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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의붓아들 살해 8개 간접증거…항소심에선 통할까?

입력 2020-06-17 10:15 수정 2020-06-1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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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의붓아들 살해 8개 간접증거…항소심에선 통할까?

고유정은 네살박이 의붓아들을 살해했을까.

법원은 올 초 열린 고씨의 1심 선고공판에서 전남편을 계획적으로 살해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하고 고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의붓아들 살해 건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단은 고유정이 법정 최고형인 사형 선고를 면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였다.

이 때문에 항소심에서의 쟁점은 고씨의 의붓아들 살해 여부에 맞춰졌다.

공소사실을 보면, 검찰은 고유정이 지난해 3월 2일 새벽 수면제가 든 차를 마신 현남편이 깊은 잠에 빠진 사이 그의 옆에 엎드려 잠을 자던 의붓아들의 등 뒤로 올라타 손으로 피해자의 얼굴이 침대 정면에 파묻히게 머리 방향을 돌리고 뒤통수 부위를 10분가량 강하게 눌러 의붓아들을 살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은 없다.

정황증거와 간접증거만 있을 뿐이다.

검찰은 고씨의 의붓아들 살해에 대한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크게 8개의 정황·간접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의붓아들의 사인이다.

검찰은 '기계적 압착에 의한 질식사'로 나온 부검결과를 통해 누군가 고의로 피해아동에 강한 외력을 가해 살해했다고 보고 있다.

사건 당시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없었고, 4살 어린이가 돌연사 하거나 함께 자던 어른의 몸에 눌려 사망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 볼 때 범인은 고유정 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둘째, 고유정이 지난 2018년 11월 1일 독세핀 성분의 수면제를 처방받았고, 현남편의 머리카락에서도 같은 성분이 검출됐다는 점이다.

현남편의 모발 길이(1.5∼4.5㎝) 등을 고려할 때 경찰이 모발을 채취한 2019년 6월 3일로부터 약 4.5개월 이전인 1월 중순 이후 독세핀을 투약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셋째, 의붓아들의 사망 추정시각(오전 4∼6시)을 전후해 고유정은 깨어있었다.

검찰은 고씨의 PC와 휴대전화를 분석한 결과 고씨가 의붓아들 사망추정일인 2019년 3월 2일 오전 2시35분께 PC를 통해 완도-제주 왕복 여객선 관련 블로그에 접속한데 이어, 오전 4시48분에는 의붓아들 친모의 남동생 등의 카카오톡 프로필을 열어보기도 했고 해당 흔적을 삭제했다.

다만, 항소심 2차공판에서 블로그에 접속했다는 PC 사용기록은 오류가 있었다는 증언이 나와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넷째, 고유정이 의붓아들을 살해할 범행동기가 충분했다 것.

검찰은 고유정이 2018년 10월 15일, 2019년 2월 10일 두차례 임신 후 유산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현 남편이 유산한 아이에 대한 관심보다 의붓아들만을 아끼는 태도를 보이게 되자 적개심을 가지고 범행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현남편과 다투는 과정에서 '너의 모든 것을 다 무너뜨려 줄테다', '웃음기 없이 모두 사라지게 해주마', '난 너한테 더한 고통을 주고 떠날 것이다' 등 범행 동기를 암시하는 문자 또는 SNS 메시지를 보냈다.

다섯째, 고유정은 현남편과 심하게 다투는 과정에서도 뜬금없이 남편의 잠버릇 문제를 거론하는 등 의붓아들의 사망 책임을 남편의 고약한 잠버릇 때문인 것처럼 보이기 위한 노력을 여러차례 기울였다.

여섯째, 고유정은 범행을 하기 전에 휴대전화로 니코틴 살인사건 관련 뉴스, 치매노인을 배개로 눌러 질식사시킨 4년 전 발생한 사건 뉴스를 검색하는 등 피해자 사망 원인과 유사한 기사를 봤다.

일곱째, 의붓아들 사망 이후 자신의 어머니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사망원인이나 사망시각을 미리 알고 있는 듯한 말을 했고, 어머니에게 "우리 애기 아니니까 얘기하지 마"라고 말하며 피해자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았다.

여덟째, 의붓아들 사망 당일 고유정은 혈흔이 묻어있던 매트리스를 부랴부랴 처분했고, 다음날 오전 의붓아들이 사망 당시 깔고 있던 요와 전기장판 등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렸다.

법원은 이날 오후 2시 예정된 항소심 결심공판을 마무리하면 선고만을 남겨놓게 된다.

고유정이 의붓아들을 살해했음을 증명할 목격자나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검찰이 제시한 정황·간접 증거를 법원이 인정할지 여부가 관건이다.

1심 재판부는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입증할 수 있다 하더라도 간접 사실 사이에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과 상호모순이 없어야 한다. 의심스러운 사정 등을 확실히 배제할 수 없다면 무죄추정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며 검찰이 제시한 증거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아버지의 다리나 몸통에 머리나 가슴이 눌려 사망했을 가능성 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고, 현재의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현남편에게 수면제를 먹였다고 단정키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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