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탐사플러스 18회] 도피 돕는 '유병언의 사람들'

입력 2014-06-15 23:04 수정 2015-03-04 15:59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이처럼 검·경 수사망을 뚫고 장기간 도피행각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 그 1차 원동력은 열렬 구원파 추종 신도들의 지원과 신뢰인데요. 유 전 회장의 도피처였던 순천을 비롯한 호남권엔 인적 기반이 탄탄하게 갖춰져 있었습니다. 또 각계각층에 퍼져 있는 이른바 '유병언의 사람들'도 그의 도피를 직간접으로 도운 것으로 보입니다. 유병언의 사람들을 찾아가 봤습니다.

[기자]

전북의 한 기독교복음침례회, 소위 구원파 지방 교회 입니다.

교회 곳곳에 유병언 전 회장의 설교가 담긴 DVD가 놓여 있습니다.

예배 때 DVD를 재생해 신도들이 함께 볼 수 있도록 방송시설도 갖춰져 있습니다.

이 교회엔 유병언 전 회장이 쓴 기독교 관련 저서도 보입니다.

노년층 신도들이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큼직한 활자를 써서 인쇄했습니다.

이곳 교회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구원파 신도 A씨 : 국가에서는 어떻게 알겠어요, 우리의 진실을. 마치 유병언 씨가 개인욕심을 차리고 땅을 사는지 아는데, 그건 아니에요.]

유 전 회장이 결코 범죄를 저지를 사람이 아니라고 끝까지 옹호하는 모습입니다.

[구원파 신도 A씨 : 말이 안 나와. 세상에서 우습게 보니까 말이 안 나와요. 사회가 한편이니까. 그럴 분이 아니에요.]

전남 순천시의 한 구원파 교회 연수원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보통 연수원과 비슷해 보입니다.

연수원에 온 교회 신도들이 함께 어울리며 식사를 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하지만 주차장 한쪽에 뜻밖의 물체가 보입니다.

폐기 처리된 지하철 열차입니다.

구원파의 본산인 경기도 안성 금수원 안에 늘어선 폐 열차들과 꼭 닮은 모습입니다.

유 전 회장은 옛날부터 열차 차량을 신도들의 숙소로 쓰자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신도들이 몰리는 하계수양회 때와 같은 경우 실제로 열차를 숙소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호남권엔 이렇게 유 전 회장을 열렬하게 추종하는 신도들과 구원파 관련 시설이 밀집해 있습니다.

유 전 회장이 수사당국과 대중들에게 노출된 금수원보다 이곳 일대를 은신처로 삼았던 것도, 이런 인적·물적 환경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유 전 회장 입장에선 든든한 '지원군'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수원의 강경파 지도부도 신도들의 이런 정서를 부추기는 여론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유 전 회장과 구원파를 세월호 사태를 덮기 위한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태종/구원파 임시 대변인(지난달 26일) : 10만 성도가 하루씩 유병언을 숨겨줘 모두가 다 잡혀간다 하더라도 최후까지 그를 내놓지 않을 겁니다.]

[구원파 신도 B씨 : 갈 때까지 가보라지. 교인인 사람들은 억울하지, 제3자 입장에서 보면…일반인 같으면 그렇게 잡으려고 들겠어요?]

유 전 회장은 정관계 인맥 역시 꾸준히 넓혀 왔습니다.

이런 인맥은 장남 대균씨가 운영하는 서울 역삼동의 고급 레스토랑 겸 카페에서 많이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취재진이 카페에 접근하자 직원들이 경계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역삼동 M 카페 종업원 : 몰라요. 그런 거 모릅니다.]

M카페는 흡사 예술품 전시장을 연상시킬 정도로 크고 작은 조각과 장식품들로 가득합니다.

이곳에선 수시로 고급 사교모임이 열려 국회의원은 물론 경찰과 검찰 간부도 드나들었습니다.

지청장까지 지낸 28년 경력의 한 검사도 유 전 회장을 이 카페에서 만났다고 했습니다.

[○○○ 전 지청장 : (○○○○○ 갔고요?) 예, 예. 개인적으로 연락한 것은 없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그 중의 한 사람으로서 새로 온 사람을 소개하다 보니까 알게 된 것이고….]

유 전 회장은 또 건강 관련 강연과 출판기념회, 사진전 등을 통해 인맥을 넓혔습니다.

단순히 강연만 한 것이 아니라 행사 중간중간에 거물급 인사들을 참석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소개해 자신의 폭넒은 고급인맥을 과시했습니다.

[유병언/전 세모그룹 회장 : ○청장 오셨어요? 잠깐 일어나 주시죠. 검사, 검사분인데. 검사는 제가 알레르기 일으키는 직업입니다만. 그러나 (○청장의) 얘기, 표현이 참 좋았어요. 술 없이도 하룻밤 지내는 겁니다, 재미있게.]

유 전 회장의 인맥은 해양경찰청에도 뻗쳤습니다.

문제가 된 인물은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해경을 지휘했던 이용욱 전 해경 정보수사국장입니다.

세월호 침몰 직후 진도 등 사고 현장 수습 등을 맡았지만 해경에 들어오기 전에 세모그룹에서 근무했고 구원파 신도였던 점이 밝혀져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이 국장은 1997년 박사학위 소지자 특채 전형을 거쳐 세모그룹을 떠나 해경에 들어갔습니다.

박사학위 논문 뒷부분에 보면 '면학 계기를 만들어 준 세모 유병언 회장에 감사한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 국장은 그러나 세모 측의 학비 지원 등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용욱/해경 전 정보수사국장 : 저는 장학금 받은 적 없습니다. 등록금은 제 개인 사비로 했죠.]

세모 그룹 출신임을 숨긴 것 아니냐는 의혹 역시 이 국장은 부인했습니다.

[이용욱/해경 전 정보수사국장 : 세모 근무 경력을 해경 인사등록 시스템에 등록해 관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경이 세월호 침몰 사고 당일 이준석 선장을 병원에서 퇴원시켜 조사한 뒤, 목포 해경 형사의 아파트에서 머물게 한 사실이 드러나자 당시 수사를 지휘하던 이 국장에게 의혹의 시선이 쏠렸습니다.

하지만 이 국장은 이번 사건 수사와 관련해 모든 사항을 엄정하게 처리했다고 주장했고, 해경 역시 이 선장을 수사관 집에서 재운 건 수사를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 국장은 수사 책임자 자리에서 물러났고, 우여곡절 끝에 대기발령까지 받았습니다.

많은 구원파 탈퇴자들은 법조계와 경찰 등에 유 전 회장의 인맥이 상당했다고 증언합니다.

[구원파 탈퇴자 : 검찰이든 경찰이든 옛 안기부(국정원)든 인맥을 넣어둔 거죠.]

유 전 회장은 정관계뿐 아니라 의료계 등 전문가 집단에도 상당한 인맥을 형성해 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건강식품이나 유기농 식품 계열사에 구원파를 믿는 의사나 의료계 출신 인사들을 기용해 배치 했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람이 이재옥 아주대 병리학과 교수입니다.

이 교수는 유 전 회장 계열의 건강연구재단 이사장도 맡아 왔습니다.

2000년엔 구원파 신자라는 이유로 해직됐다가 재판을 통해 대학 교수로 복귀한 인물입니다.

[이재옥/헤마토센트릭라이프 이사장(지난달 18일) : 유언비어 수준의 터무니없는 얘기가 들려서 교회랑 사업 부분을 묶어서 매도하는 것은 (억울합니다.)]

안성 금수원의 대강당 반지하에 치과 시설을 갖춰놓고 주말에 치과의사 신도가 일부 신도들을 진료한 의혹도 검경 수색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또 유 전 회장은 강연 도중에도 자신의 계열사가 만든 수산물이 건강에 좋다고 홍보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기도 합니다.

[유병언 : 그것들(수산물)이 제 건강에도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음식, 바다에 있는 식물들이나 물고기들에 대해, 사람이 잘 먹을 수 있는 것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한편 유 전 회장은 외교가에도 인맥이 상당하다는 점도 과시해왔습니다.

출판기념회 때는 미국과 이스라엘 등의 대사관 고위관계자를 불러 강연 중간에 소개했습니다.

[유병언/전 세모그룹 회장 : 성 김 미국 대사 오셨네요. 맞죠? 잠깐 일어서 주시죠. 이스라엘 대사도 오셨죠.]

[유병언/전 세모그룹 회장 : 한미연합사령관 했던 벨 장군과 오늘 처음 악수 했지만….]

구원파도 유 전 회장이 찰스윈저 영국 왕세자와 앙리루아레트 전 루브르박물관장 등과 교류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구원파는 기독교 신자인 이명박 전 대통령과 천주교 신자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유 전 회장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유 전 회장의 매제인 오갑렬씨는 체코 대사를 지낸 외교부 고위 공무원이기도 합니다.

지난달 27일 체포된 유병언 전 회장 장녀 섬나씨의 프랑스변호인 파트릭 메조뇌브는 프랑스내 인맥을 보여주는 한 단면입니다.

메조뇌브는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의 대선 비자금 사건 변호를 맡았던 거물급 변호사입니다.

섬나씨가 체포된 후 거물급 변호사를 즉각 선임한 것으로 미뤄 볼 때 프랑스내 인맥이 상당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파트릭 메조뇌브/섬나씨 변호사 : (이번 수사는) 비극적 참사에 따르는 책임과 희생양을 찾기 위해 그녀와 가족을 위태롭게 한 정치적 결정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검·경이 두 번째 금수원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 11일 수요일, 안성 금수원의 한 창고 건물에 가봤습니다.

취재진이 안으로 들어가자, 한 사과상자 안에 앨범이 보입니다. 전직 대통령들의 이름이 쓰여 있는 인쇄물들이 즐비합니다.

앨범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 최규하 전 대통령으로부터 기업활동과 관련해 유 전 회장이 받은 표창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경제발전 공로에 대한 표창이 대부분인데 차곡차곡 잘 보관해뒀습니다.

일각에선 유 전 회장이 한강 유람선 사업권을 따내 세모유람선을 운영했던 것이 당시 정권 고위관계자와의 친분 덕이라는 말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신도들의 추종과 각계각층의 인맥 덕택인지 유 전 회장 체포를 위한 검경의 수색은 짙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유 전 회장이 수배된 지 20여 일이 지나도 체포 소식이 들리지 않자 이례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수사팀을 질책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 아직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 유병언 전 회장이 각계각층에 포진한 고급 인맥을 동원해 검·경의 수사정보도 파악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습니다.

검찰과 경찰, 해경 간부에까지 미친 유병언 전 회장의 인맥을 감안하면 수사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개연성도 전혀 없지는 않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이성한 경찰청장은 경찰 내에 구원파 신도가 일부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다만, 유 전 회장 수사 관련 부서에는 구원파 신도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검ㆍ경이 분발해서 유 전 회장을 조속히 검거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잇따랐습니다.

유 전 회장에게 5억원, 장남 대균씨에게 1억원의 현상금을 걸었지만 이 돈은 결국 국민들 호주머니에서 나가기 때문입니다.

[정미경 변호사(검찰 출신) : (유 전 회장 놓치면) 그 많은 보상금액을 우리 국민들 세금으로 부담하게 돼요. 어떻게 해서든지 유 전 회장을 잡아야 합니다.]

앞으로 더 시간이 지체되면 밀항 등의 가능성이 점점 높아져 이른바 검거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그의 도피행각을 돕는 이른바 '유병언의 사람들', 그들은 검거를 피해 '제3국 밀항의 골든타임'을 모색하고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

[알림] 기독교복음침례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1)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청해진해운의 실질적인 소유주라는 내용의 보도에 대해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의 사원이나 회장임을 확인할 근거가 없고 실소유주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2)유 전 회장이 전남 지역의 항구를 통해 밀항을 시도했다거나, 구원파가 도피를 조직적으로 지원했고, '가짜 유병언' 연막 작전을 펼치고, 유 전 회장이 신도들에게 휴대폰을 이용해 도피 지시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유 전 회장이 전남 순천에서 숨진채 발견됨으로써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3)유 전 회장이 법조계에 상당한 인맥을 갖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어떤 정관계 비호나 유착도 확인된 바 없다"고 검찰이 발표한바 있습니다.

4)유 전 회장 일가의 재산이 수천억 원이라는 보도에 대해 유 전 회장 측은 "청해진해운, 천해지,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주식을 전혀 소유하지 않았으며, 이 같은 재산 규모는 구원파 소유의 영농조합과 부동산을 포함한 때문"이라고 알려왔습니다.

5)유 전 회장이 프랑스 문화계에 거액의 기부금을 내고 전시회를 열었다는 보도에 대해 "유 전 회장이 기부금을 낸 것은 사실이나 전시회는 예술성을 인정받아 개최한 것"이라고 밝혀왔습니다.

6)오대양사건의 배후가 기독교복음침례회이고 유 전 회장이 5공 정권과 유착했다고 보도했으나, 검찰은 공문을 통해 관련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구원파 측은 "유 전 회장은 본 교단의 교주가 아니었다"고 밝혀왔습니다.

7)유 전 회장 일가가 신협을 사금고로 활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금고로 활용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대출받았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8)세모타운이 유 전 회장 일가의 영농조합에서 생산한 물건을 판매하는 곳이라는 보도에 대해 "영농조합은 신도들이 유기 농산물을 재배하기 위해 만든 곳이며 유 전 회장 일가의 소유가 아니다"고 밝혀왔습니다.

9)김엄마, 신엄마 등이 유 전 회장의 도피를 총괄했고, '엄마'라는 호칭이 교단에서 지도자급이라고 보도했으나 "신엄마 등은 평신도일 뿐 특정한 직책이나 역할을 맡은 것은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10)금수원 안 폐열차를 하계수양회 등에 숙소로 사용했다는 보도에 대해 "생태공원 조성 시 활용할 목적으로 보관한 것이었다"고 밝혀왔습니다.

관련기사

경찰, 전국으로 유병언 부자 찾기…서해항 밀항 단속 관건 구원파 "세월호 진상 규명할 것" 포럼…5억 상금 걸어 '신 엄마'·친형 유병일 잡힌 이유…'수사 혼선' 위해? 유병언 친형·신 엄마 구속영장…서해안 일대 수색 강화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