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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냉혹한 날씨는 결국 끝나게 되어있다'

입력 2018-05-10 21:31 수정 2018-05-11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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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소년에게는 형이 있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세상을 떠난 형의 이름은 빈센트.

그 형과 같은 이름이 붙여졌던 소년은 늘 자신이 죽은 형 대신 살아가고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는 형의 무덤가에 핀 해바라기 꽃을 보면서 죽음을 딛고 일어선 생명의 아름다움을 생각했고…

자신과 해바라기는 같은 운명을 지녔다고 여기게 되었지요.

빈센트 반 고흐.

그의 작품 속 해바라기는 빛과 온기와 생명을 함께 머금은 채 하늘을 향해서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고개는 항상 타는 듯이 눈 부신 태양을 향하고 있는 꽃.

태양이 사라져도 같은 자리에서 태양을 기다리는 꽃.

해바라기의 노란 빛은 결코 해에게 닿을 수 없는 안타까움인 동시에 끝없는 기다림과 희망을 상징했고…

누군가는 그의 해바라기 그림을 일컬어서 "빛을 배경으로 한, 또 다른 빛" 이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 배, 세월호를 감싸 안은 총 66개의 지지대 역시 선명한 노란 색으로 칠해져 있었습니다.

그것은 지난 4년여 동안 팽목항에서 사람들의 손목에서…

가슴에서…

마음속에서 이어져 왔던 색깔과도 같습니다.

그 노란색 지지대…

아니 노란색을 잊지 않고 지켜왔던 선한 사람들의 마음에 기대어 오늘 세월호는 마침내 바로 서서 세상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똑바로 선 세월호를 보는 것은 처음입니다.

물속에 거꾸로 있거나 뭍 위에 누워있던 모습만을 봐왔을 뿐…

비로소 바로 선 세월호는 이제 세상을 향해서 무슨 말을 할 것인가…

그것은 뒤집혀지거나 누워있어야만 했던 지난 시간들에 가려졌던 진실이 아닐까.

태양의 빛깔을 닮은 해바라기의 노란 빛은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림에서뿐 아니라 마음속에서도 늘 꿈꿔왔던 빛이었다고 하지요.

동생 테오에게 보낸 빈센트의 편지 한 구절로 마무리합니다.
 

냉혹한 날씨는 결국 끝나게 되어있고
화창한 아침이 찾아오면 바람이 바뀌면서
해빙기가 올 것이다

-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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