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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뒤바뀐 학교-학원 풍경…"학원 쌤 보러 가요"

입력 2015-05-1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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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뒤바뀐 학교-학원 풍경…"학원 쌤 보러 가요"


사교육 열풍으로 스승의 날 풍속도 변하고 있다. 학교는 안 가도 학원은 간다는 제자들이 대다수다. 추락한 교권이 학원가로 넘어간 모양새다.

5월15일 스승의 날은 1982년 스승을 공경하는 풍토 조성을 위한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올해로 34회째를 맞이했다. 그러나 오늘날 교사들의 위상은 땅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만 19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3%가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존경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올해로 임용 25년 차 고등학교 교사 A씨는 "옛날 우리가 말하던 배움, 존중의 의미를 담던 스승이라는 말의 의미는 이미 퇴색됐다"며 "이제는 스승이 아닌 교사라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설문조사 응답자의 78%가 '지난 1년간 학창시절 선생님에게 전화, 선물, 방문 등으로 감사 인사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스승의 날에 여실히 드러난다. 매년 이맘때면 입시학원가는 학원강사들을 찾아 인사하는 학부모와 학생들로 북적이지만, 학교는 촌지(寸志)에 대한 부담스런 시선 때문인지 비교적 조용하다.

아이들이 학교만큼 학원에서 지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공교육보다 사교육에 의존하게 된 오늘날, 스승의 날도 변하고 있는 것이다.

중학교 2학년생 자녀를 둔 구모(51)씨는 지난해 스승의 날에 국어 학원 강사에게 홍삼 세트를 선물했다.

구씨는 "학교는 선물이 원천봉쇄되고 단축수업을 하기 때문에 아예 못간다"며 "사교육을 아예 없앨 수 없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학교 선생님 만큼 학원 선생님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날이 날인 만큼 학원 선생님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하려고 한다"며 "엄마들끼리 같이 돈을 모아 케익이나 음료수 등을 하기도 하고 원장님만 챙겨드리기도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5년째 수학 강사로 일하고 있는 신봉기(30)씨는 매년 스승의 날만 되면 학교 선생님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린다. 지난해에는 제자들이 정성들여 쓴 롤링페이퍼와 케이크를 준비해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신씨는 "학원이 작다보니 제자들과 유대감이 끈끈하다"며 "각종 업무에 시달리는 학교 선생님들과 달리 제자 한명 한명에게 집중할 수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지금까지 이 학원에서 가르친 제자만 300명이 넘는 것 같다. 스승의 날마다 의젓한 대학생이 돼서 찾아오는 제자들을 보면 학원 강사지만 뿌듯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서울에서 15년째 논술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오모(58)씨의 5월 달력에는 제자들과 잡은 약속으로 빼곡하다. 제자들이 대학과 군대를 거쳐 직장을 얻는 것까지 다 지켜봐온 그다.

그는 인근 고등학교 A교사와도 가깝게 지낸다. A교사의 반 아이들이 오씨의 학원에서 수업을 듣기도 했다. 이들은 공교육과 사교육의 차이는 있지만 같은 아이들을 같은 마음으로 정성껏 가르친다.

오씨는 "가끔 A씨 반 아이들이 군대가기 전에도 인사를 오고 제대하고도 찾아오기도 하는데 나중에 얘기해보면 A씨에게는 안 찾아갔다더라"며 "A씨가 '나한테는 안 오고 학원 선생님만 찾아갔다니 요즘은 정말 공교육보다 사교육인가보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수줍게 웃었다.

그는 스스로가 공교육 안에 있는 선생님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학교에서보다 학원에서 아이들이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고 나 역시 아이들과 더 가까이 지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김모(18)군은 "스승의 날은 언제부턴가 일찍 끝나는 날로 인식이 굳어진 것 같다"며 "같은 반 친구들과 간단하게 담임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학원으로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늘날 달라진 스승의 날 풍경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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