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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과 싸우겠다" 총 들고 시위 나선 여성들

입력 2021-07-0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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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아프가니스탄 중부 고르주에서 수백 명의 여성이 거리 시위에 나섰습니다. 연령대는 제각각이지만, 저마다 손에는 기다란 총을 들었고 탈레반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민간 여성들이 무장해 거리로 나선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현지시각 4일, 아프가니스탄 고르주에서 여성들이 무장 거리 시위에 나서고 있다. 〈사진=트위터 'Salahuddin Salarzai〉현지시각 4일, 아프가니스탄 고르주에서 여성들이 무장 거리 시위에 나서고 있다. 〈사진=트위터 'Salahuddin Salarzai〉

시위를 주도한 할리마 파라스티쉬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보안군을 독려하려는 상징적인 목적도 있지만, 나를 포함해 많은 여성이 실제로 전투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했습니다. 여성들이 그들의 땅과 자유를 지키겠다며 찾아와 총을 달라고 했고, 이런 움직임이 다른 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면서요.

시위대 여성들 상당수는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폭력에서 살아남은 이들입니다. 최근 탈레반은 미군 철수 움직임을 틈타 아프가니스탄에서 급속도로 세력을 넓혀나가고 있는데요. 고르주의 일부 지역도 점령당했습니다. 주지사인 압둘자히라 파이짜다는 "이들 대부분 탈레반의 공격에 아들과 남자 형제들을 잃고 화가 나 있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여성 인권 유린에 대한 반감이 거셉니다. AK-47 소총을 들고 시위에 참여한 나제바는 아프간 파즈왁 통신에 "우리는 탈레반 정권의 암흑기를 겪었다"며 "여성들이 집 안에만 머무는 걸 다시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보수적인 샤리아 율법을 믿는 탈레반은 점령지에서 여성이 학교와 일터에 가는 걸 막고 있는데요. 눈만 빼고 온몸을 가리는 부르카를 씌우려고도 합니다.

파라스티쉬는 전투 참여 의사를 주 당국에 전했다고도 했습니다. 대부분 무기를 다뤄본 경험은 없지만, 주지사는 "정부의 허가만 난다면 이 여성들에게 무기 다루는 법을 훈련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프간에서 여성의 전투가 흔한 일은 아니지만 탈레반에 맞서 싸우려는 사례도 점점 생겨나고 있습니다. 북부 자우즈잔주에선 여러 명의 여성들이 함께 총을 다루는 훈련을 하고 있는데요. 훈련에 참여하는 20대 초반의 여성 언론인은 "원하는 방식으로 여성을 다루려는 이들이 나라를 통제하는 걸 원치 않는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10대 소녀가 한밤중에 집을 공격해 부모님을 죽인 탈레반 요원들을 사살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미군의 철수가 막바지에 이른 뒤 아프가니스탄의 혼란은 커지고 있습니다. 탈레반은 아프간 지역 400여곳 중 최소 150곳을 장악한 걸로 조사됐습니다. 곳곳에서 정부군과 탈레반의 무력 충돌이 벌어지고 내전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불안과 혼란 속에서 다른 나라로 탈출하는 행렬과 함께, 탈레반에 맞서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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