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기 상여금도 통상 임금에 해당한다"…대법원은 5년 전, 이렇게 결론을 내리면서 '신의성실의 원칙', 그러니까 신의칙에 따른다는 다소 생소한 단서를 달았습니다. 노동자에게 그동안 밀린 임금을 주되, 기업에 큰 어려움이 생길 정도로 부담이 되면 안 줘도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모호한 '신의칙' 탓에 그동안 여러 소송에서 엇갈린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이들 소송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이 '기아차 통상 임금' 소송이었는데 법원은 오늘(22일) 다시 노조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이라는 것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도 밝혔습니다.
송우영 기자입니다.
[기자]
오늘 항소심 재판에서 기아차가 노동자 2만7000여 명에게 줘야 한다고 인정된 밀린 수당은 총 3125억원입니다.
점심 식사 비용 등이 제외됐지만 1심에서 인정된 3126억 원과 거의 같습니다.
여기에 밀린 이자까지 계산하면 회사가 줄 돈은 약 4600억 원 대로 추정됩니다.
오늘 재판에서 관심을 모은 것은 밀린 수당을 줄 경우 경영상 어려움이 있다는 사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연 당기순이익이 1조 7000억 원이라며 수당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입니다.
또 밀린 수당이 2017년 기준 매출의 3.3%에 불과하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앞서 5년 전 대법원은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정도라면 수당을 주지 않을 수 있다며 이른바 '신의칙'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판결은 이런 신의칙을 남용하지 말라는 최근의 판결 흐름을 그대로 반영했습니다.
노조 측은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강상호/전국금속노조 기아자동차 지부장 : 사측은 2심 판결에 준용해서 체불임금 (지급)과 통상임금 적용에 대해 더는 지연시키거나 회피해선 안 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반면 기아차는 선고 결과에 유감이라며 대법원에 상고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그동안 애매하다는 논란을 불렀던 '통상 임금 신의칙' 개념을 이참에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영상디자인 : 이정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