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이처럼 검·경 수사망을 뚫고 장기간 도피행각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 그 1차 원동력은 열렬 구원파 추종 신도들의 지원과 신뢰인데요. 유 전 회장의 도피처였던 순천을 비롯한 호남권엔 인적 기반이 탄탄하게 갖춰져 있었습니다. 또 각계각층에 퍼져 있는 이른바 '유병언의 사람들'도 그의 도피를 직간접으로 도운 것으로 보입니다. 유병언의 사람들을 찾아가 봤습니다.
[기자]
전북의 한 기독교복음침례회, 소위 구원파 지방 교회 입니다.
교회 곳곳에 유병언 전 회장의 설교가 담긴 DVD가 놓여 있습니다.
예배 때 DVD를 재생해 신도들이 함께 볼 수 있도록 방송시설도 갖춰져 있습니다.
이 교회엔 유병언 전 회장이 쓴 기독교 관련 저서도 보입니다.
노년층 신도들이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큼직한 활자를 써서 인쇄했습니다.
이곳 교회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구원파 신도 A씨 : 국가에서는 어떻게 알겠어요, 우리의 진실을. 마치 유병언 씨가 개인욕심을 차리고 땅을 사는지 아는데, 그건 아니에요.]
유 전 회장이 결코 범죄를 저지를 사람이 아니라고 끝까지 옹호하는 모습입니다.
[구원파 신도 A씨 : 말이 안 나와. 세상에서 우습게 보니까 말이 안 나와요. 사회가 한편이니까. 그럴 분이 아니에요.]
전남 순천시의 한 구원파 교회 연수원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보통 연수원과 비슷해 보입니다.
연수원에 온 교회 신도들이 함께 어울리며 식사를 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하지만 주차장 한쪽에 뜻밖의 물체가 보입니다.
폐기 처리된 지하철 열차입니다.
구원파의 본산인 경기도 안성 금수원 안에 늘어선 폐 열차들과 꼭 닮은 모습입니다.
유 전 회장은 옛날부터 열차 차량을 신도들의 숙소로 쓰자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신도들이 몰리는 하계수양회 때와 같은 경우 실제로 열차를 숙소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호남권엔 이렇게 유 전 회장을 열렬하게 추종하는 신도들과 구원파 관련 시설이 밀집해 있습니다.
유 전 회장이 수사당국과 대중들에게 노출된 금수원보다 이곳 일대를 은신처로 삼았던 것도, 이런 인적·물적 환경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유 전 회장 입장에선 든든한 '지원군'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수원의 강경파 지도부도 신도들의 이런 정서를 부추기는 여론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유 전 회장과 구원파를 세월호 사태를 덮기 위한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태종/구원파 임시 대변인(지난달 26일) : 10만 성도가 하루씩 유병언을 숨겨줘 모두가 다 잡혀간다 하더라도 최후까지 그를 내놓지 않을 겁니다.]
[구원파 신도 B씨 : 갈 때까지 가보라지. 교인인 사람들은 억울하지, 제3자 입장에서 보면…일반인 같으면 그렇게 잡으려고 들겠어요?]
유 전 회장은 정관계 인맥 역시 꾸준히 넓혀 왔습니다.
이런 인맥은 장남 대균씨가 운영하는 서울 역삼동의 고급 레스토랑 겸 카페에서 많이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취재진이 카페에 접근하자 직원들이 경계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역삼동 M 카페 종업원 : 몰라요. 그런 거 모릅니다.]
M카페는 흡사 예술품 전시장을 연상시킬 정도로 크고 작은 조각과 장식품들로 가득합니다.
이곳에선 수시로 고급 사교모임이 열려 국회의원은 물론 경찰과 검찰 간부도 드나들었습니다.
지청장까지 지낸 28년 경력의 한 검사도 유 전 회장을 이 카페에서 만났다고 했습니다.
[○○○ 전 지청장 : (○○○○○ 갔고요?) 예, 예. 개인적으로 연락한 것은 없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그 중의 한 사람으로서 새로 온 사람을 소개하다 보니까 알게 된 것이고….]
유 전 회장은 또 건강 관련 강연과 출판기념회, 사진전 등을 통해 인맥을 넓혔습니다.
단순히 강연만 한 것이 아니라 행사 중간중간에 거물급 인사들을 참석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소개해 자신의 폭넒은 고급인맥을 과시했습니다.
[유병언/전 세모그룹 회장 : ○청장 오셨어요? 잠깐 일어나 주시죠. 검사, 검사분인데. 검사는 제가 알레르기 일으키는 직업입니다만. 그러나 (○청장의) 얘기, 표현이 참 좋았어요. 술 없이도 하룻밤 지내는 겁니다, 재미있게.]
유 전 회장의 인맥은 해양경찰청에도 뻗쳤습니다.
문제가 된 인물은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해경을 지휘했던 이용욱 전 해경 정보수사국장입니다.
세월호 침몰 직후 진도 등 사고 현장 수습 등을 맡았지만 해경에 들어오기 전에 세모그룹에서 근무했고 구원파 신도였던 점이 밝혀져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이 국장은 1997년 박사학위 소지자 특채 전형을 거쳐 세모그룹을 떠나 해경에 들어갔습니다.
박사학위 논문 뒷부분에 보면 '면학 계기를 만들어 준 세모 유병언 회장에 감사한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 국장은 그러나 세모 측의 학비 지원 등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용욱/해경 전 정보수사국장 : 저는 장학금 받은 적 없습니다. 등록금은 제 개인 사비로 했죠.]
세모 그룹 출신임을 숨긴 것 아니냐는 의혹 역시 이 국장은 부인했습니다.
[이용욱/해경 전 정보수사국장 : 세모 근무 경력을 해경 인사등록 시스템에 등록해 관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경이 세월호 침몰 사고 당일 이준석 선장을 병원에서 퇴원시켜 조사한 뒤, 목포 해경 형사의 아파트에서 머물게 한 사실이 드러나자 당시 수사를 지휘하던 이 국장에게 의혹의 시선이 쏠렸습니다.
하지만 이 국장은 이번 사건 수사와 관련해 모든 사항을 엄정하게 처리했다고 주장했고, 해경 역시 이 선장을 수사관 집에서 재운 건 수사를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 국장은 수사 책임자 자리에서 물러났고, 우여곡절 끝에 대기발령까지 받았습니다.
많은 구원파 탈퇴자들은 법조계와 경찰 등에 유 전 회장의 인맥이 상당했다고 증언합니다.
[구원파 탈퇴자 : 검찰이든 경찰이든 옛 안기부(국정원)든 인맥을 넣어둔 거죠.]
유 전 회장은 정관계뿐 아니라 의료계 등 전문가 집단에도 상당한 인맥을 형성해 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건강식품이나 유기농 식품 계열사에 구원파를 믿는 의사나 의료계 출신 인사들을 기용해 배치 했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람이 이재옥 아주대 병리학과 교수입니다.
이 교수는 유 전 회장 계열의 건강연구재단 이사장도 맡아 왔습니다.
2000년엔 구원파 신자라는 이유로 해직됐다가 재판을 통해 대학 교수로 복귀한 인물입니다.
[이재옥/헤마토센트릭라이프 이사장(지난달 18일) : 유언비어 수준의 터무니없는 얘기가 들려서 교회랑 사업 부분을 묶어서 매도하는 것은 (억울합니다.)]
안성 금수원의 대강당 반지하에 치과 시설을 갖춰놓고 주말에 치과의사 신도가 일부 신도들을 진료한 의혹도 검경 수색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또 유 전 회장은 강연 도중에도 자신의 계열사가 만든 수산물이 건강에 좋다고 홍보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기도 합니다.
[유병언 : 그것들(수산물)이 제 건강에도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음식, 바다에 있는 식물들이나 물고기들에 대해, 사람이 잘 먹을 수 있는 것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한편 유 전 회장은 외교가에도 인맥이 상당하다는 점도 과시해왔습니다.
출판기념회 때는 미국과 이스라엘 등의 대사관 고위관계자를 불러 강연 중간에 소개했습니다.
[유병언/전 세모그룹 회장 : 성 김 미국 대사 오셨네요. 맞죠? 잠깐 일어서 주시죠. 이스라엘 대사도 오셨죠.]
[유병언/전 세모그룹 회장 : 한미연합사령관 했던 벨 장군과 오늘 처음 악수 했지만….]
구원파도 유 전 회장이 찰스윈저 영국 왕세자와 앙리루아레트 전 루브르박물관장 등과 교류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구원파는 기독교 신자인 이명박 전 대통령과 천주교 신자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유 전 회장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유 전 회장의 매제인 오갑렬씨는 체코 대사를 지낸 외교부 고위 공무원이기도 합니다.
지난달 27일 체포된 유병언 전 회장 장녀 섬나씨의 프랑스변호인 파트릭 메조뇌브는 프랑스내 인맥을 보여주는 한 단면입니다.
메조뇌브는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의 대선 비자금 사건 변호를 맡았던 거물급 변호사입니다.
섬나씨가 체포된 후 거물급 변호사를 즉각 선임한 것으로 미뤄 볼 때 프랑스내 인맥이 상당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파트릭 메조뇌브/섬나씨 변호사 : (이번 수사는) 비극적 참사에 따르는 책임과 희생양을 찾기 위해 그녀와 가족을 위태롭게 한 정치적 결정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검·경이 두 번째 금수원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 11일 수요일, 안성 금수원의 한 창고 건물에 가봤습니다.
취재진이 안으로 들어가자, 한 사과상자 안에 앨범이 보입니다. 전직 대통령들의 이름이 쓰여 있는 인쇄물들이 즐비합니다.
앨범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 최규하 전 대통령으로부터 기업활동과 관련해 유 전 회장이 받은 표창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경제발전 공로에 대한 표창이 대부분인데 차곡차곡 잘 보관해뒀습니다.
일각에선 유 전 회장이 한강 유람선 사업권을 따내 세모유람선을 운영했던 것이 당시 정권 고위관계자와의 친분 덕이라는 말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신도들의 추종과 각계각층의 인맥 덕택인지 유 전 회장 체포를 위한 검경의 수색은 짙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유 전 회장이 수배된 지 20여 일이 지나도 체포 소식이 들리지 않자 이례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수사팀을 질책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 아직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 유병언 전 회장이 각계각층에 포진한 고급 인맥을 동원해 검·경의 수사정보도 파악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습니다.
검찰과 경찰, 해경 간부에까지 미친 유병언 전 회장의 인맥을 감안하면 수사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개연성도 전혀 없지는 않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이성한 경찰청장은 경찰 내에 구원파 신도가 일부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다만, 유 전 회장 수사 관련 부서에는 구원파 신도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검ㆍ경이 분발해서 유 전 회장을 조속히 검거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잇따랐습니다.
유 전 회장에게 5억원, 장남 대균씨에게 1억원의 현상금을 걸었지만 이 돈은 결국 국민들 호주머니에서 나가기 때문입니다.
[정미경 변호사(검찰 출신) : (유 전 회장 놓치면) 그 많은 보상금액을 우리 국민들 세금으로 부담하게 돼요. 어떻게 해서든지 유 전 회장을 잡아야 합니다.]
앞으로 더 시간이 지체되면 밀항 등의 가능성이 점점 높아져 이른바 검거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그의 도피행각을 돕는 이른바 '유병언의 사람들', 그들은 검거를 피해 '제3국 밀항의 골든타임'을 모색하고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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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기독교복음침례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1)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청해진해운의 실질적인 소유주라는 내용의 보도에 대해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의 사원이나 회장임을 확인할 근거가 없고 실소유주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2)유 전 회장이 전남 지역의 항구를 통해 밀항을 시도했다거나, 구원파가 도피를 조직적으로 지원했고, '가짜 유병언' 연막 작전을 펼치고, 유 전 회장이 신도들에게 휴대폰을 이용해 도피 지시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유 전 회장이 전남 순천에서 숨진채 발견됨으로써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3)유 전 회장이 법조계에 상당한 인맥을 갖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어떤 정관계 비호나 유착도 확인된 바 없다"고 검찰이 발표한바 있습니다.
4)유 전 회장 일가의 재산이 수천억 원이라는 보도에 대해 유 전 회장 측은 "청해진해운, 천해지,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주식을 전혀 소유하지 않았으며, 이 같은 재산 규모는 구원파 소유의 영농조합과 부동산을 포함한 때문"이라고 알려왔습니다.
5)유 전 회장이 프랑스 문화계에 거액의 기부금을 내고 전시회를 열었다는 보도에 대해 "유 전 회장이 기부금을 낸 것은 사실이나 전시회는 예술성을 인정받아 개최한 것"이라고 밝혀왔습니다.
6)오대양사건의 배후가 기독교복음침례회이고 유 전 회장이 5공 정권과 유착했다고 보도했으나, 검찰은 공문을 통해 관련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구원파 측은 "유 전 회장은 본 교단의 교주가 아니었다"고 밝혀왔습니다.
7)유 전 회장 일가가 신협을 사금고로 활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금고로 활용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대출받았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8)세모타운이 유 전 회장 일가의 영농조합에서 생산한 물건을 판매하는 곳이라는 보도에 대해 "영농조합은 신도들이 유기 농산물을 재배하기 위해 만든 곳이며 유 전 회장 일가의 소유가 아니다"고 밝혀왔습니다.
9)김엄마, 신엄마 등이 유 전 회장의 도피를 총괄했고, '엄마'라는 호칭이 교단에서 지도자급이라고 보도했으나 "신엄마 등은 평신도일 뿐 특정한 직책이나 역할을 맡은 것은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10)금수원 안 폐열차를 하계수양회 등에 숙소로 사용했다는 보도에 대해 "생태공원 조성 시 활용할 목적으로 보관한 것이었다"고 밝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