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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범죄자도 피해 간 '취업제한'…바뀐 법 모르는 사법부

입력 2019-12-1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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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사의 실수로…아동학대 범죄자도 피해 간 '취업제한'

얼마 전에 뉴스룸에서는 일부 아동청소년 성폭력 범죄자들이 판사들의 실수로 취업제한을 받지 않게 된 실태를 전해드렸습니다. 그런데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아동학대 범죄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5개월 된 아이를 학대 끝에 숨지게 한 위탁모나, 11개월 된 아기를 질식사시킨 어린이집 교사도 재판부의 실수로 취업제한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호진 기자]

뇌수술을 마친 15개월 여아가 병원 침대에 누워 힘겹게 숨을 쉬고 있습니다.

위탁모 38살 김모 씨에게 학대를 당한 끝에 뇌사상태에 빠져 숨진 문서원 양입니다.

[문모 씨/고 문서원 양 아버지 : 이게 지금 수술하고 이제 한 1~2주 정도 됐을 때인데 서원이가 처음으로 눈을 감았어요. 눈이 부어서 눈을 못 감았어요. 이게 다 부어 있는 거예요, 손이. 이게 거의 잘못되기 며칠 전이에요, 세상 떠나기…]

김씨는 지난해 10월 12일부터 문양에게 하루 한 끼만 주고 수시로 폭행했습니다.

[문모 씨/고 문서원 양 아버지 : (어린이집 교사가) 일지에 자기가 작성한 거는 서원이가 발목이 아팠고 애가 걸을 때마다 운다. 길 때마다 운다. 다리가 아프니까. 이걸 적어줬는데 부모님이 안 왔다(는 거예요.) (그 일지를 위탁모가 중간에서) 다 버린 거예요.]

지난달 22일 서울고등법원은 김씨에게 징역 15년형을 선고했지만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명령은 내리지 않았습니다.

지난 6월 12일부터 시행된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판결과 동시에 취업제한 명령도 직접 판단해야 하는데 재판부가 이를 누락한 겁니다.

김씨는 아동학대 치사죄를 저지르고도 출소 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취업할 수 있습니다.

서울 화곡동의 한 어린이집.

[(아예 (어린이집) 퇴원을 하시는 거예요? 아니면…) 네, 아예 그만두는 거예요.]

이 어린이집에서 11개월된 A군이 숨진 건 지난해 7월.

60세 교사 김모 씨가 잠투정 하는 A군을 재운다며 얼굴을 베개에 파묻고 이불로 온몸을 감아 질식사 시킨 겁니다.

A군은 숨진 지 세 시간 만에 발견됐습니다.

당시 김씨는 다른 아동 6명도 수십차례에 걸쳐 때리고 학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김씨 역시 취업제한을 받지 않았습니다.

지난 6월 김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한 재판부가 취업제한 명령을 내리지 않았고 이게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된 겁니다.

김씨의 보육교사 자격은 취소될 수 있지만 출소 후엔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피해 아동 부모 : 정말 잔인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을 저지른 건데 그런 사람들이 아동 관련 일한다. 이거는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정말. 있어서는 안 되고.]

(화면제공: 고 문서원 양 유족)


 
아동학대 범죄자도 피해 간 '취업제한'…바뀐 법 모르는 사법부

■ 바뀐 법도 모르는 사법부…'취업제한' 판단 누락 '74건'

이처럼 판사가 법이 바뀐 걸 모르고, 아예 취업제한을 판단하지 않은 아동학대 사건은 지난 6개월 동안에 70건이 넘었습니다. 법으로 죄를 판단하면서도, 정작 개정된 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사법부의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최수연 기자]

지난 3월, 경기도의 한 아파트입니다.

46살 이모 씨가 의붓딸의 방에 들어와 불을 켭니다.

[이모 씨 : 어디에 넣으면 좋을까.]

책상 위를 살피던 이씨가 의료용 주사기를 쥐고 식빵 봉지를 풉니다.

화장품에도 뭔가를 집어넣습니다.

이씨가 의붓딸의 음식과 화장품에 넣은 건 다름아닌 변기세정제였습니다.

재판부는 지난달 7일 이씨에게 아동학대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했지만 취업제한은 내리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취업제한을 피한 아동학대범은 얼마나 될까.

개정된 아동복지법이 시행된 건 지난 6월 12일.

이후 판결들은 모두 판사들이 개별적으로 취업제한 여부를 명령해야 합니다.

그런데 취업제한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1심 판결만 74건.

2심에서도 이를 바로잡지 않아 그대로 확정된 건 41건이었습니다.

아동학대범들이 판사 실수로 아무 제한 없이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취업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아동복지법과 함께 바뀐 장애인복지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6월 대법원은 전국 형사 수석부장 판사들에게 장애인 성폭력 사건을 선고할 때도 취업제한명령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공지했습니다.

1심에서 오심 사례가 잇따르자 서울고법 한 부장판사가 법원행정처에 따로 공지해줄 것을 요청해 이뤄진 조치였습니다.

지난해 7월 개정 아동청소년법이 시행된 이후, 취업제한 여부를 판단받지 않고 확정된 아동청소년 성범죄자만 24명에 달했습니다.

결국 재범과 직결될 취업제한이 판단돼야 하는 아청법, 장애인복지법, 아동복지법 모두 구멍이 뚫린 셈입니다.

대법원은 취재진에 "법령 개정 사항에 대한 안내에 더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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