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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2015년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과 '분(粉)'

입력 2014-12-23 21:53 수정 2014-12-23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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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여러분. 뉴스룸 2부의 문을 열겠습니다.

오늘(23일) 앵커브리핑이 주목한 단어는 '분(粉)'입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인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고려청자가 매끈한 피부를 가진 민낯이라면 조선의 분청사기는 거친 살결을 가리려 분을 바른 얼굴이다." (2013년 2월 9일 <손석희의 시선집중="">)

분청사기의 경우 흙을 비롯한 여러 이유로 표면이 거칠어진 탓에 분청 즉 분칠로 매끈하게 꾸며놨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화장 혹은 분칠은 얼굴을 돋보이게 하는 것과 동시에 자신 없는 무언가를 감춰주기도 하지요. 어찌 보면 우리 경제 역시 거칠거칠한 맨얼굴에 고운 분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어제 정부가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습니다. "구조개혁 체질개선" 과 "경제 활력 제고" 가 맨 위로 강조되어 있더군요.

"청년 일자리 해결을 위해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
"정규직 과보호에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있다"
또한 "가계부채는 아직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

정부가 내놓고 있는 말인데요. 사정은 그리 간단치가 못합니다.

당장 해고가 쉬워지게 되면 1060조 원에 달하는 빚더미 가계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또한 쉬운 해고를 전제로 해놓고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임금교섭을 장려하겠다는 것이야말로 직장인들 모두가 두려워하는 고용불안의 민낯을 가리는 분칠이 아닌가 하는 것이지요.

"추운 겨울 따뜻하고 편안한 잠자리에 드실 수 있도록 국민 한분 한분의 생활을 챙기겠습니다" (2012년 12월 20일 대국민인사)

2년 전 요맘때 박근혜 대통령이 전 국민을 향해 내놓았던 약속입니다. 그러나 추운 겨울. 따뜻한 잠자리를 기대하기에 현실은 엄혹합니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미생들. 일터가 점점 더 불안한 사람이 늘고 있고 거리로 나선 노동자들은 '내미는 손 잡아 달라' 구조 요청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무도 그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이성복 시인의 <그날> 중 한 구절입니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단어가 있습니다. '경제민주화' 이 정부 탄생의 밑거름 중 하나였던 바로 그 경제민주화 말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될 바에야 한번 해보기라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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