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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클린룸 청소노동자, 집단 산재신청 "화학물질 노출돼 암 걸려"

입력 2020-07-27 20:25 수정 2020-07-27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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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삼성이 반도체를 만드는 클린룸을 홍보하는 영상입니다. "품질 관리를 위해 먼지 한 톨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클린룸은 노동자들에겐 결코 깨끗한 공간이 아닙니다.

[진모 씨/클린룸 청소노동자 : 암모니아 냄새. 그런 거 때문에 어떨 때는 머리도 좀 아프고]

특히, 이곳을 청소하던 노동자들이 "화학물질에 노출돼 암에 걸렸다"며 집단으로 산재를 신청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먼저 채윤경 기자입니다.

[기자]

[진모 씨/삼성 클린룸 전 청소노동자 (협력업체 소속) : 불산, 황산, 인산 혼산, 그다음에 폴리에천트…]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클린룸을 청소하던 진모 씨는 낯선 화학 물질들의 이름을 자주 읽어봅니다.

클린룸을 철거하는 현장에서 자주 본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진씨는 일한 지 4년째인 2019년 유방암에 걸렸고, 산재를 신청했습니다.

공장을 청소하고 클린룸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포름알데히드 같은 유해물질에 노출돼 왔다는 겁니다.

[진모 씨/삼성 클린룸 전 청소노동자 (협력업체 소속) : 엔지니어들은 방독면이라도 쓰고 고무장화, 고무장갑이라도 끼고 약품 교체를 했지만 저희는 그런 뭐, 안전도구 같은 것 아무것도 없이…]

클린룸을 5년 동안 청소한 이모 씨는 화학약품을 닦아내는 청소포를 직접 털어야 했다고 말합니다.

[이모 씨/삼성 클린룸 전 청소노동자 (협력업체 소속) : 면포로 닦다 보면 거기에 먼지 같은 것 이물질 같은 거 많이 있잖아요. 그걸 거의 뭐 다 털어야 돼요. (면포를) 털 때 분명히 내 입에도 들어갈 텐데…]

JTBC가 입수한 청소 협력업체의 안전관리 자료에도 청소포를 터는 장면이 고스란히 나와 있습니다.

이씨는 췌장암에 걸렸다며 산재를 신청했습니다.

삼성은 "클린룸 공기를 깨끗하게 유지하고 있다"며 "청소 과정에서 화학물질에 직접 노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다만 지원보상위원회를 통해 이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했습니다.

삼성은 "입증하기 어려운 병에 대해서도 돕는 차원에서 보상범위를 확대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업도 보상을 했지만, 클린룸 청소노동자의 산재 인정은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클린룸에서 반도체를 만드는 노동자가 백혈병이나 혈액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는 있지만, 아직 청소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는 없습니다.

[박동욱 교수/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 역학조사할때 직무별로 구분해서 그 사람들의 질병발생 특성을 봐야하는데 청소노동자나 이런 사람들을 놓치는…]

■ "내가 청소한 곳, 제한구역이라며 현장조사 막아"

[앵커]

클린룸의 청소 노동자들은 "산재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역학조사가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일하던 곳이 아예 없어지거나, 제한구역이라는 이유로 현장 조사가 제대로 안 됐다는 겁니다.

이어서 최재원 기자입니다.

[기자]

삼성 디스플레이 탕정공장에서 8년간 클린룸 청소를 한 손윤화 씨는 유방암에 걸려 산재를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조사가 제대로 안 됐다고 주장합니다.

[손윤화 씨/삼성 클린룸 전 청소노동자 (협력업체 소속) : 삼성 측에서 노란불 이런 포터 쪽에 문 열고 가려고 하니까 여기는 제한구역이다 이러면서 막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느냐, 내가 여기서 일을 했는데…]

췌장암으로 산재신청을 한 이모 씨도 작업 현장을 더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모 씨/삼성 클린룸 전 청소노동자 (협력업체 소속) : 현장 노동자들이 어떤 식으로 일을 하는지 한번만 보면 저희가 열번 백번 이렇게 얘기하는 것 하고는 달라요.]

진모 씨는 일하던 클린룸이 사라져 현장조사 없이 산재 심사를 받았습니다.

[진모 씨/삼성 클린룸 전 청소노동자 (협력업체 소속) : 서류로 판정을 내린다고 해서 제가 불리할 것 같더라고요. 직접 가서 진술을 하자…]

근로복지공단은 진씨의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반도체 노동자들의 산재 소송에서도 부실한 역학조사가 수 차례 언급됐습니다.

대법원은 2017년 뇌종양에 걸린 고 이윤정 씨의 산재를 인정하며, "몇 년이 지나서 역학조사를 실시했고, 발암물질 노출 수준도 측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산재를 입증할 책임이 노동자에게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질병 산재의 경우 전문가도 입증이 쉽지 않기 때문에 역학조사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진씨가 화학물질에 노출됐을 순 있지만 유방암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고, 현장조사는 의무는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클린룸 청소노동자들의 산재 심사는 현재 진행 중"이라며 "작업환경 전반을 잘 살피겠다"고 밝혔습니다.

진씨는 산재를 인정받기 위해 재심사를 청구할 계획입니다.

(VJ : 김정용·손건표·유재근 / 영상디자인 : 김충현 / 영상그래픽 : 김지혜·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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