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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형사처벌과 진상규명 분리…가족 참여 보장해야"

입력 2014-12-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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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형사처벌과 진상규명 분리…가족 참여 보장해야"


"진상 규명이 형사 처벌로 연결되면 벌 받을 것이 두려워 말을 아끼게 됩니다. 일본에서는 대형 참사 이후 당사자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과 별개로 사고 경위를 밝히는 데 집중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단원고 희생자 고(故) 이창현 군의 아버지 이남석(49)씨는 지난 3~7일 부인 최순화(49)씨와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6명과 일본 도쿄, 오사카, 고베를 방문했다.

이들은 2005년 JR 후쿠치야마선 탈선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희생자 유가족과 직접 만났다. 1985년 일본항공(JAL) 123편 추락 사고 진상규명을 위해 활동하는 노조원과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국회 사고조사위원회 위원도 만났다.

이씨는 13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견학의 가장 인상 깊었던 점으로 '진상 규명과 형사 처벌을 구분한 것'을 꼽았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회 사고조사위원회 등을 꾸려 진상을 밝혀내는 데 주력했다.

이씨는 "진상 규명을 형사 처벌과 분리하고, 비공개로 진행해 두려움 없이 진실을 밝힐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며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도 이 점을 도입해 철저한 진상 규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도쿄전력 사장 등 고위 관계자의 증언은 청문회처럼 공개하고 영어 통역과 함께 인터넷으로 전 세계에 공개했다"며 "한 번도 아니고 수십 차례에 걸쳐 진행해 진상을 밝히는 데 이바지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국회의원의 입김을 완전히 배제한 일본의 진상조사위 체계를 도입하기를 재차 강조했다. 지난 7월2일 열린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가 여·야 의원간 언쟁 끝에 파행으로 치달은 것을 상기하며 여당 의원에 대해 강한 불신을 내비쳤다.

이씨는 조사위원으로 직접 활동하지 않더라도 유가족이 조사위원회의 활동에 대해 의견을 내고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견학에서 일본 참사 희생자 가족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도 진상을 규명하는 데 왜 유가족의 참여를 보장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는 "일본의 경우 정치인을 조사위원에서 배제했고 민간단체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주로 참여했다"며 "조사위원으로 활동하던 중 국회의원을 따로 만난 적이 있으면 처벌하고, 우연히 마주치더라도 서면으로 해당 사실을 알리는 등 정치 입김으로부터 독립적인 구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의 경우 조사위원 간 언쟁이 생겼을 때 피해자 측이 다른 안건으로 넘어가자고 하면 바로 그 논의를 시작했다"며 "우리는 수십명이 국회의원들에게 몰려가 호소해도 천장만 쳐다보도 시간만 가면 끝이라는 식으로 대처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을 잃은 슬픔을 아는 사람들이 재발 방지를 위해 내놓은 안이 가장 좋은 안 아닐까"라며 "진상조사위에서 가족들이 감시자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10일 오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피해자 등 해외 관계자와 함께 야당 국회의원을 만나 일본의 참사 진상 규명 사례를 전달하기도 했다.

일본인들은 오랜 기간이 지나도 참사를 기억하고 있었다. 이씨가 방문한 고베 지진 희생자 추모 공간에는 참사 이후 10년이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도 생생한 국화 다발 30여개가 놓여져 있었다. 이곳에서 이씨는 '세월호 참사도 10년 뒤에 이렇게 잊혀지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이씨를 포함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앞으로 조사위원회의 활동을 지켜볼 예정이다. 참사로 가족을 잃은 다른 나라 유가족들과도 지속해서 연대할 계획이다.

이 일환으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와 국민대책회의는 지난 9일 국제 심포지엄을 열었다. '해외 사례에서 본 세월호 참사 규명이 나아가야 할 길'을 주제로 열린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미국의 9·11테러와 허리케인 카트리나,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호주의 빅토리아 산불 등 대형 재난 이후 어떻게 대응했는지 각 나라의 사례를 공유했다.

세월호 가족들은 참사 1주기인 다음해 4월16일에 일본 참사 유가족 단체와 만날 예정이다. JR 후쿠치야마선 탈선 사고 유가족들은 참사 10주기인 4월25일에 세월호 유가족을 초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씨는 "하나보다 둘이 낫고, 둘보다 여럿이 낫듯 다른 나라와 함께 대응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견학으로 일본 참사 피해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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