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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강압 검찰 수사에 망가진 삶…기소된 의사 '악몽의 5년'

입력 2020-07-15 08:57 수정 2020-07-1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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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삶이 바뀌고 누명은 벗었지만 결코 그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게 된 사람들. 필부들은 삽질 한번 잘못해도 다시 하면 되지만 검사들이 잘못하면 한사람 인생이 바뀐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또 하나의 사례는 의료법 위반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었던 한 의사 얘기인데요. 역시 결론은 무죄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의 시간들을 되돌릴 순 없습니다.

박지영 기자입니다.

[기자]

2016년 4월 의사 신혜정 씨에게 악몽 같은 삶이 시작됐습니다.

검찰의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팀'이 신씨에게 출석을 통보하면서부터입니다.

하루아침에 붙은 죄명은 '의료법 위반', 신분은 피의자였습니다.

[신혜정 : (검사가) 책상을 '탕탕' 치면서 의사가 벼슬이냐고…저 정말 무서워서 없던 얘기도 자백하게 생겼더라고요]

제약회사 영업사원 A씨는 검찰에서 신씨에게 7650만 원을 줬다고 진술했습니다.

의약품 처방의 대가라는 주장이었습니다.

검찰은 이 진술을 기초로 곧바로 기소했습니다.

신씨를 소환해 조사한 건 딱 한 번뿐이었습니다.

[신혜정 : 대인관계 못하겠는 정도는 당연한 거고요. 살면서 이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본 적이 없어요.]

검찰 수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는 재판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검사가 낸 증거는 오히려 신씨의 결백함을 증명했습니다.

영업사원 A씨의 '업무수첩'엔 2013년 1월 23일에 신씨를 직접 만나 돈을 건넸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A씨의 카드 내역과 출입국 기록은 전혀 달랐습니다.

A씨는 이날 새벽 공항고속도로를 지나 오전부터 인천공항에 있었고, 낮 시간엔 면세점에서 쇼핑도 했습니다.

두 사람이 아예 만난 적이 없었던 겁니다.

달력에 없는 엉뚱한 날짜가 적혀 있기도 했습니다.

[신혜정 : 2014년 6월 31일 화요일 날 어느 병원에 돈을 줬다는데 (6월은 30일까지만 있어서) 이런 기록이 있으면 이 수첩이 가필되거나 조작됐다는 걸 (조사해야…)]

검찰은 A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고도 문자메시지 내용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습니다.

A씨는 또 다른 의사에게 "살생부에서 빼줬다"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는 진술의 신빙성에 의심이 가는 단서입니다.

이런 반전이 이어지며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을 뒤집고 2심에서 무죄, 대법원에서 무죄가 나왔습니다.

[신혜정 : 저 그냥 재판장에서 울었어요. 그냥 펑펑 울었어요. 다른 사람들이 보거나 말거나…]

신씨는 수사와 재판으로 5년의 삶을 잃어버렸다고 했습니다.

이 억울함을 풀기 위해 A씨를 '모해위증 혐의'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무혐의로 끝냈습니다.

당시 수사를 했던 서울서부지검은 취재진에 "해당 사건은 판결이 확정된 사안으로 기소의 적정성을 따지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전해왔습니다.

[신혜정 : 저는 법이 여태껏 공평하다 생각하고 살았어요. 죄를 짓지 않아도 검사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죄인을 만들 수 있구나… 이 나라 법은 누구를 위한 건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되나.]

(영상그래픽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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