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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진화 어디까지?…만화·애니메이션 경계 무너지나

입력 2011-12-1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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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일까, 애니메이션일까.'

만화가 디지털 매체와 만나면서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태블릿PC나 스마트폰을 겨냥한 만화들이 기획되면서 기존의 만화 연출에 동영상·소리·게임·특수효과 등이 더해지고 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절충된 형태다. 10년 전만 해도 만화가들은 "내 만화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곤 했다. 그런 바람이 작가 개인에 의해서도 실현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만화의 진화 어디까지?…만화·애니메이션 경계 무너지나


▶용궁에서 물방울이 보글보글

올 여름에는 호랑 작가의 웹툰 '옥수동 귀신' '봉천동 귀신' 등이 독자가 예상하지 못한 '장치'로 화제가 됐다. 스크롤로 내려가면서 보다보면 결정적인 순간에 귀신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플래시 효과가 나타났다. 가뜩이나 섬뜩한 분위기를 느끼던 독자는 기겁을 했다. '봉천동 귀신'에선 분홍색 잠옷을 입고 관절이 꺾인 채 피흘리며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는 귀신의 모습에 사운드 효과까지 가미됐다. 출판 만화로는 시도할 수 없는 기법이다.

태블릿PC나 스마트폰에선 더욱 과감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의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는 필름 컷을 오려 만화처럼 만들고 어린이들이 거기에 손가락으로 색칠 공부를 할 수 있는 앱을 개발했다. 엄마가 자신의 목소리로 녹음을 해 동화를 읽어줄 수 있다. 결정적인 한 컷을 누르면 게임으로 전환된다.

만화가 정철이 지난 2007년 글 하나 없이, 그림만으로 표현한 '에덴'은 내년 초 디지털 만화로 새롭게 태어난다. 인트로를 애니메이션 동영상으로 꾸미고, 주요 장면에서 동영상이 돌아가는 형태다. 유료 앱으로 개발 중이다.

만화가 김병수는 '내멋대로 별주부전'을 디지털 어린이 만화로 만들고 있다. 널리 알려진 전래동화라는 점에 착안해 독자가 이야기를 선택해 서사를 전개해 나갈 수 있도록 꾸미고 있다. 용왕이 사는 바닷 속 궁궐에 이르면 만화 컷 위로 물방울이 보글보글 올라오고, 물고기들이 왔다갔다 하도록 기획했다.

박석환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콘텐츠비즈니스팀장은 "다양한 아이디어가 반영된 디지털 만화를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인기 애니메이션 '코코몽'과 '뽀로로' 등도 전자책으로 개발되어 있는데 이미 만화와 애니메션의 경계가 모호할 정도"라고 말했다.

만화의 진화 어디까지?…만화·애니메이션 경계 무너지나


▶난 절충형이 좋아

만화의 디지털화가 대세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아날로그적 정서를 강조하는 만화가들도 적지 않다. 지면 연재와 웹툰 연재를 겸해온 만화가 최훈은 '절충형'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최훈도 현재 민음사 홈페이지에서 연재하고 있는 록 만화 '록커 두들'의 내년 초 전자책 출판을 앞두고 있다. 전자책 출판에선 각 록커가 연주하는 장면에서 해당 음악이 흘러나오도록 할 계획이다. 음원 저작권 문제를 풀지 못해 아직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다.

최훈은 "만화와 멀티미디어의 결합도 중요하지만 내겐 아날로그가 더 맞는 것 같다. 얼마 전 만화책을 하나 사서 비닐을 뜯었는데 종이 냄새가 너무 좋았다"면서 "깊이 있고 생각이 많이 들어간 만화책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만화가 김동화(전 한국만화가협회장)처럼 아날로그 세대도 절충형에 속한다. 60세가 넘었지만 컴퓨터로 만화를 작업하고 있는 그는 "급변하는 환경은 만화가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향후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경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사진=멀티미디어 만화로 거듭나고 있는 최훈의 '록커 두들'과 김병수의 '내멋대로 별주부전'.

장상용 기자 enise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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