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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임사 연속보도 ④] 노동자는 '망치 줍기 금지 규칙' 몰라 숨졌다

입력 2021-05-31 15:54 수정 2021-05-31 21:53

안전교육 미비…기계 매뉴얼 몰라 사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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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교육 미비…기계 매뉴얼 몰라 사망도

〈JTBC는 최근 3년간 발생한 끼임 사망사고 '재해조사 의견서' 254건을 분석해 보도하고 있습니다. 취재 과정, 그리고 방송에서 못 다룬 이야기를 자세히 설명해 드립니다〉


'망치 줍기 금지'

이 규칙 하나를 몰라 숨진 노동자가 있습니다.

2019년에 리프트에 끼어 숨진 A씨입니다. 파업 중인 공장에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중국인 A씨는 기계 아래로 떨어트린 망치를 주우려 내려갔다가 리프트에 끼여 숨졌습니다.

이 공장에서는 망치를 떨어트리면, 새 망치를 가져와 사용하는 게 원칙입니다. 기계가 가동 중이라 위험하고 기계를 멈추는 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예비 망치들을 잔뜩 비치해두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청소를 위해 기계를 정지했을 때 수거합니다.
 
 해당 공장에서 여분의 망치를 비치해놓은 모습. 떨어트리면 다른 것을 가져다 쓸 수 있게 했습니다. 해당 공장에서 여분의 망치를 비치해놓은 모습. 떨어트리면 다른 것을 가져다 쓸 수 있게 했습니다.
이 매뉴얼을 A씨는 몰랐습니다. 사업장에 대한 안전교육이 없었습니다. 일하는 방법만 가르친 채 작업에 투입한 거로 추측됩니다. 안전교육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대가는 컸습니다.

내 일터, 기계 잘 아는게 '안전 교육'
분석대상 끼임 사망사고 254건 중 65건이, '안전교육'이 없거나 미진했다고 언급됐습니다.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안전교육이란 게, '조심하자'는 추상적인 구호를 말하는 건 아닙니다.

내가 일하는 작업장과 기계에 위험한 곳이 어디인지, 어떤 상황이 사고에 취약한지, 무엇을 특히 유의하며 조심해야 하는지. 내가 일하는 곳을 잘 이해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안전보건공단 유튜브의 안전교육 영상 일부. 기계별로 위험할 수 있는 상황(청소, 금형 설치 등)과 안전한 작업방식을 알려줍니다.안전보건공단 유튜브의 안전교육 영상 일부. 기계별로 위험할 수 있는 상황(청소, 금형 설치 등)과 안전한 작업방식을 알려줍니다.
특히 비슷한 기계에서 일어난 사고를 공유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프레스, 지게차, 파쇄기 등에서 어떻게 사고가 발생했는지, 재해를 당한 노동자가 간과한 부분이 뭐였는지, 비슷한 사고를 막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알면 자연스럽게 조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써본 적 없는 기계인데 교육 없어"
그런데 이런 교육은 잘 이뤄지지 않습니다. '생산성'이란 산업현장의 절대 목표 앞에선 규칙도 무시하게 됩니다.

한 공장에서 10년 넘게 일한 B씨는 지난 1월 평소 작업하지 않던 기계에 갑자기 투입됐다가 사고를 당해 숨졌습니다.

같이 투입된 동료 C씨는 "해당 기계의 작업 매뉴얼이나 위험요인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B씨가 투입된 기계는 2500톤 프레스. 작업하는 기계를 잘 알려준다는 안전 교육의 기본이 없었습니다.

그 날은 익숙지 않은 기계에 투입될 만큼 급한 분위기였던 걸로 C씨는 기억합니다. "(사망한 B씨의) 온몸이 땀에 젖을 정도로 유난히 서둘러 빨리 일해야 했다"는 겁니다.
 
사고 당일 사망한 B씨와 동료 C씨가 투입된 2500톤 프레스. 사고 당일 사망한 B씨와 동료 C씨가 투입된 2500톤 프레스.
회사의 안전 지침은 생산이 얼마나 급한지에 따라 달라졌다고 C씨는 말합니다. 사고 전 주만 해도 "프레스 휠이 돌아갈 때는 작업자들이 안에 절대 못 들어가도록 늘 교육을 하라"고 했다는 회사, 하지만 급할 땐 아니었습니다. 휠을 멈추는 데 10~15분이 걸려 한 개 작업할 때마다 멈추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급할 때는 지침 무시"가 암묵적 관행이었고 사고가 난 날은 유독 급했습니다.

명부에 서명만…'40초'만에 끝난 무음 교육
이런 사고가 났지만 미진한 안전교육은 그대로였습니다. 안전교육을 한 것처럼 서류만 꾸몄습니다.

이 업체엔 6개월 20시간의 안전교육을 할 의무가 있습니다. 아침마다 하는 것으로 하면 하루에 6~10분 정도의 교육을 해야 합니다. 직원들은 “교육을 받았다는 서류에 아침마다 서명하는 게 전부였다”며 안전교육 시간의 녹취 파일을 들려줬습니다. 40초간 종이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들리는 게 전부였습니다.

해당 업체 담당자는 “교육할 게 없는 때도 있고, 매번 잘하고 있는지 점검하기도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의 이야기는 다릅니다. 형식적 교육 외엔 받은 적이 없다는 겁니다. 직원 D씨는 간혹 있던 안전교육도 "사고에 주의하라"는 구호에 그쳤다고 합니다.

"언제 어디가 위험한지 알아야 조심하지 않겠냐" 는 D씨의 외침. 모든 사업주, 관리자가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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