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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 '멘탈갑 해설' 기보배 "오진혁, 진심으로 응원했다"

입력 2014-09-29 14:32 수정 2014-09-2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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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 '멘탈갑 해설' 기보배 "오진혁, 진심으로 응원했다"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커플임을 공개했던 오진혁(왼쪽)과 기보배. 이제는 서로 응원해주는 동료가 됐다. IS포토


"오진혁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이겨줘서 고맙다."

'멘탈갑' 기보배(26·광주광역시청)의 목소리는 밝았다. 기보배는 인천아시안게임 대표에서 탈락해 KBS 해설자로 변신했다. 사대 대신 중계석에 앉은 그는 솔직한 해설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닐슨코리아가 집계한 28일 일일 시청률에도 KBS아시안게임 중계의 시청률은 10.2%가 나와 타 방송사를 압도했다. 하이라이트는 남자 리커브 결승이었다. 한때 커플이었던 오진혁(33·현대제철)이 나왔지만 기보배는 흔들리지 않고 좋은 해설을 했다. 이에 팬들도 '기보배 대단하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해설자로 변신해서도 양궁계의 중심에 있던 기보배를 29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 사대 밖에서 본 양궁은 어땠나.

"해설을 하면서 양궁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 스스로 경기 운영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기회였다."


- 리커브 남자 개인 3·4위전을 해설하던 도중 기쿠치 히데키(28·일본)에게 따끔한 질타를 해 놀랐다.

"나도 양궁선수다. 큰 무대에 서는 부담감을 잘 안다. 그러나 활을 쏘고 땅을 바라보는 것은 양궁 선수에게 적합한 행동은 아니다. 아무리 지고 있고, 점수 차이가 많이 나도 응원하는 팬을 생각한다면 근성과 끈기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 솔직하고 냉철한 분석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예상했나.

"그렇다. 예상했다. 내가 중계를 하면 화제가 될 줄 알았다. 난 꾸미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솔직한 것이 좋다.(웃음)"


- 해설을 하게 된 계기는.

"처음에 제안이 왔을 때 2주 정도 시간을 달라고 했다. 사실 KBS에서 요청이 오기 전에 다른 방송국이 먼저 제안했다. 그런데 그 방송사는 소속팀 감독님께 연락을 했더라. 감독님이 전국체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거절했다. KBS에서는 함께 중계한 이재후 아나운서가 직접 전화했다. 나를 정말 원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더 끌렸다. 그러나 흔쾌히 수락한 것은 아니다. 많은 생각을 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떨어진 것이 이런 새로운 기회를 주려고 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번 제안을 거절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 보는 사람은 즐거웠는데. 스스로는 재미있었나.

"하루하루 거듭할수록 해설이 늘었다. 마지막이 오진혁 선수의 경기였지만, 아시안게임이 끝이라고 생각하니 섭섭하더라."


[인천AG] '멘탈갑 해설' 기보배 "오진혁, 진심으로 응원했다"기보배는 재치 있는 입담으로 해설자로도 합격점을 받았다. 사진=KBS 캡처


- 해설자로 기보배는 몇 점인가.

"65점에서 70점. (겸손한 점수인데.) 해설위원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기가 없으면 스피치 학원을 2주 정도 다녔다. 다닌 것에 비해서 흡족하지 않았다."


- 원래 말을 잘하는지.

"말을 잘한다고 느끼진 않는다.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게 말을 하려고 노력한다. 일상 대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전달력에 초점을 맞춘다."


- 이번에 해설을 하면서 중점을 둔 곳이 있다면.

"사대에 설 때마다 양궁 선수는 누구나 혼자라고 느낀다. 그 마음을 잘 안다. 심리적으로 그 선수가 어떻게 운영하는지 집중해 봤다. 선수만 느낄 수 있는 것을 전달해주려고 했다."


- 대회기간 내내 전 남자친구인 오진혁과 엮였다. 부담스럽지 않았나.

"해설을 하겠다고 했을 때 감당할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수락한 것이다. 진혁 오빠와도 좋게 헤어졌다. 서로 잘 되길 응원하자고 했다. 진혁 오빠가 잘 되길 바랐다. 진심으로 응원했다. 잘 해줘서 고맙다."


- 방송에서도 진심으로 오진혁을 응원하는 게 느껴졌다.

"다 끝나고 기사를 봤다. '정신력이 좋다'는 내용의 댓글을 봤다. 진혁 오빠도 그런 댓글을 보면 기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오해는 없다."


[인천AG] '멘탈갑 해설' 기보배 "오진혁, 진심으로 응원했다"기보배는 "나는 선수다. 사대에 서서 뛸때가 가장 아름답다"며 다시 태극마크를 다는 꿈을 꾸고 있다. IS포토



- 양궁 이야기를 해보겠다. 지금와 돌이켜 보면 왜 선발전에서 탈락한 것 같나.

"겨울 훈련 때 태릉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랑 같이 훈련했다. 열심히 준비를 했는데, 나 자신을 스스로 믿지 못했다. 이 기술이 아니더라도 본인이 확신을 갖고 가야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 여자 양궁이 리커브에서 5연패에 성공했다. 런던 2관왕을 했던 기보배가 떨어질 정도로 선수층이 두텁다. 비결은 무엇인가.

"국가대표 선발전이 가장 큰 비결이다. 기록경기이기 때문에 투명하게 선발된다. 어려운 상황도 이겨낼 수 있는 선수를 찾기 위해 세세하게 검토한다. 일정도 힘들다. 잘하는 선수들 사이에서 최고가 되기란 쉽지 않다. 이를 통과하면 자신감이 생겨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다."


- 여자 선수들이 눈물을 보였다. 원래 선수들은 잘 우는지.

"그렇지 않다. 그런데 나도 뭉클했다. 선배들이 금메달을 따고 해설위원이 우는 것을 봤다. 솔직히 당시에 왜 우는지 몰랐다. 중계석에 앉아보니 다르더라. 똑같은 고충을 견디고 메달을 따봤다. 그런 것을 보니 가슴이 벅차오르더라. 동병상련의 마음이랄까."


- 앞으로 목표는.

"내 원래 직업은 선수다. 해설위원이 아니다. 양궁선수가 가장 아름다울 때는 사대에 섰을 때다. 아시안게임을 보면서 '내가 저 자리에 섰으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했다. 열심히 해서 다시 태릉에 들어가고 싶다. 누구보다 그 마음이 크다."


인천=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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