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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 자급자족 꿈꾸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입력 2020-02-10 09:07 수정 2020-06-05 10:53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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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2)

최근 몇 주간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수많은 사람들이 병을 앓고, 심각하게는 목숨을 잃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국내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고, 접촉자의 수도 날마다 늘어나면서 시민들의 걱정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매주 월요일, 기후변화와 관련한 취재설명서를 이렇게 풀어나가고 있습니다만 뉴스룸을 통해선 국립중앙의료원, 서울대병원 등 국가지정 격리병상이 마련된 현장에서 감염병 소식을 전해드리고 있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을 이어가는 동안에도 여전히 기후변화는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격리병상에서 직접 확진자들을 진료하고 있는 의료진들도 새롭게 등장하는, 전에 본적 없던 감염병이 나타나는 배경으로 기후변화를 꼽기도 했습니다. 하루 빨리 확진자들이 쾌차해 퇴원하고, 더 이상의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이번주 취재설명서를 시작하겠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 자급자족 꿈꾸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자동차뿐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가전제품들에도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표가 붙어있을 정도죠. 예전에 물건마다 KS마크가 붙어있었던 것처럼 곳곳에 이 등급표가 붙어있다 보니 도리어 우리는 이걸 무심코 지나치곤 합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 스티커가 이룬 효과는 꽤 컸습니다. 일단,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을 신고하지 않고, 다시 말 해 이 스티커가 없이 만들어 팔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그리고 최저등급인 5등급을 충족하지 못 하는 제품은 만들거나 팔 수 없습니다. 제품을 사서 쓰는 소비자 입장에선 별다른 감흥이 없는 스티커지만 제품을 만들거나 수입하는 업체 입장에선 에너지 효율을 반드시 고려해야만 했죠.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 자급자족 꿈꾸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일반 가전제품부터 자동차, 타이어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엔 이런 등급표가 붙습니다.

에너지 효율을 따지는 건 비단 '제품'만의 일이 아닙니다. 건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주 취재설명서에서 EU의 건물들을 대상으로 한 규제를 소개해드렸습니다. 2019년 4월 이후 EU 역내에서 새롭게 지어지는 건물들은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도록 한다는 내용입니다. 수동적으로, 에너지를 최대한 꽁꽁 가둬두는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를 넘어서 건물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액티브 하우스(Active House)가 이젠 일반화되는 셈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최근 우리 정부는 패시브 하우스와 액티브 하우스, 이 둘을 합친 '제로에너지건축물'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아직 우리나라의 관련 기술이 선진국의 78% 수준이라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각종 인센티브를 통해 기술개발과 실제 제로에너지건축물의 건축이 활성화 될 걸로 기대됩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 자급자족 꿈꾸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제로에너지건축물의 개념도 (자료: 국토교통부)

단순히 개념도를 만들어 "이런 건물도 있습니다" 홍보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부는 당장 올해부터 공공건축물을 대상으로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에 나섭니다. 올해는 연면적 1000㎡ 이상의 공공건물만이 대상이지만 2025년부턴 500㎡ 이상의 공공건물, 1000㎡ 이상의 민간건물, 3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들로, 2030년부턴 공공·민간 할 것 없이 500㎡ 이상의 모든 건물은 의무적으로 '제로에너지건축물'이어야 하는 겁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 자급자족 꿈꾸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자료: 국토교통부)

또, 에너지 자립률에 따라 1~5등급으로 구분해 인센티브도 줄 계획입니다. 각종 제품들에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이 1~5등급으로 부여되는 것처럼 말이죠. 건물의 용적률이나 높이 등 건축기준은 최대 15% 완화될 수 있고, 취득세나 기반시설 기부체납도 마찬가지로 최대 15% 줄어들 수 있습니다.

시범 건물이나 시범 단지 등도 이미 계획됐다보니 조만간 이런 제로에너지건축물을 실제로 보고, 이용할 수 있을 걸로 예상됩니다. 당장 화성 남양뉴타운(654호), 과천지식타운(547호), 인천검단(1188호) 등 총 2389호의 공동주택이 제로에너지 개념을 도입해 올해나 내년 중 공급될 예정입니다. 또, 세종과 동탄신도시, 부산 명지지구엔 '임대형 제로에너지 단독주택단지'가 공급될 계획이고요.

이처럼 새로운 기술이 도입될 때마다 언제나 등장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비용 문제입니다. 평소 짓던 것보다 벽도 두껍게, 창도 두껍게 해야 할뿐더러 없던 발전시설도 새롭게 추가해야 하는 만큼 이같은 우려가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다행이 최근 에너지절약 설계 의무화가 이뤄지고 있고, 시간이 흐르면서 재생에너지 발전시설 설치비용 또한 줄고 있어 공사비 증가액은 약 5% 수준일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또, 제로에너지건축물에 대한 인센티브로 이 같은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용적률과 건축높이 완화(최대 15%), 기부채납률 경감(최대 15%), 취득세 감면(15%), 신재생에너지설치 보조금(30%), 주택도시기금 대출 한도 20% 상향 등으로 비용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는 겁니다.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지만 이 같은 적극적인 정책을 보면 그래도 희망이 없진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범부처, 범국가 차원의 움직임에선 답답한 모습을 넘어 경악스러운 모습도 보이지만요. 최근 발표된 '2050 저탄소 사회 비전 포럼 검토안'이 정확히 그런 예입니다. 마치 2050년은 아주 먼 미래일뿐더러, '내가 살 세상이 아니다'라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죠. 추후에 이 검토안에 대해선 보다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제로에너지건축으로 넘어오면, 정책과 더불어 우리의 생활양식에서도 보다 전향적인 변화가 이뤄져야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집이, 일하는 건물이 이렇게 바뀌는 것도 중요하지만 살고 일하는 '우리'가 에너지를 어떻게 쓰느냐가 결국 관건인 거죠. 여름이든 겨울이든 과도한 냉난방은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도, 지구의 건강을 위해서도 피해야 할 것입니다.

또, 여러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효율'을 잘 따져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에너지 효율이 높다는 것은 비단 '절약'에만 능하다는 게 아닙니다. 똑같은 에너지를 쓰고도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보다 더 연구하고 노력한 결과물이라는 뜻이죠. 제품을 구매하는 데에 있어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성능'은 효율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진짜 가성비를 따질 줄 아는 소비가 필요한 때입니다.

이처럼 기후변화와 에너지 안보는 서로 다른 문제가 아니라 '같은 일'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기후변화가 '에너지 안보' 말고도 또 다른 안보 분야의 리스크로 작용하기도 하는데요, 바로 '식량 안보'입니다.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안보의 위기는 이미 현실이 됐습니다. 다음 주 취재설명서에서 이에 대해 보다 자세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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