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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장' 레바논 부커 감독,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입력 2012-06-12 10:31 수정 2012-06-1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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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레바논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테오 부커(64) 감독은 12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한국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을 앞두고 납작 엎드렸다. 부커 감독은 경기 하루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 다소 지친 기색으로 나타나 "지난 번 승리한 경기를 기억하면서 왔지만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한국팀을 존중한다. 한국은 승리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팀이다"라고 추켜세우며 "한국을 따라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적장의 말이라기 보다는 팬들의 애정공세에 더 가깝다.

부커 감독의 저자세만 보면 한국이 이미 분위기에서 압도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 객관적인 전력면에서도 한국이 앞선다. 한국은 레바논과의 통산 전적에서 6승 1무 1패로 앞서 있다. FIFA 랭킹도 한국(35위)이 레바논(143위)보다 훨씬 높다. AP도 11일 작년 9월 한국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월드컵 3차 예선에서 한국이 6-0으로 완승을 거뒀다며 이번에도 한국이 승리할 거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레바논은 지난해 11월 자국에서 열린 한국과의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에서 2-1로 승리했다. 한국이 레바논에 당한 유일한 패배였다. 당시에도 부커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한국에 6-0으로 대패했던 이전 경기를 언급하며 "한국이 모든 면에서 레바논보다 앞선다"고 한국 대표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부커 감독은 웃는 얼굴 뒤에 칼을 숨기고 있었다. 레바논은 전반 4분 만에 문전 혼전 상황에서 선제골을 넣은 후, 밀집수비로 한국을 꽁꽁 묶었다. 예상 외의 골을 내준 한국은 얼이 빠진 듯 실망스러운 경기를 보여줬다. 결국 이 패배로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이 경질되기까지 했다.

이번에도 부커 감독은 칼을 숨기고 있다. 저자세를 취하며 방심시키려는 의도다. 기자회견에서도 부커 감독은 숨긴 칼날을 조금 드러냈다. 최강희 한국 대표팀 감독이 지난 패배를 설욕하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는 소리를 듣고는 "우리도 한국에 즐기려고 오지 않았다. 이기려고 왔다"라고 강조했다. 또 전술에 대해서는 "우리 선수들의 강점은 모든 경기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동문서답했다. 공격과 수비 어느 것에 주력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축구는 공격도 하고 수비고 하는 게임"이라며 교묘하게 대답을 회피했다. 부커 감독의 저자세가 어떤 의미인지는 12일 경기에서 드러날 것이다. 레바논은 1무1패다. 한 번 더 패하면 감독이 경질될 것이라는 현지 보도도 나왔다. 부커 감독은 웃는 얼굴이지만 배수진을 치고 있다. JTBC는 경기 시작 30분 전인 12일 오후 7시 30분부터 레바논전을 생중계한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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