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이 친이(친이명박)ㆍ친박(친박근혜)간 갈등 확산의 기폭제로 작동할 기미가 보이자 양 진영에서는 `확전 자제'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난 2008년 전당대회 시 서울지역 30개 당협 사무국장에게 50만원씩 돌릴 것을 지시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친이계 안병용 은평을 당협위원장이 지난 13일 "특정세력의 이재오 죽이기 전초전"이라고 주장, 친이ㆍ친박이 정면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여기에 그간 정국 현안에 대해 침묵을 지켜온 친이계 핵심 이재오 의원이 돈 봉투 국면에서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는데 대해 "나와 이명박 정부를 잡으려는 음모"라고 말하면서 적잖은 파장을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여의도 정치'의 본격화를 선언하며 친이계의 재결집에 나서거나, `박근혜 비대위' 견제를 위해 정몽준ㆍ홍준표 전 대표 및 김문수 경기지사와의 연대를 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 의원의 발언 등이 있은 지 하루만인 14일 친이ㆍ친박은 상대 계파의 자극하지 않는데 초점을 맞췄다. 당이 벼랑 끝 위기에 선 상황에서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 의원은 `이재오ㆍ이명박정부를 잡으려는 음모' 발언을 한 배경을 적극 설명했다.
이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2008년 7월 전대 당시 미국 유학 중이었음을 소개하면서 "핵심은 미국에 있어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라며 "`측근' 운운하며 근거없는 사실들을 연일 보도하는 것을 보고 이 나라 민주주의 현주소를 보는 듯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010년 7ㆍ28 재선거에 당선된 이래 갈등의 중심에도, 분열의 중심에도 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며 "진실을 외면하고 나를 갈등의 중심에 세우려 하나 흔들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과 가까운 한 친이계 의원은 "이 의원의 어제(13일) 발언은 참다못해 `너무하다' 싶어 나온 것"이라며 "이 의원이 정치 현안에 대해 침묵하겠다는 입장은 유지될 것이며, 친이 의원들도 `친이가 다시 뭉쳐 무엇인가를 도모한다'는데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한 친박 진영에서도 `특정세력 배후설'을 주장한 안병용 위원장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이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는 "있을 수 있는 발언"이라며 일면 수긍하는 분위기다.
한 친박계 핵심의원은 "이 의원이 `근거도 없이 가깝다는 이유로 돈 봉투 사건에 연루된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이재오 죽이기'라고 말하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고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친박 역시 돈 봉투 국면에서 아무런 역할이 없으며 지켜만 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은 트위터에서 "돈 봉투 사건을 자꾸 계파갈등으로 몰아가는 것은 당을 공멸로 이끄는 것"이라며 "자제하자.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