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LA총영사관서 성추행"…외교부 '모르쇠' 국정원은 '쉬쉬'

입력 2020-10-13 21:32 수정 2020-10-13 22:40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LA 한국총영사관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이 도마에 올라 있습니다. 현지에 파견된 국가정보원 소속의 고위 공무원이 계약직 직원을 성추행했지만, 외교부가 징계를 하지 않은 걸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취재를 더 해보니 문제가 또 있습니다. 외교부와 국정원 모두 '모르쇠'로 대응하거나, 국가 기밀이란 이유로 해당 국정원 직원의 징계 여부를 피해자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먼저 이지혜 기자입니다.

[기자]

계약직 직원인 A씨가 부총영사급 국정원 공무원 B씨의 지시로 회식에 참석한 건 지난 6월 23일입니다.

폭탄주가 오갔고, A씨는 이내 정신을 잃었습니다.

A씨는 그 뒤 LA 총영사관 안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했습니다.

A씨는 B씨를 준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경찰은 일부 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넘겼습니다.

A씨는 "피고소인이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강제로 추행했다", "사과와 반성을 기다렸지만, 직속 부하직원들을 시켜 고소인의 상태를 확인하며 감시했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습니다.

"조속히 국내로 소환해 조사해 달라"고도 했습니다.

외교부에도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가해자에 대한 감사는 원소속 기관인 국정원에서 한다는 소식이 전달됐습니다.

[오선희/A씨 대리인단 소속 변호인 : 외교부는 우리가 소환하는 것까진 우리 일이지만 징계 관련해서는 소속기관이 아니니까 우리 업무는 끝이다…]

국정원은 이 직원을 징계했는지 여부를 피해자 측에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국가기밀' 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징계와 관련된 담당자의 연락처를 물었지만, '우체국 사서함 번호'만 보내왔다고 합니다.

피해자 측은 B씨가 직무 배제됐다는 사실을 국정감사와 관련한 기사를 보고 알게 됐습니다.

국정원은 "감찰에 착수해 조사하고 있다고 전달했다"고 전해왔습니다.

또 "수사 종료 후 징계 처분과 결과를 통보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 신고 후에도 한 공간에…피해자의 가장 큰 걱정은

[앵커]

외교부와 국정원의 이런 성의 없는 대응 속에서 피해자는 그냥 기다려야 했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가장 걱정하고 있는 건 가해자가 고위공무원이라서 과연 징계가 공정하게 이뤄질 지였습니다.

오효정 기자입니다.

[기자]

피해 사실을 신고한 뒤에도 가해자와 한동안 같은 곳에 있어야 했던 A씨는 당장 남은 휴가를 털어 써야 했습니다.

[A씨/피해자 : 총영사관 제1의 목표가 교민을 보호하는 일이고, 저는 아이러니하게 그곳에서 피해를 봤다는 거…]

CCTV 등 증거 자료들도 직접 발로 뛰어 확보했습니다.

[A씨/피해자 : 거기(사건 장소)를 제가 가서 다시 서 있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었고 정말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었던 일들이 너무 많았는데…]

상대가 고위 공무원인 만큼 공정한 조사가 이뤄질지가 가장 걱정이었습니다.

[A씨/피해자 : (가해자가) 지금까지 여기 오셨던 분 중에서 제일 잘나가는 분이라고 했었고, '라이징 스타'라는 말도 들었고…]

반면 A씨는 계약직으로 일하는 상황.

'나만 눈 감으면 된다'는 생각도 했지만, 마음을 바꾸기로 결심했습니다.

[A씨/피해자 : '딸아이한테도 이런 일이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게 가장 컸어요. 그때 피해 사실만큼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꼭 알아주셨으면 하고요.]

하지만 국정원에서 어떤 징계 절차를 밟고 있는지도 모른 채 몇 달째 기다리고만 있습니다.

[A씨/피해자 :피해자에게 향후 징계 절차라든가 모든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당연한 권리라고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고…]

그러는 동안 사건이 원칙대로 처리될 것이란 기대는 조금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A씨/피해자 : 국익을 위해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지금까지 일해 왔었고. (그런데 막상) 제가 철저히 외면당하는 이 현실이 참 참담합니다.]

(영상디자인 : 강아람)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