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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누군가에겐 너무나 먼…'징검다리'

입력 2017-05-03 21:49 수정 2017-05-03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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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우리가 보내고 있는 이 찬란한 5월의 첫 주. 휴식이 필요했던 이들에게 마치 선물같이 주어진 징검다리 연휴 이야기입니다.

달력은 때아닌 빨간 색으로 가득했지요. 공항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하고 유원지는 나들이객들로 가득한 봄날.

그러나 상대적 박탈감이라고 해야 할까… 빨간빛 가득한 달력 속 휴일은 누군가에겐 꿀이지만 누군가에겐 한숨이었던 것이지요.

칸트 연구의 권위자인 백종현 서울대 명예교수의 말을 빌립니다.

그는 80년대 초반 독일 유학시절. 자동차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군요. "6주일 일하고 1주일 유급휴가를 주는데 노는 주에는 임금을 1.5배 줬다. 놀면 돈이 더 들기 때문…"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그는 정규직도 아니고 흔한 말로 알바였습니다.

놀면 돈을 더 주다니… 무노동·무임금만 외쳐온 우리의 기업들은 두 번쯤 죽었다 깨어나도 깨닫지 못할 발상의 전환.

"지금 한국은 80년대 독일만도 못하다. 평균 3만 불 사회라면 못사는 사람들도 소득 2만 불은 되어야 좋은 사회라 할 수 있다"

노 교수는 점점 더 견고해져만 가는 격차사회를 이렇게 토로했습니다.

하필 거제 조선소의 노동자들이 32톤 크레인에 깔려 사고를 당했던 그날은 노동절인 5월 1일의 오후였습니다.

정식 직원들은 노동절 휴일을 누릴 수 있었지만 협력업체 직원들은 그럴 수가 없었고, 그래서 노동절에 불거진 '위험의 외주화' 문제는 우리가 처한 현실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곡기를 끊고, 전광판 위에 올라선 노동자 역시 길고 긴 휴일이 원망스러웠을 것입니다. 그들 앞에 놓인 모든 날들이 또 다른 의미의 빨간 날들이니까요.

징검다리 휴일. 누군가에게는 이어갈 수 있는 징검다리.

누군가에게는 그 사이가 너무나 먼 징검다리… 그래서 그 누군가에게는 결국 건널 수가 없는 징검다리.

오늘(3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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