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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심은경 "저, 연기 계속해도 되는 사람일까요?"

입력 2016-10-19 11:00 수정 2016-10-1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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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경(23)의 슬럼프는 현재 진행형이다. 밝고 씩씩하게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누려도 모자랄 나이. 슬럼프도 '사치'로 받아들여 질 수 있지만 데뷔 12년차 여배우라면 말이 다르다.

일찌감치 성공했고 늘 1등 대우만 받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서 평생 내 것이 아님을 알았을 때, 심은경은 자기 일에 회의감을 느꼈고 스스로를 돌아봤다.

그 시기 선물처럼 다가온 작품이 바로 '걷기왕'(백승화 감독)이다. 심은경이 전하는 심은경의 이야기. 그의 인생에 찾아온 첫 번째 힐링 포인트다.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했는데 실제 학창시절은 어땠나.


"촬영이 없거나 특별한 일정이 없을 땐 무조건 학교에 나갔다. 100% 완벽한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학업에 열중하려고 했다. 엄마의 공이 컸다."

- 출석도장은 꼭 찍어야 한다고?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하고 충분히 내 나이대 할 수 있는 것들을 즐기길 바라셨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기도 하고. '너는 아직 어린 아이고 10대니까 연기는 그냥 네가 좋아서 하는 것이지 일이 아니야. 아직 학생이다'는 생각을 많이 심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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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우관계도 좋았을 것 같다.

"불편하지 않았다. 내가 친구 사귀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다. 친구들도 처음에만 TV에 나오는 사람이라는 것을 의식했지 나중에는 전혀 의식하지 않더라. 지금 생각해 보면 실제 경험이 연기를 할 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어떤 고민을 그렇게 했나.

"결국은 연기다. 그리고 이 직업. 연기 생활을 하다보면 슬럼프는 언젠가 찾아 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어쩌면 당연한 과정일 수도 있는데 당장은 힘든 것이 사실이다."

- 특별히 힘든 점이 있다면.

"어렸을 땐 마냥 연기하는 것이 좋았다. 그 자체만으로도 좋았고 행복했었던 기억이 있는데 나이를 하나 둘 씩 먹고, 연기에 대한 개념이 어릴 때와는 달라지다 보니까 혼란이 생기더라. '어떻게 연기를 하면 좋을까. 어떤 배우가 돼야 하나'라는 식의 고민이 많다. 그래서 한 동안은 '내가 진짜 연기에 재능이 있는 것일까? 연기를 계속 해도 되는 사람인가?'라는 생각까지 했다."

- 너무 많은 경험으로 인한 후유증일까?

"연기 하는 것을 당연시 하게 받아들였던 적이 있다. 옛날에 연기할 땐 대본도 파고 들고 나름 열심히 노력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냥 이렇게 이렇게 하면 되겠지'라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어차피 내가 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나에게 살짝 뒤통수를 맞은 기분도 들었다."

- 그런 강박관념에서 조금씩 벗어날 때 '걷기왕'을 선택한 것인가, 아니면 '걷기왕'을 하면서 바뀐 지점이 있나.

"조금씩 바뀌고 있었던 시점이었다. '널 기다리며' 이후 였던 것 같은데 '걷기왕' 출연 자체는 일찍 제의를 받아서 일찍 결정을 했다. 촬영을 하면서 변화된 부분도 물론 많다. '걷기왕' 홍보를 위해 하는 말이 아니라 이 작품을 찍으면서 나를 많이 내려놓게 됐다. 예전에 연기 했었던 느낌들, 감정들을 되찾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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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다가 질 바에는 뛰는 편이 낫다'는 대사에 공감하나.

"공감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난 나 스스로에게 굉장한 조급함을 느꼈다. 작품을 선택하는데 있어서도 어마어마하게 예민했고, 커리어적인 면에서도 '나도 빨리 뭔가를 이뤄내야 하는데? 사람들에게 인정 받아야 하는데?' 싶더라."

- 지금은 어느정도 털어냈나.

"내 마음이 편해야 한다는 것. 내가 즐길 수 있어야 진가가 나타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슬럼프와 고민이 꼭 나쁘지 만은 않더라. 내가 나를 알아야 바뀔 수 있는 것 아닌가. '왜 그렇게 조급해 했을까. 그냥 좋아하는 것 하면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을텐데. 어딘가 얽매여 있었구나' 생각했다."

- 그래도 고민은 끝이 없겠지?

"지금도 고민이 끝났다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사람이라면 평생 해야 하는 것 아닐까. 다만 지난해 나 보다는 올해의 내가 조금 더 편한 것 같다. 다행이라 생각한다."

- 힘들 때 기대거나 조언을 해 준 사람이 있었나.

"회사와 부모님이었다. 내가 어떤 얘기를 하고 어떤 짜증을 내도 다 받아주고 타일러 주셨다. 내가 나를 받아들일 때까지 붙잡고 놓지 않으셨던 것 같다. 그 땐 잘 몰랐는데 뒤늦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표현을 직접적으로 하는 성격이 아니라 '고맙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했지만 늘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이다. 사실 난 세상에 내 편이 없는 줄 알았다. 모든 것을 깨닫고 뒤돌아 보니 내 편이 항상 그 자리에 있더라. 여전히 툴툴대고 티격태격 하지만 좋다."

>>인터뷰 ③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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