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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쿠바 첫 외교장관 회담…북한 충격 상당할듯

입력 2016-06-06 12:44

'관타나메라', '닐 암스트롱' 인용하며 관계 개선 의지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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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타나메라', '닐 암스트롱' 인용하며 관계 개선 의지 표명

한·쿠바 첫 외교장관 회담…북한 충격 상당할듯


한·쿠바 첫 외교장관 회담…북한 충격 상당할듯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5일(현지시간) 대한민국 외교수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쿠바를 찾아 한·쿠바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윤 장관은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인간으로서는 작은 발자국이지만, 인류 전체에는 위대한 도약"이라는 최초 달 착륙자 닐 암스트롱의 명언을 인용하며 양국 관계 정상화의 이정표를 마련한 소회를 밝혔다.

우리나라와 쿠바는 수교를 맺지 않은 상태다. 지난 1959년 쿠바 사회주의 혁명 이후 양국 간 교류는 단절돼 있었다. 이번 회담은 양국 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튼 것으로, 쿠바와 혈맹(血盟) 관계인 북한으로서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에 따르면 윤 장관은 현지 시각으로 5일 오전 9시 쿠바 수도 아바나 시보네이에 있는 컨벤션궁(팔라시오 데 컨벤시오네스)에서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을 만나 ▲양자 협력 ▲글로벌 협력 ▲인사 교류 등 상호 관심 사안 등을 논의했다.

회담이 열린 아바나 시보네이 지역은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관저와 130여개의 외교 공관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공항 도착 순간부터 쿠바 측에서 최상의 의전을 제공했다"고 전했다.

회담은 당초 예정됐던 30분을 훌쩍 넘겨 75분 동안 진행됐다. 우리측에서는 전비호 주멕시코 대사, 임기모 외교부 중남미국장, 이상화 외교부 장관정책보좌관 등이 배석했다. 쿠바측에서는 헤라르도 페냘베르 양자총국장(차관보), 미겔 라미레즈 아주국장, 바바라 몬딸보 장관 비서실장 등이 배석했다.

회담은 진지하면서도 허심탄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회담 시간이 길어진 것도 양측 모두 할 말을 다 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윤 장관이 한국어로 말하면 통역이 스페인어로 전달했고, 로드리게스 장관이 스페인어로 말하면 통역이 영어로 전달했다.

배석자에 따르면 윤 장관은 인사말로 쿠바에 대한 첫 인상을 두 가지 언급했다.

윤 장관은 먼저 쿠바에서 가장 애호되는 노래 '관타나메라'를 언급하면서 "가사처럼 아늑하고 포근한 정경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 노래는 독립 영웅이자 시인, 언론인, 혁명가, 교수, 정치 철학자였던 호세 마르티의 시에 곡을 붙인 것으로 우리의 아리랑과 같은 노래라 할 수 있다.

윤 장관은 이어 닐 암스트롱의 명언을 인용하면서 "개인에게는 작은 발자국이지만 인류에는 큰 도약이라는 말처럼 제 개인에게도 역사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방문"이라고 말했다.

회담에서 윤 장관은 한·쿠바 양국이 지닌 잠재력을 구체화하기 위한 교류·협력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이뤄졌던 문화, 개발협력 분야의 협력뿐만 아니라 인사 교류 등 양국 간 접촉면을 넓힐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윤 장관은 특히 "이번 카리브국가연합(ACS)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국과 ACS 간 파트너십 강화를 기대한다"면서 "이를 위해 ACS 의장국인 쿠바가 주도하고 있는 '카리브 지역에서의 기후변화 대응 협력사업'에 우리의 기여 방안을 적극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이에 대해 "기후변화와 지속 가능 개발에 있어 한국과의 협력에 기대가 크다"면서 한국 정부의 기여 의사에 대한 사의를 표명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윤 장관은 다만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50년 넘게 북한과 '형제 국가' 관계를 맺어온 쿠바의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쿠바는 우리 정부와 관계를 단절한 이듬해인 1960년 북한과 수교한 뒤 반 세기 넘도록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에는 북한 김영철 당중앙위 부위원장이 쿠바를 찾아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회동을 갖고 '동지적, 형제적 관계'를 거듭 확인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이달 초 라울 카스트로 의장의 85번째 생일을 맞아 축전도 보냈다.

정부는 윤 장관의 방문으로 쿠바와의 관계에 물꼬를 튼 뒤 이해관계의 접점을 넓히며 관계 개선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쿠바와 관계 정상화를 추진, 대북 압박 기조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쿠바가 북한의 혈맹국인 점을 감안해 지나치게 속도를 내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윤 장관은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옛날에는 조그만 길이었다면 이제는 그보다 훨씬 더 큰 길들이 여러 갈래로 나오고 있다"며 "이번 방문이 비교적 제대로 된 길이 되는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장관은 그러면서 "회담에서 양국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더욱 구체화시킬 시점이 다가왔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앞으로 이러한 접촉을 계속하고 또 다양한 레벨에서의 접촉을 갖기를 기대하고 다양한 후속 협의를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 장관은 회담을 마친 뒤 쿠바 한인 후손들을 위한 문화원 회관인 '호세 마르티 한·쿠바 문화클럽'을 찾아, 방명록에 "쿠바 이민 95년을 맞는 시기에 한국 외교장관으로서는 최초로 쿠바를 방문하고, 한인 후손회관을 찾게돼 기쁘게 생각합니다. 한인 후손 여러분들이 한·쿠바 양국 간 마음과 마음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주시는 데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건강하신 가운데 양국 관계발전을 위해 더 큰 기여를 해주시길 기원합니다. 2016.6.5 대한민국 외교부장관 윤병세"라고 남겼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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