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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도심 곳곳 '유령 화물차'…범죄·사고에 불안한 주민들

입력 2020-10-13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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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천 도심 곳곳에 번호판이 없는 트럭이 줄지어 주차돼 있습니다. 차량은 녹슬고 깨져 있습니다. 주민들은 특히 밤이 되면 더 무섭다고 하는데요. 번호판이 없는 차들이 어떻게 견인되지 않고 계속 한 자리에 그대로 있는 걸까요?

밀착카메라 서효정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인천의 한 주택가, 어두운 도로 위에 큰 트럭들이 줄을 지어 서 있습니다.

을씨년스런 분위기에 사람들이 걸음을 재촉합니다.

덩치가 큰 트럭의 그림자가 인도를 덮어 도로인지 인도인지 구분이 잘 안 됩니다.

담장 너머로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가 위치해 있습니다.

이 옆에 주차돼있는 트럭들을 보면 녹이 슬어서 한눈에 봐도 굉장히 오래 방치된 것처럼 보이는데요.

거리엔 원래 가로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트럭들의 그림자 때문에 이렇게 조명을 끄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송창순/인천 연수구 옥련동 : 무섭죠, 밤에는. 아예 전혀 가지를 못 해, 저기에. 좁아서. 상상도 못 해요. 낮에도 역시 그래요. 사람이 다닐 수가 있어야지.]

모두 번호판이 없습니다.

왕복 8차로의 한 개 차선을 가득 채운 것도, 사람이 다니는 길 위에 올라와 있는 것도, 모두 이런 '유령 차'들입니다.

번호판 없는 차들이 이렇게 쭉 줄지어 서 있습니다.

언제부터 여기에 서 있었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는데, 이 트럭 문을 좀 열어보겠습니다.

열어보니 안에 각종 쓰레기가 쌓여있습니다.

운전대를 휴지로 훑어보니, 새카만 먼지가 묻어나옵니다.

바퀴는 터졌고, 문이 열리는 차 안엔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거미줄까지 있습니다.

누구의 차일까.

차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해봤습니다.

[A씨/옛날 차주 : 골목에 서 있어요? (대로변이요.) 대로변에 서 있다고요? 저 차 판 지 오래됐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세워 둔 걸까.

[다와바타르/몽골 수출업체 대표 : (저쪽에) 중고차 수출하는 데 있어, 다 거기 꺼야. 저기가 주차할 데가 없어요. 안에 넣어놓을 자리가 없어서 아무 데나 세워놔.]

중고차 수출업체가 일반 도로에 불법으로 주차해 놓는 것입니다.

[이준욱/주변 상인 : 저거 노란 딱지 붙였죠, 아무 의미 없어요. 경찰, 연수구청 교통계 할아버지가 와도 차를 견인을 못 해가요. 저게 번호판이 없잖아요.]

번호판이 없는 건 폐차를 했다는 뜻, 업체들에겐 폐차된 차량이 일반 중고차를 사서 수출하는 것보다 이익을 더 많이 낼 수 있습니다.

번호판을 말소해도 수출용이라면 이동에 제약이 없는 법의 허점을 이용한 것입니다.

[황창선/인천 A구청 자동차관리과 : 방치 차량이면 저희가 처리(견인)해서 없어지는데 주인이 있는 차는 저희가 그냥 방치로 처리를 못 하니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방금 막 붙인 안내문입니다.

이 차를 기간 내에 옮기지 않으면 강제로 폐차를 하거나 팔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차 앞부분으로 가면 앞 유리에 똑같은 안내문이 또 붙어 있습니다.

어디서 붙였나 봤더니, 이 근처 자치구인 연수구로 돼 있습니다.

[김경렬/인천 A구청 자동차관리과 : 저쪽이 연수구예요. 여기서 단속이 됐다가 바로 여기로 옮긴 다음에 단속을 피해가는 거죠.]

경고 기간에 차를 옮기는 꼼수입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업체에 물었습니다.

코로나19 유행 때문이란 답이 왔습니다.

[B씨/중고차 수출업체 : 인천항 꽉 차 있고요, 수출이 안 나가니까. 배도 들어와서 움직이질 못 하고 있고. 야적장 풀로 차 있고.]

그런데 업체 측은 당국에서 세금만 걷고 손을 놓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B씨/중고차 수출업체 : 폐차에 대한 세금을 매겨요. (지자체에선) 놓치기 싫은거죠. 그러면서 부지는 안 만들어주고.]

[C씨/중고차 수출업체 : 여기 전부 다 애국자들이잖아요. 못 쓰는 차를 전부 다 수리해서 동남아나 아프리카에 수출하잖아. 근데 여기 공간이 있어, 뭐가 있어.]

하지만 공용도로를 차량 보관 장소로 사용하는 것엔 다른 수출업체들도 비판적입니다.

[D씨/중고차 수출업체 : 공간은 자기네가 얻어서 쓰면 되는 건데 그냥 무임으로 쓰기 위해서 도로에 방치해 놓은 거죠.]

구청은 관련 법이 바뀌어야지, 본인들이 당장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입장입니다.

업체와 구청이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풀이 자라고 주변엔 각종 쓰레기가 쌓이고 있습니다.

문이 열리는 차량들은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 주민들은 항상 사고 위험에 떨고 있습니다.

[이준욱/주변 상인 : 저기 송도 고가 밑에서부터 한 차선을 다 막고 대요. 새벽에 여기 시속 100㎞, 120㎞ 날거든요, 차들이? 사고 많이 나요.]

[화물차 운전자 : 누가 박더라도 박는다고. 왜냐하면 (중고차는) 불이 전혀 안 들어오잖아요. 딱 보세요. 저 안으로 쑥 들어가버린다고, 받으면. 바로 사망이에요.]

한때 수출 효자였던 중고차들이 이제는 번호판 없이 이렇게 흉물로 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시대의 어두운 단면이지만, 당국과 수출업체가 책임 공방을 벌이는 사이, 시민들의 불안감과 불편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VJ : 최진 / 인턴기자 : 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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