접 책임이 아니라 개인 비리 뿐이라는 겁니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 영장에 적시된 혐의도 약 1천3백억원의 회사 자금 횡령과 배임·탈세 등으로 알려졌습니다.

유 전 회장 이름이 적힌 청해진 해운 조직도 등을 찾아냈지만, 이것만으로 세월호 참사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박주민 변호사 : 구속 영장을 통해서 검찰이 유병언의 혐의로 주장하고 있는 횡령이나 배임은 이번 세월호 참사와 직접전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유병언의 신병을 확보 한다고 해서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이 밝혀지거나 해결이 된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노동일/경희대 법대 교수 : (청해진해운의) 실제 경영에 관여했고 세월호 침몰 원인인 평형수 부족이나 과적 등에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는지 밝혀내야 되는 거죠.]

유 전 회장 측 역시 시간을 번 만큼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유 전 회장은 1991년 검찰수사로 구원파 신도 헌금에서 11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가 인정돼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했습니다.

[유병언 전 회장 : 어떤 사람들이 나를 안 괴롭혔으면 사진을 그만큼 찍었을까. 누군가의 덕택에 4년을 공짜로 뺏기고 나니까 그 4년을 꼭 메워야 되는데…]

억울한 심정과 함께, 자신의 험난한 인생 역정을 예상합니다.

[유병언 전 회장 : 어떤 사람이 저보고 뭐라 그러냐 하면, ‘돈을 빌려 썼는데 안 갚는다’ 죄명을 정해 주더라고요. 제가 하루도 편하게 잔 날이 없습니다. 너무 사는 것이 굴곡이 많았기 때문에, 지금 앞으로 남은 생애를, 굴곡을 내 등산 코스라 생각하자….]

유 전 회장에 대한 구원파 신도들의 지원도 넘어야 할 산입니다.

[이태종/구원파 임시 대변인 : 10만 성도가 하루씩 유병언을 숨겨줘 결국 모두가 다 잡혀가게 된다 하더라도 최후까지 그를 내놓지 않을 것입니다.]

유 전 회장 검거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이유로 참사의 직접 책임이 있는 당사자들을 소홀히 다뤄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박주민/변호사 : 해경의 구조 실패나 구조 과정에서 보여줬던 정부의 난맥상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만 (합니다.)]

+++

[알림] 기독교복음침례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1)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청해진해운의 실질적인 소유주라는 내용의 보도에 대해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의 사원이나 회장임을 확인할 근거가 없고 실소유주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2)유 전 회장이 전남 지역의 항구를 통해 밀항을 시도했다거나, 구원파가 도피를 조직적으로 지원했고, '가짜 유병언' 연막 작전을 펼치고, 유 전 회장이 신도들에게 휴대폰을 이용해 도피 지시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유 전 회장이 전남 순천에서 숨진채 발견됨으로써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3)유 전 회장이 법조계에 상당한 인맥을 갖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어떤 정관계 비호나 유착도 확인된 바 없다"고 검찰이 발표한바 있습니다.

4)유 전 회장 일가의 재산이 수천억 원이라는 보도에 대해 유 전 회장 측은 "청해진해운, 천해지,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주식을 전혀 소유하지 않았으며, 이 같은 재산 규모는 구원파 소유의 영농조합과 부동산을 포함한 때문"이라고 알려왔습니다.

5)유 전 회장이 프랑스 문화계에 거액의 기부금을 내고 전시회를 열었다는 보도에 대해 "유 전 회장이 기부금을 낸 것은 사실이나 전시회는 예술성을 인정받아 개최한 것"이라고 밝혀왔습니다.

6)오대양사건의 배후가 기독교복음침례회이고 유 전 회장이 5공 정권과 유착했다고 보도했으나, 검찰은 공문을 통해 관련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구원파 측은 "유 전 회장은 본 교단의 교주가 아니었다"고 밝혀왔습니다.

7)유 전 회장 일가가 신협을 사금고로 활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금고로 활용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대출받았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8)세모타운이 유 전 회장 일가의 영농조합에서 생산한 물건을 판매하는 곳이라는 보도에 대해 "영농조합은 신도들이 유기 농산물을 재배하기 위해 만든 곳이며 유 전 회장 일가의 소유가 아니다"고 밝혀왔습니다.

9)김엄마, 신엄마 등이 유 전 회장의 도피를 총괄했고, '엄마'라는 호칭이 교단에서 지도자급이라고 보도했으나 "신엄마 등은 평신도일 뿐 특정한 직책이나 역할을 맡은 것은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10)금수원 안 폐열차를 하계수양회 등에 숙소로 사용했다는 보도에 대해 "생태공원 조성 시 활용할 목적으로 보관한 것이었다"고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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