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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진화하지 못한 사회…'복 씨는 억울했다'

입력 2017-09-11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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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지난 1998년에 있었던 일입니다.

'복'씨 성을 가진 한 공공기관의 이사장은 억울했습니다.

"내 성이 김 씨나 이 씨였으면 눈에 띄지도 않았을 텐데 희성(稀姓)이라 걸렸다"

그는 자신의 친척을 비롯해서 권력자들이 청탁한 사람 스무 명을 부정채용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됐습니다. 그러나 그는 도리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왜 나만 가지고 그래" 한 시대를 풍미한 유행어처럼…복 이사장이 희귀 성을 물려준 가문을 원망했을 정도로 특혜채용은 여기저기 차고도 넘쳤던 것이지요.

그리고 이것은 단지 약 20년 전에 발생했던 웃지 못 할 일화가 아니었음을 우리는 오늘도 확인하고 있습니다.

신규채용의 95%가 청탁자.

성적이 괜찮은 지원자의 상당수도 청탁자를 끼고 있었다 하고 청탁을 해준 사람이 6명이나 겹쳐서 뉘 집 자식인지… 정말로 궁금한 지원자도 있었다 합니다.

그 옛날부터 유행했던 말…"빽도 실력이다"에서 최근에 나온 "돈도 실력이다"까지.

세월이 아무리 지났어도 진화하지 못한 사회…

이번에 적발된 이들 역시. 20년 전의 복 이사장처럼 "억울하다" 혹은 "운이 나빴다"고 여기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공정하게 재판해 주십시오"

지난 정권의 이른바 실세였던 한 정치인은 재판정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일한 인턴직원을 공공기관에 특혜채용 시켰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재판정에서 '공정'을 이야기한 그에게 판사는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전화나 오지 않게 해달라"

그러고 보니 신규채용의 95%를 청탁으로 채웠다던 그 공공기관의 인사팀장 역시 하루에 받은 청탁 전화와 문자만 이백 통이 넘었다는 증언이…별로 이상하게 들리지도 않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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