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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 때문에 참을 수밖에…'갑질'에 매인 대학원생들

입력 2017-08-2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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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학 교수들의 갑질은 비단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죠. 그런데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취재한 오선민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오 기자, 앞선 리포트에서 여러 녹취 파일과 자료들이 공개됐는데 이것들을 어떻게 입수했습니까?

[기자]

저희가 앞서 공개한 녹취 파일과 자료들은 A교수의 지도를 받던 대학원생들로부터 확보했습니다.

녹취 파일은 작년 초 MT 술자리 대화부터 지난 달 연구실에서 교수와 나눈 대화까지, 상당히 다양했습니다. 통장 내용 역시 멀게는 2013년 거래 내역부터 가장 최근인 이번 달 초까지의 내역을 학생들로부터 입수했습니다.

[앵커]

녹취 파일엔 학생들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이 듣기에도 불쾌하고 화가 나는 말들이 많은데 교수가 또 어떤 말들을 했습니까?

[기자]

앞서 MT 술자리에서 있던 대화를 전해드렸었는데요. A교수는 학생들에게 "살이 빠졌다. 손목이 얇아졌다", "우리방 여학생들은 술 취하니까 더 예쁘다"며 지속적으로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또 논란이 됐던 "신용불량자" 발언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교수가 300만 원을 찾아달라 하고, 학생은 ATM 한도가 70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교수가 내일 은행에 같이 가서 인출하자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앵커]

이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해당 교수는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인건비 통장을 직접 관리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소위 '풀링제'를 운영한다며, "인건비를 모아놨다가 학생들 등록금을 내거나 학회 경비로 사용했다"고 말했습니다.

학생 지도 과정에서 욕설이나 인격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당근과 채찍을 어느 정도 사용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성적인 발언이나 성차별적인 언행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이같은 문제들이 꽤 오랜 시간 묵혀왔던 일로 보이는데, 그동안 학생들은 왜 학교 측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거죠?

[기자]

제가 학생들을 직접 만나봤는데요. 학생들은 "일단 학위가 걸려 있으니 참아왔다"고 말했습니다. 대학원생들은 논문 통과, 졸업, 취업 등 많은 부분 교수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도교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또, 제도적인 문제점도 있습니다. 대학원의 특성상, 논문 통과나 졸업을 결정짓는 지도교수 밑에서 문제 제기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졸업 후 문제 제기를 하려고 하면 '징계 시효'가 발목을 잡게 됩니다.

현재 교육공무원법 및 사립학교법은 금품 수수, 공금 횡령, 성범죄 등이 있는 날로부터 '5년', 폭행 등 기타 행위가 있는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공식적인 징계 절차를 밟을 수 없도록 규정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대학원 재학 기간인 6년보다도 짧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이 전국 국공립 및 사립 대학 교수 징계 실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월부터 올 2월까지 징계시효 만료로 징계 처분을 내리지 못한 경우가 '9건'에 달했습니다.

[앵커]

많이 늦었지만 이같은 교수들의 갑질을 막기 위한 움직임들이 최근 시작됐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현재 교원의 징계 시효를 최대 7년으로 늘리자는 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입니다.

이밖에 교내 '징계위원회'에 교수뿐 아니라 학생 대표도 참여를 시키자는 주장도 있고, 각 대학에 '인권센터'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에 앞서 대학과 교수들의 인식이 바뀌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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