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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성 알고도 '김영란법'처리한 국회 "무책임" 비판 확산

입력 2015-03-04 14:22

무리한 법안처리에 "직무태만· 권위훼손·인기영합" 비난 커

의원들 "양심에 걸려" "과잉입법"… 벌써 개정주장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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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법안처리에 "직무태만· 권위훼손·인기영합" 비난 커

의원들 "양심에 걸려" "과잉입법"… 벌써 개정주장 '봇물'

위헌성 알고도 '김영란법'처리한 국회 "무책임" 비판 확산


위헌성 알고도 '김영란법'처리한 국회 "무책임" 비판 확산


국회가 위헌 소지가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킨데 대해 무책임하다는 등의 비난 여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영란법 처리 하루 만인 4일 개정 주장이 정치권 안팎에서 봇물처럼 터져나와 향후 이 법의 수정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결국 입법기관인 국회가 일부 여론에 떠밀려 위법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조항 등을 외면한채 법안처리를 강행, 직무를 태만이 하고 스스로 권위를 훼손한 것은 물론 인기영합주의에 내몰린 행태를 보였다는 지적을 피할 길이 없게됐다.

◇ "'청렴사회 건설' 공감 불구 적용범위 지나쳐" 지적…일부 "말도 안되는 법"

여야는 지난 3일 본회의를 열고 2012년 8월16일 당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법안을 낸 지 약 2년 7개월 만에 김영란법을 통과시켰다. 재석 의원 247명 가운데 찬성 228명, 반대 4명, 기권 15명으로 압도적 찬성이었다.

이로써 공직자들은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100만원이 넘는 금품 수수와 부정 청탁 시 형사 처벌된다. 김영란법은 당초 이른바 '스폰서 검사' '벤츠 검사' 등 사건에서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해 금품 제공자와 수수자를 처벌하지 못한 데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한 것으로, 청렴사회 건설을 목적으로 마련됐다.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논의되며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사 종사자 등으로 확대됐다. 이를 두고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은 적용 대상 확대에 대해 "위헌소지가 있고 과잉입법"이라며 반대했었다.

의원들 대다수도 "법안의 기본 취지에는 물론 공감한다"고 밝히고 있다. 위헌 소지가 있다는 데에도 공감하고 있다. 일부 의원은 "사실 따지고 보면 말도 안 되는 법"이라고 토로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김영란법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일부 여론을 과도하게 의식한 나머지 법안에 위헌 소지가 남아 있음에도 조속하게 법안을 처리한 것이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야당이 '김영란법을 통과시키면 옳은 거고 통과시키지 않으면 나쁜 것'이라고 프레임을 잡아 이렇게 된 것"이라며 "일단 통과시킨 뒤에 잘못된 것을 고쳐나가자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법안을 처리하기 전부터 '추후 개정' 이야기가 나온 배경이다.

실제로 새누리당이 지난 1일 가진 김영란법 의원총회에서도 '수정 후 처리' 주장과 '처리 후 수정' 주장으로 나뉜 바 있다.

법안이 통과된 직후에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청렴사회 건설을 위한 기본 취지에 찬성했기 때문에 찬성표를 던졌는데 어쩐지 좀 궁색하다. 법에 미비성이 있는 것을 알고도 찬성하려 하니 양심에 조금 (걸린다)"고 말했다.

의원들 상당수가 문제점을 인식하고서도 '분위기'에 떠밀려 법안을 처리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초래된 것이다.

◇ 의원들은 적용대상에서 교묘히 빠져

더욱 문제는 국회의원들 자신은 적용 대상에서 교묘히 피해갔다는 점이다.

선출직 공직자·정당·시민단체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등의 행위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들도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이지만, 부정청탁 금지와 관련된 조항에서는 선출직 공무원들에게 예외를 인정한다.

당초 정부 원안에는 예외 조항이 '선출직 공직자·정당·시민단체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공직자에게 법령·조례·규칙 등의 제정·개정·폐지 등을 요구하는 행위'로 규정돼 있었으나 정무위 논의과정에서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도 제재할 수 없게 됐다.

더욱이 여야가 법안 시행시기를 1년 6개월 후로 정한 데 대해서도 19대 국회의원들이 본인들의 임기 내에서는 김영란법 적용을 피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 법안 개정 목소리 잇따라

상황이 이러하자, 당장 김영란법의 통과 하루가 지난 4일부터 입법 보완, 개정 목소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김영란법에서 접대·선물제공 등을 과도하게 규제해 서민경제 침체가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 "현재 공직자윤리법 안에 있는 윤리강령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공직자윤리법 안에 있는 윤리강령과, 법 시행령을 만들때 (구체적인 내용을) 조정하면 된다"고 구체적으로 개정 방향을 밝혔다.

김 대표는 "공무원윤리강령에 3만원(식사제공), 5만원(경조사비), 10만원(화환)이라고 돼있는데 현실에 안맞는 측면이 있다"면서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유승민 원내대표도 "법 시행 1년 반을 앞두고 이 법의 근본목적이 반드시 되도록 준비할 것이다.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지도부와 당 법사위 정무위 위원들, 법률지원단장과 충분히 상의할 것"이라며 "입법 미비점이나 부작용에 대한 목소리를 듣고 준비기간 동안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면 하겠다"고 밝혔다.

법제사법위원장인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의원도 이날 라디오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가능하면 본회의 통과된 법안을 아직 1년 6개월 시행시기가 남겨 있으니까 문제점을 빨리 보완을 하는 작업을 국회가 할 것"이라며 "애매모호한 규정들은 빨리 손을 봐야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홍일표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김영란법이 과잉금지의 원칙과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하며 후속작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의원들 스스로 부적합한 내용이 있음을 인지하고서도 여론을 의식, 법안을 처리한 무책임한 행태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는 가운데 후속 개정작업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주목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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