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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 의혹' 2년 뒤 그곳서 또…"병원 무관심이 아들 앗아가"

입력 2019-01-15 08:08

이국종 교수 출연 그 후…'응급의료 현실'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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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교수 출연 그 후…'응급의료 현실' 추적

[앵커]

지금부터는 국내 응급 의료시스템의 현실, 저희 탐사플러스팀의 취재 내용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전북대병원에서 일어난 살수 있던 생명이 세상을 떠난 일에 대해서입니다. 먼저 유가족들이 사고가 아니라 병원의 무관심이 사망에 이르게했다고 말하고 있는 24살 청년 이야기부터 해보겠습니다.

서준석 기자입니다.

[기자]

대학 졸업을 앞둔 이동현 군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이었습니다.

산림기사 필기를 합격해 아버지를 따라 공무원이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이동현 군 아버지 : 학교 갔다 오면 (집에서) 가까운 데 도서관이 있거든요. 도서관에서 거진 살다시피 했어요.]

동현 군의 꿈이 산산조각 난 것은 사고가 났던 지난해 10월 19일.

< 2018년 10월 19일 오후 5:30 ▶ 오토바이 사고 >

오토바이를 타고 집을 나선 동현 군은 도로 표지판을 들이받았습니다.

코와 입에서 출혈이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의식은 또렷했습니다.

[구급대원 : (사고 후) 스스로 걸어 다녔고 이렇게 수그리고 있었는데, 이송 도중에도 생체 징후 체크를 저희가 다 확인했는데 이상 없었죠.]

< 저녁 6:16 ▶ 병원 도착 ▶ 심각한 저산소증 상태 >

동현 군이 전북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 도착한 것은 골든타임인 1시간이 지나지 않은 오후 6시 16분입니다.

당시 동현 군의 혈중산소 농도는 87~90%.

산소호흡기가 필요한 폐암환자와 같은 저산소증 상태였습니다.

[정경원/아주대 외상학과 부교수 : 악안면 손상이 되면 제일 먼저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게 숨 쉬는 기도 확보(예요). 몸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상황에서 3분에서 5분이 지나버리면 비가역적,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리거든요.]

하지만 기도 확보를 위한 조치는 없었습니다.

[이동현 군 아버지 : (애가) 호흡을 못 해서 계속 나 호흡 좀 어떻게 해달라고 하는 마당인데 의사들은 왔다 갔다 하기만 하고 흘끗 보기만 하고.]

응급센터 측은 전문의를 따로 불렀다는 입장입니다.

[이모 교수/전북대 응급센터 책임교수 : 의식이 너무 명료해서 일단은 구강외과 계획을 좀 듣고 처치를 하자 한 게 처음 계획이었어요. ]

< 저녁 8:14 ▶ 임모 교수 도착 ▶ 기도 삽관 실패 >

하지만 구강외과 임모 교수가 나타난 것은 2시간이 지난 오후 8시 14분.

[이동현 군 아버지 : 하다 못해 환자 자신이나 보호자가 이것 좀 해주세요 급하잖아요 보기 때문에. 그때 그런 것을 전혀 안해주는 거예요 얘기를 해도. 애는 답답하다며 앉았다 일어섰다.]

도착한 임 교수는 기관 삽관을 결정했고, 의료진은 동현 군에게 마취제를 투여했습니다.

하지만 입과 코에서 흐른 피는 이미 동현 군의 기도를 막은 뒤였습니다.

수차례 시도한 기관 삽관은 실패했습니다.

동현 군의 체내 산소포화도는 30%대.

분당 100회가 넘던 심장박동수도 83회로 떨어졌습니다.

< 밤 9:00 ▶ 기관 절개술 성공 >

기관 절개술로 이 군의 숨통이 가까스로 트인 것은 오후 9시.

병원에 도착한지 2시간 40분만이었습니다.

< 밤 11:57 ▶ 심정지 >

하지만 곧 심정지 상태에 빠졌습니다.

[이동현 군 아버지 : 멱살 잡고 난동을 부렸으면, 관심을 줘서 뭐라도 해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미치겠어요.]

결국 식물인간이 된 동현 군은 1달 뒤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동현 군 아버지 : 근데 결국 얼굴 상처 때문에 죽은 게 아니라 그런 무관심이…기도 (삽관을) 해줘도 살 수 있었는데.]

동현 군의 사인은 저산소증으로 인한 뇌손상으로 추정됩니다.

24살 청년은 가족 여행을 하루 앞두고 일어난 사고에 홀로 다른 세상으로 떠나게 됐습니다.

(영상디자인 : 정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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