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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해서 더 짠했던 피겨여왕의 마지막 인사

입력 2014-02-22 08:03 수정 2014-02-2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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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해서 더 짠했던 피겨여왕의 마지막 인사


마음이 아플 법도 했지만 '피겨 여왕'은 끝까지 담담했다. 오히려 그는 승부의 세계에서 내려온 것에 대한 홀가분한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피겨 여왕' 김연아(24)의 마지막은 많은 사람들이 원했던 모습이 아니었다. 김연아는 21일(한국시간) 열린 소치 겨울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에서 쇼트, 프리 합계 219.11점으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워낙 완벽한 연기를 펼쳤기에 더욱 그랬다. 선수 자신의 문제가 아닌 석연치 않은 심판 판정이라는 외적인 요인 때문에 김연아는 역대 2차례만 있었던 올림픽 2연패 기회를 놓쳤다. 당연히 아쉬울 수밖에 없었고, 국민들의 분노, 안타까움은 극에 달했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김연아는 너무나 담담했다. 그는 경기 다음날 소치 아들레르에 위치한 코리아하우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점수에 대한 미련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분노와 달리 김연아는 "전에도 '편파 판정' 논란 때문에 말이 많았다. 그때마다 나보다 주변에서 열을 많이 받더라. 이번에도 마침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이고 주목을 많이 받아 굉장히 반응이 큰 거 같다. 계속 말해왔지만 '끝났다'는 것에 만족하고 내 스스로 잘 했기 때문에 그걸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는 끝까지 쿨하게 자신이 얻은 결과를 받아들였고, 피겨 여왕의 품격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김연아가 솔직하게 밝혔던 것은 '홀가분함'이었다. 김연아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현역 무대에서 내려왔다. 그는 전담 코치이자 자신을 피겨 스케이팅의 세계로 이끌었던 류종현 코치에게 프리 스케이팅 직후 "다 끝났다"는 말을 듣고 잠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그렇게 결과보다는 피겨 인생 18년을 마친 것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냥 홀가분하고 마음이 편하다"던 그는 숱한 고민을 거쳐 다시 선수 생활을 하기로 마음 먹었던 과정을 떠올리며 승부의 세계에서 정말로 내려온 것에 대한 편안한 심경을 밝혔다. 김연아는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 이후에 시합 준비할 때는 내가 체력적으로 힘들고, 목표 의식도 없고 그런 게 훈련하기에 잘 안 돼 힘들었다. 선수로서의 삶을 사는데 제한적인 것도 많았다. 그런 것에서 벗어날 수 있어 홀가분했다"고 말했다.

김연아의 향후 계획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러나 정작 김연아가 바라는 '제2의 인생'은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삶이었다. 그는 "예전에는 살이 찔까 봐 먹는 것에 제한이 있었는데, 요즘은 오히려 살은 안 찌고 근육도 잘 안 만들어져 고기를 의무적으로 먹을 때도 있었다. 몸 관리에도 매일 하나하나 신경을 써야 하고 예민해져야 했다. 그런데 이제는 다 끝나서 모든 짐을 다 내려놨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버텨내기 위해 사소한 것에도 신경써왔던 피겨 여왕, 이제는 그 무거웠던 짐을 다 내려놓았다. 너무 담담하면서도 평범하고 싶어했던 피겨 여왕의 마무리는 지켜보는 사람들을 오히려 더 짠하게 했다.

소치=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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